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진 이상,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또 "무슨 이유로 변명하든,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며 "강제노동 금지와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조치는 양국 간의 오랜 경제 협력과 우호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극일(克日) 의지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로 인해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정부도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다시는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추가 보복 조치를 취한 일본에게 맞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결코 바라지 않았던 일이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며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일본 정부의 조치 상황에 따라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외교적 해법의 필요성도 놓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며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며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다.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 정부 각 부처도 기업의 어려움과 함께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국무회의는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에 따른 대응을 위해서 마련된 자리기도 하지만, 해당 산업 분야의 필수 불가결한 재원 투입을 빠른 시간 안에 집행하기 위해서 준비된 자리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국무회의에서 바로 의결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지금 국회에서 추경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안에 꼭 추경이 의결되기를 바라겠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이날 처음으로 생중계로 대통령 모두발언을 공개한 배경과 관련해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관심을 뜨겁게 갖고 있는 부분"이라며 "국민에게 바로 말씀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생중계가 아닐까 싶어서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한 논의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일일이 언급되지는 않았다"며 부인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없으며 결코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을 겨냥한 대항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한 데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일본은 일본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있다"며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외교적 무대에서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자고 계속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