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가장 많이 진단한 의사 중 한명인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확진자 80%의 증세는 가벼운 감기나 독감과 비슷하다"며 “실체 이상으로 지나치게 공포를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이와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구로 콜센터에서 발생한 10층 확진자(2월22일 증상 발현)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집단감염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또다른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코로나19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전파되는 게 아니라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 초기 상태에서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무증상 감염자들의 전파 우려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무증상 감염자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잠복기 전염성이 있고, 증상 초기 5일까지 바이러스가 많이 나온다"면서 "잠복기 상황에서의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무증상 감염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3월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검사를 하다 보니 무증상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며 "중국 연구에 의하면 진단 당시 무증상이 아니라 끝까지 무증상을 유지하는 비율이 2%가 안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완전히 격리해제될 때까지 완전 무증상인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 중이지만 어느 정도 일정 비율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증상만 가지고 환자를 찾아내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방역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진통제 등의 약물 복용으로 증상을 느끼지 못한 환자들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3번째 환자의 접촉자로 14일간 자가격리 후 확진 판정을 받은 28번째 환자가 있다. 이 환자는 당시 수술 후 진통제를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해열제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복용했던 83번째 환자도 확진 당시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질본이 최근 발표한 '한국 초기 코로나19 환자 28명의 역학적 특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28명 중 3명(10.7%)이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중국 코로나19 상황을 살핀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무증상 환자는 1~3%에 불과했다. 다만 합동조사단은 이들 중 75%도 곧 증상이 발현돼 보건학적으로 무증상 환자의 의미는 적다고 판단했다.
무증상 또는 증상이 경미한 상태가 계속될 경우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심 증상이 없더라도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 여러 연구에 의하면 증상 발현 하루에서 이틀 전에 증상 환자보다 전염력은 낮지만 전혀 없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잠복기 전염성이 있고, 증상 초기 5일까지는 바이러스가 많이 나온다는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증상자 감염 사례를 보면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잠복기 상황에서도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 손 씻기 등을 의심증상이 없더라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