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막을 확인하면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도 펴냈다. 15개국 9대 산업 분야의 1300만 종사자를 대표하는 371명의 국제적 경영인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2020년까지 5년간 일자리의 변화를 초래할 기술 9개를 열거했다.
9대 기술을 경영인들이 응답한 비율이 높은 순서로 나열하면 ①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 기술(34%) ②컴퓨터 처리 성능과 빅데이터(26%) ③새로운 에너지 기술(22%) ④만물인터넷(14%) ⑤공유경제와 크라우드소싱(12%) ⑥로봇공학과 자율운송기술(9%) ⑦인공지능(7%) ⑧3차원 인쇄(6%) ⑨첨단 소재 및 생명공학기술(6%)이다.
로봇기술과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대 기술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①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 ②컴퓨터 처리 성능과 빅데이터 ⑤공유경제와 크라우드소싱은 이미 일자리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③새로운 에너지 기술 ④만물인터넷 ⑧3차원 인쇄는 2015~2017년에, ⑥로봇공학과 자율운송기술 ⑦인공지능 ⑨첨단 소재 및 생명공학기술은 2018~2020년에 각각 일자리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716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는 202만개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적으로 5년간 514만개, 해마다 평균 103만개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소멸하는 일자리를 직종별(단위 1000명)로 세분하면 ①사무행정직(4759) ②제조생산직(1609) ③건설(497) ④예술,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미디어(151) ⑤법률직(109) ⑥설치 및 유지보수(40) 등 716만5000명이다. 새로 생겨날 일자리는 ①경영 및 재무직(492) ②관리직(416) ③컴퓨터 및 수학(405) ④건축 및 엔지니어링(339) ⑤영업직(303) ⑥교육 훈련(66) 등 202만1000명으로 전망된다.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시장이 파괴돼 대량실업이 불가피하고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와 기업이 서둘러 교육과 고용 정책을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이 보고서는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할 네 가지 방안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세 가지 방안을 추천했다.
먼저 단기적 방안은 다음과 같다. ①인적자원(HR) 관리 기능의 혁신:기업은 기술 발전에 적응하기 위해 인사노무 관리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②데이터 분석 기법의 활용:기업과 정부는 기술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③직무 능력 다양화에 대한 대처: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새로운 직무 능력이 다양하게 요구되므로 전문 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④유연한 조직 체계 구축:기업은 외부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게끔 유연한 근로체계를 구축하도록 한다.
장기적 방안으로 추천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교육체계의 혁신:20세기 교육제도의 유산인 문과 이과 분리 교육을 중단해야 한다. 요컨대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융합 교육이 제도화돼야 한다. ②평생교육의 장려: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죽을 때까지 먹고살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③기업 사이의 협조체제 구축: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복잡한 환경에서 기업은 경쟁보다 공생하는 전략이 생존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출처=매일경제 '이인식과학칼럼' 2016년 9월 18일자, 《4차산업혁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