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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슈

이헌재 前 부총리 “폭·깊이에서 차원이 다른 전환기적 복합위기 상황”

여시재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토론회서 기조연설...“全사회적 워크아웃 필요...60만 군대 인력 활용방안도 고민해야”

글  백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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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기 침체 경고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헌재 전(前) 경제부총리가 4월 8일 “지금의 위기는 폭과 깊이에서 이전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전환기적 복합위기, 총체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재단법인 여시재·매일경제신문사 공동주최)’ 연중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2019년 오늘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말한다"면서 “지금까지의 경제사회적 위기는 기존 체제의 연속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참고 견디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여시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전 부총리는 올해 초부터 ‘미래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신제조업 강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왔다.
 
이 전 부총리는 지금의 경제·산업 상황에 대해 “우리 산업은 세계사적 전환기, 경제내적-경제외적 중첩위기라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항모와 같다"며 “새로운 엔진, 새로운 내비게이션으로 갈아 끼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기반, 제조업 대외경쟁력, 고용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우려하는 것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는 일자리, 복지를 포함한 사회의 기반 자체의 동요로 연결되고 있고 여기에 디지털 4차 산업혁명의 뉴웨이브가 밀려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부터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 되더라도 준비하면서 잃어버리면 괜찮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같은 전통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입히는 일은 기업들이 이미 사활을 걸고 있다"며 “여기에 더 필요한 1%, 다시 말해 ‘제조업+디지털+?’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한국이 신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금융, 교육이 연계된 전 사회적 워크아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60만 군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했다.
    

 

 

재단법인 여시재와 매일경제신문사는 4월 8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연중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여시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이날 첫 토론회 발제를 맡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좌장을 맡은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토론자로 참석한 김창경 전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장승기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김윤식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이광재 여시재 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여시재

  

다음은 이 전 부총리의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토론회 기조연설 전문(全文)이다.

 

폭과 깊이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


2019년 오늘,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말합니다.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까지의 경제사회적 위기는 기존 체제의 연속 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참고 견디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폭과 깊이에서 이전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절실합니다. 저는 전환기적 복합 위기, 총체적 위기라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사실 이 표현 자체도 부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환기인 것입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면 성장 기반, 제조업 대외경쟁력, 고용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우려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일자리, 복지를 포함한 사회의 기반 자체의 동요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디지털 4차 산업혁명의 뉴웨이브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전환은 경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노동의 가치와 노동의 가격 사이에, 상품의 가치와 상품의 가격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할 것입니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최근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 표출은 시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회적 관계의 변화가 산업의 혁신을 발목 잡는 일이 전 사회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가야만 하는 길로 갈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미 중 갈등은 우리의 손을 벗어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에게 사활적일 것입니다. 지경학적으로 보나,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보나 그렇습니다. 지금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술패권 전쟁과 보호무역주의가 결합되면서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당장 무역분쟁을 봉합한다고 해도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재연될 것입니다. 보호무역주의는 이 세계사적 전환기의 파고가 가라앉고 새로운 질서가 창출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우리 산업은 이 세계사적 전환기, 경제내적-경제외적 중첩위기라는 바다에 떠 있는 항모와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은 몇십년 분투의 결과 작은 항모의 규모를 갖추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엔진, 새로운 내비게이션으로 갈아끼우지 않으면 안되는 때입니다. 내부 정비도 서둘러야 합니다. 지금부터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 되더라도 준비하면서 잃어버리면 괜찮습니다. 자칫하면 아주 잃어버린 10년, 20년이 될 수도 있는 순간에 우리는 봉착해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산업의 창신, 전사회적 워크아웃이 필요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월성과 창신이 중요합니다. 혁신이 위로부터의 변화라면 창신은 저변의 변화를 통한 근본적 변화입니다. 열린 사회로 가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닫힌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야
 
지금은 어느 하나에 대응한다고 해서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대응은 복합적이고 창조적이어야 합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야 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미지의 미래 앞에서 그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시재는 이러한 시기에 한국 경제와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미래산업위원회를 조직하였습니다. 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모여 분야별 사전회의를 10여차례 진행해왔습니다. 그 논의의 결과를 토대로 여러 전문가들을 모시고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장정을 오늘 시작하고자 합니다.

