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권력은 마치 레고블록처럼 융합해가며 미래를 결정하고 만들어갈 것이다. 각 미래권력은 하나의 독립된 권력이자 다른 미래권력과 융합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 권력이다. 식량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만나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지만, 디지털 권력을 잘못 만나면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지금보다 더 큰 분배의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 투명한 정치가 디지털 권력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디지털 권력이 실제 권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류의 역사가 담긴 휴머니즘은 사라지고 로봇만 남는다.
미래권력이 융합하는 방식
식량과 에너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둘은 모두 먹고사는 문제이고 국가 간의 문제이다. 2020년 이전까지는 예행연습에 불과하던 일자리 해체가 거대한 파도가 되기 시작한다. 2023년, 5단계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파도는 덩치를 키우며 일자리를 순식간에 삼켜 버린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작은 모니터에 투입된 인공지능은 병원, 공장, 학교를 가리지 않는다. 3D 프린터는 자동화 공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2025년이 넘어가면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진다. 2030년이 가까워지면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공장은 거의 사라진다. 사람들은 정치가 힘을 발휘하길 원하고, 신경제학으로 새로운 분배의 정의가 세워지길 바란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디지털 권력이 엄청나게 힘을 키운다. 사람들의 모든 행동이 실시간으로 기록되어 사생활이 사라진 세계처럼 보인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면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야 할 것처럼 모든 것이 드러난다. 클라우드에서 양자컴퓨터로 처리되는 데이터는 사람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도 예측하면서 모든 삶에 개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력과 디지털 권력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둘 다 인간의 힘으로 만든 것이지만, 사람들은 지성으로 만들어진 정치 권력이 이성만으로 만든 디지털 권력을 통제하길 바란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가 만약 유지된다면 휴머니즘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한 2020년을 기준으로 미래를 생각해봐도 그럴 확률은 낮고 방향도 맞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권력
9개의 미래권력 중에서 디지털 권력과 신경제학은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핵심 권력이다. 디지털 권력은 모든 인간 행동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여 수집하고 보관하고 분석하고 활용한다. 2025년이 넘어가면 인간의 행동이 디지털로 수집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된다. 문제는 디지털 권력이 통제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데 있다. 심지어 데이터를 제공한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디지털로 기록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지털 권력이 정치나 시민의 힘으로 통제되지 못하면 거꾸로 디지털 권력이 실제 권력처럼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고 유도하게 될 것이다.
신경제학은 생산보다는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과거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으로 대량소비를 촉발했다. 생산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참여자의 수입이 늘며 소비를 늘렸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끝자락에 다다른 풍요의 기술혁명은 디플레이션과 초대형 실업을 유발한다. 기술혁명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며 실업률을 올리는 데 있다. 실업률의 끝없는 상승은 곧 디플레이션의 확대로 이어진다. 여기서 분배의 힘을 쥐게 될 신경제학은 국가, 사회, 가정을 유지할 마지막 희망이다.
미래로 가는 화살
2040년이 지나면 인류가 지구에 발을 디딘 후 200,000년 만에 처음으로 일에서 자유로운 시기가 올 수 있다. 단, 휴머니즘이 어떻게든 살아남는 경우만 해당한다. 건강과 영원한 삶의 선택권도 주어질 수 있다. 앞으로 25년, 그러니까 산업혁명 이후 300년간 달려온 인간의 과학기술 혁명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 이 시기에 온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사라지는 일자리’의 고통을 견뎌야 하고,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우리가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지’ 모두가 동의해야 가능한 일이다. 미래로 가는 화살은 시위를 떠나 가속도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