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신청인(SBS)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이 방송을 방영하려고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방송의 방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시청해 신청인(A씨)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신청인에게는 이 방송의 방영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은 수사기관의 수사방식 개선이라는 기획 의도를 내세우고 있으나 앞서 (김씨 사망을 다룬) 형사 사건 재조명이 이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기획 의도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기획 의도인 피고인에게 불리한 재심 제도의 도입 역시 그 제도 자체의 장단점에 관한 소개와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역시 기획 의도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이 방송에는 신청인에게 불리하고 또한 분명하지 않은 내용이 담겨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신청인 측의 입장이나 반론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방송이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고 있다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만을 방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알은 지난달 27일 방송 말미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관련 예고편을 공개했다. "의문의 죽음. 그 후 24년 동안 밝히지 못한 죽음의 이유"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5개월간의 추적" 등 자막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예고편은 삭제된 상태다.
김씨는 1995년 11월20일 서울 홍은동 호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김성재의 팔과 가슴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고, 시신에서는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됐다. 당시 A씨는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