 

지난 논의 결과 우리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누구보다 강한, 우리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블루오션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강점을 소프트파워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소프트파워는 방아쇠를 당기는 힘입니다. 독일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제조업에 ICT 기술을 결합하는 산업혁명을 선제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2011년 세상에 나온 ‘인더스트리 4.0’입니다. 우리의 소프트파워는 그 이상을 내다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우리만의 소프트파워가 무엇인지 모색할 것입니다.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로 가야

 

첫 번째 토론회인 오늘은 ‘소프트 파워가 강한 나라, 신제업강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놓고 토론하고자 합니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같은 전통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일은 기업들이 이미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필요한 1%, 다시 말해 ‘제조업+디지털+?’를 찾을 것입니다. 10만개의 중견 제조업체를 육성해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논의할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연말까지 계속될 이 토론회에 적용될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신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기업의 혁신은 물론이고 정부와 금융, 교육이 연계된 사회적 워크아웃이 필요합니다. 이는 결국 소프트파워 강국을 이끌어갈 창발적 인재의 육성, 핵심 전략 기술을 선취하기 위한 제도와 금융 지원체계의 재정비로 귀결될 것입니다.  산업과 대학, 지역이 연계된 혁신 생태계도 일구어야 합니다. 국가 R&D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기업 연구소들과 연계해야 합니다. 60만 군대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학교 연구소 기업 정부 총합적 노력이 필요

 

한편으론 디지털혁명의 이면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아날로그적 전통산업의 혁신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시아 지역의 고급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시스템 현대화를 통해 농수축산업을 세계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생명과학과 친환경 농수축산물을 통해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농어축산인만의 몫이 아닙니다. 학교, 연구소, 기업, 정부의 총합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관중은 지금의 산둥 반도에 위치한 소국이었던 제 나라를 대국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소금과 철을 전매품목으로 지정하여 국가 재정을 확보하는 한편, 과도한 조세 정책을 철폐하였습니다. 아울러 다른 국가들과의 자유로운 교역을 장려하고 역참을 설치하여 왕래를 촉진하였습니다.  관중은 “백성이 가난하면 마을과 집을 쉽게 떠나기 마련"이라며 “그들이 집을 떠나면 통치자를 능멸하고 법을 어기게 되니 다스리기 어렵다" 고 말했습니다. 정치의 근본이 국민 경제의 안정에 있음을 관중은 정확히 보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케인즈보다도 2500여년이 앞선 최초의 중상주의자라고 불리웁니다. 관중의 지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최소한의 비상식량만 갖고 길 떠나야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전환기적 위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축적은 중요하지만 어느 시기에는 관성에 따른 축적이 기득권 강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축적의 시작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 바로 최소한의 비상식량만 가지고 모험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그 여행의 끝에는 ‘Rebuild Korea, Redesign Korea’가 있을 것입니다.  강력한 자기암시, 자기실현적 예언은 현실이 됩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위기를 겪으며 더 강해졌습니다. 6.25 이후에 새로운 기업집단이 일어났습니다. 중동 건설 붐도 석유파동에 대한 대응에서 나왔습니다. 한국 경제가 놓인 상황을 엄혹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미래는 한 갈래 길로만 오지는 않습니다. 변화에 맞춘 유연성과 탄력성 있는 전략과 방법의 모색이 중요합니다. 미래산업위원회는 다가올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와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아주 컴컴한 어둠 속에서 아스라한 빛이 나옵니다. 전환기의 혼돈을 헤쳐나갈 한 줄기 빛이 되는,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입력 : 2019-04-09]   백두원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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