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담배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 갈아타자 보건당국이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담배 규제 및 체계적 관리에 관한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진행한 온라인 인식조사 결과 흡연자 3221명 중 37.3%인 1200명이 최근 1년간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흡연자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 사이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꾼 셈이다. 주된 이유는 냄새가 없어서였는데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해로울 거란 인식도 상당수였다.
보건당국은 이런 잘못된 인식이 흡연을 부추기고 금연시도 의지를 꺾는다고 보고 내년부터 전자담배 기구에도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 강도가 약했던 전자담배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꾼 경험이 있는 경우는 남성 흡연자 가운데서 38.1%로 집계됐는데 여성 37.3%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43.6%로 20대(36.8%), 40대(31.3%)보다 많았다. 가족 구성과 관련해서는 기혼자(38.8%)일수록 전자담배로 바꾼 비율이 높았으며 10세 미만 아동이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 가운데 42.3%가 전자담배로 바꿔 피웠다.
전자담배로 바꾼 이유로 절반이 넘는 56.1%(673명)가 '냄새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는데 '건강에 해가 덜할 것 같아서' 일반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피웠다는 응답률도 30.1%(361명)나 됐다. 11.5%(138명)는 '향기(맛) 때문에' 전자담배를 택했다.
다른 사람, 특히 어린 아이와 함께 사는 가정의 흡연자일수록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꾸는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냄새가 덜 나거나 건강에 덜 해로울 거란 인식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흡연량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13.8개비를 피워 일반담배 흡연자(12.5개비)보다 1개비 이상 더 피우고 있었다. 보건당국은 궐련형 전자담배 등 이른바 신종 담배가 금연의 수단이거나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인식은 잘못된 인식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 분석 결과 전자담배에서도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비슷했고 타르 함유량은 더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결과 등에도 전자담배 인기는 꺼질 줄 모른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자담배 판매량은 9200만갑으로 1년전(6880만갑)보다 33.6% 증가했다. 2017년 전체 담배 판매량의 2.2%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9.6%에 이어 올해 1분기 현재 11.8%를 차지했다.
온라인 사이트나 판매점에서 각종 할인판매, 블로그 판촉 등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전자담배 광고·판촉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증진법을 근거로 전자담배 흡연 전용기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에 대해 청소년 대상 판매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쥴은 미국 고등학생 전자담배 흡연율이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하는 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쥴을 피운다'는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경찰, 금연지도원 등과 함께 단속에 참여하고 소매점 대상 계도·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아울러 학교와 가정 내에서도 청소년의 신종담배 사용을 인지하고 지도·통제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학부모에게 신종담배 특징과 유해성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