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이 처음으로 우리 경제 전망에 대해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경기가 둔화 단계에서 점차 부진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5개월 연속 둔화 상태를 지속했던 경기가 6개월째 접어들며 한층 더 악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KDI는 4월 7일 공개한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돼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5개월 연속 '경기 둔화'라고 표현하다가 올해 처음 '경기 부진'을 언급했다. 전월보다 부정적인 지표가 늘어나 경기 활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앞서 KDI는 작년 11월 "수출은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전반적인 경기는 다소 둔화한 상황"이라고 처음 경기 둔화 국면을 공식화했다. 지난 1월에는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 수위를 올렸다.
KDI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KDI는 "금액 기준으로 3월 수출은 반도체, 석유류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했고 2월 수출물량도 감소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투자와 관련해서는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건설수주의 감소가 이어져 건설투자의 부진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금액은 8.2% 감소하며 전월(-11.4%)에 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선박은 5.4% 증가했으나 반도체(-16.6%), 석유화학(-10.7%)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했다. 2월 수출물량지수도 -3.3%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달 29일 통계청은 2월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2월보다 26.9% 줄었다고 발표했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부진한 게 원인이다. 건설기성(전체 공사 대금 중 공사의 진척도에 따라 실제로 받는 돈)은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8.4→5%)와 자동차(8.1→2.6%)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전월(-0.2%)보다 낮은 -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번 지표는 수치가 감소한 부분이 많다.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하기에는 부정적인 지표가 많은 상태"라면서 "둔화가 누적되면서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락율에 대해서는 38.7%가 2.5%미만, 13.2%는 2.5~5%미만, 7.5%는 5%이상 떨어질 것으로 점쳤다.
반면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는 2.5%미만 상승이 11.3%, 2.5~5%미만이 3.8%, 5%이상 상승이 0.9% 등 총 16%에 그쳤다. 전년과 동일하다고 예측한 전문가는 24.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