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기둔화와 지속되는 저출산 현상은 국내 식품산업계에도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5월 31일 조선일보 기고문에서 과거 국내 식품산업계의 세 가지 도약 사례를 들며 해법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대한민국의 식품 제조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크게 세 번 도약했다"며 1960년대 중후반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주요 식품 기업들의 창업기를 첫 번째 도약으로 거론했다. 그는 “국내 1조원 식품 기업의 다수는 이 시기에 창업했고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의 밥상과 식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며 “분말 카레가 처음 등장했고 케첩과 마요네즈가 각 가정에 하나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등장한 것도 이때쯤"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둘째 도약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를 들었다. 여행 자율화 등의 '개방'을 통해 1990년대에 들어서며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가 다양화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외국계 외식 및 식품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대거 진입하고자 했으며, 국내 식품 기업들도 높아져 가는 소비자 수준에 맞추어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기 시작했다. 문 교수는 “시리얼, 드링킹 요구르트와 떠먹는 요구르트, 캔 커피, 스포츠 음료, 전자레인지용 죽과 냉동식품 등이 이 시기에 처음 등장하거나 크게 성장하며 우리의 식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세 번째 도약으로 2010년대에 들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간편식 돌풍'으로 꼽았다. 그는 “TV 예능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먹방과 쿡방은 전 국민의 먹거리에 대한 관여도를 크게 끌어올렸다"며 “특히 간단한 요리법에 대한 방송들은 '요리는 어렵지 않고, 쉽고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 주었다"고 했다. 이어 “많은 식품 기업들이 가정 간편식과 소스 제품을 출시했고 소비자들은 그 편의성에 환호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2015년 여름에 관련 제품 매출이 정점을 찍으며 식품 기업들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우리 식품 기업이 창출한 가장 큰 가치는 국민으로 하여금 더 안전한 먹거리를 더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식품 안전사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식품 공장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우리 집 안방보다도 더 깨끗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선 식재료를 주로 구매해서 요리하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과중한 가사 노동에 시달려야 했으나 식품 기업이 생산한 편리한 식품은 주부들의 가사 노동 부담을 크게 줄여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2019년, 우리 식품 산업은 출산율 감소, 경제 둔화, 급격한 기후변화 등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지난 50년간 성장해 온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이 지혜와 경험을 통해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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