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 (영국 자유당의 역사)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책이다. 영국 정당 역사에 대해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근대 서구 정치 체제는 사실상 영국에서 태동했기에, 영국 정당사를 공부하는 것은 자유·민주·법치주의의 발전사를 공부하는 것과 동일한 셈이다.
학술서임에도 대중이 읽기에 쉽고 재밌게 기술돼 있다. 또한 어느 이념에 편중되지 않고 학자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학자는 이렇게 글을 써야하는구나를 배울 수 있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 400여 년의 영국 정당사를 담고 있다. 한권은 보수당의 역사를 중심으로, 다른 한권은 자유당의 역사를 중심으로.
각각 '토리당'과 '휘그당'이란 이름으로 17세기 영국 정당정치 시대를 열었던 보수당과 자유당, 그러나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보수당은 살아남았고 자유당은 몰락했다.
보수당은 현재 영국 최대의 집권 정당이고, 자유당(1988년 사회민주당과 통합, 현재는 자유민주당)은 제3당의 지위도 잃은 채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다. 현재 영국 제1야당은 노동당.
이유가 뭘까? 산업혁명, 1·2차 세계대전 등 19-20세기 세계사는 요동쳤고 보수당과 자유당 모두에게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물론 부침이야 있었지만 위기의 순간 보수당은 단결했고,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반면 자유당은 결정적 시기에 분열했고,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영국의 위대한 지도자들은 보수당 정치인들이 주류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절망에 빠진 영국을 강력한 리더십 아래 승전국으로 이끌었고, '마거렛 대처'는 사회주의 포퓰리즘 '영국병'에 빠져 유럽의 병자로 몰락해 가던 영국을 유럽의 리더 국가로 재건했다.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정당이 생존하고 부흥하기 위해선 다음 3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가치', '정책', '리더십'.
첫째, 환경과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가치'와 '이념'.
가치와 이념은 정당의 존재 목적이다. 보수당은 보수주의를 추구해야 한다. 가치와 이념을 상실하고 포퓰리즘만을 좇는 정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
둘째, 정당의 가치와 이념을 실현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
'가치'와 '이념'이라는 본질을 담아낼 좋은 그릇,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 한다면 이상에 지나지 않을 테니.
셋째, 단결을 이끄는 '리더십'.
'가치'를 지켜내고, 좋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분열을 막고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가치'와 '정책'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좋은 하드웨어, 강한 엔진이 없다면 좋은 말잔치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 동안 집권해왔던 친북·사회주의 정당에 맞서 소위 '보수당'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몰락하고 말까? 현재로선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위기 속에 '윈스턴 처칠', '마거렛 대처'와 같은 지도자가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가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