옷 표면에 연잎효과를 나타내는 나노미터 크기의 보푸라기가 수없이 많이 붙어 있는 이 의류는 우리나라에서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을 활용한 제1호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청색기술은 2012년 출간된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로서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려는 과학기술`을 의미한다. 자연 전체가 연구 대상이 되므로 청색기술은 생물학·생태학·생명공학·나노기술·재료공학·로봇공학·인공지능·신경공학·집단지능·건축학·스마트도시·에너지 등 첨단과학기술의 핵심 분야가 대부분 관련되는 융합기술이다.
2014년 8월 20일자 이 칼럼에서 청색기술이 각광을 받게 된 이유를 두 가지 제시했다. 하나는 청색기술이 일자리 창출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청색기술이 지구의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참신한 접근 방법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청색기술로 `일자리 창출과 환경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으므로` 청색기술은 `선진국을 따라가던 추격자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선도자로 변신을 꾀하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에도 안성맞춤인 융합기술`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중앙부처에서 청색기술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아 아쉬워하는 연구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11월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 청색기술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가장 적극적으로 청색기술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경상북도는 2015년 11월 포항과 경산의 과학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청색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대구의 한 지역신문은 같은 해 12월 사설에서 "청색기술은 자연을 보호하면서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는 미래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며 경상북도의 청색기술 융합산업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높이 평가했다.
경상북도는 2016년 상반기 전문가 정책협의회를 운영하여 청색기술 육성 방안을 마련했다. 2018년부터 5년간 1447억원(국비 914억원, 지방비 533억원)을 투입해 경산에 `청색기술산업지원센터`를 건립하고 경산·포항·대구의 대학 16개, 부설연구소 180개, 연구기관 16개, 기업체 5만8000개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하는 광역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26일 경상북도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예비타당성(예타)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 7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을 신청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편 전라남도(편집자註:당시 도지사 이낙연)는 2016년 4월 5일 서울에서 산학연 전문가를 중심으로 `청색기술 산업화 추진단`을 발족하고 광주과학기술원(GIST)·단국대·목포대·순천대·중앙대 등 5개 대학 산학협력단과 청색기술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전라남도는 이 자리에서 "철강·화학·조선 등 전통적 주력산업과 청색기술을 접목해 전남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9월 12일 전라남도는 GIST와 청색기술 산업화 기본계획을 12월까지 수립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전라남도는 2017년 1월부터 청색기술 산업화를 위한 국비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청색기술 상용화를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해 2018년부터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과 경북이 추진하는 청색기술 산업화 계획에 중앙정부가 흔연히 응답하길 당부하고 싶다. 출처=매일경제 '이인식과학칼럼' 201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