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겸 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꼼꼼히 분석해 ‘엉터리·가짜 경제정보’가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2월 3일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경제 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과 명백하게 다른 내용"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6개 회원국 중 15위로 중위권"이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부국(富國) 50개국 조사에서도 20위로 역시 중위권이다. 이 국가들 중엔 우리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높으면서도 경제성장률도 높은 나라가 7개국이나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더 심각한 건 경제성장률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라고 한다. 작년 경제성장률 2.0% 중에 정부 재정 기여분이 1.5%, 민간 부문은 0.5%였는데 이는 세금으로 ‘성장’을 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미래에 대한 전망은 더욱 참담하다"고도 했다. OECD 회원국 36개국 중에서 미국·일본 등 18개국은 전년도에 비해 작년 잠재성장률이 올라갔다. 하지만 한국은 아일랜드·터키에 이어 낙폭이 큰(2.72%→2.62%) 세 번째 국가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에 대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상용직이 크게 증가하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50만명 이상 늘어 고용의 질도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대통령 주장에는 2018년 고용 절벽에 따른 기저 효과, 세금 주도 노인 일자리 창출이 만든 허수, 이 정권 들어 생긴 기현상인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 등에 대한 고려나 설명은 전혀 없다"며 “우리 일자리 상황은 대통령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고임금인 제조·금융업 분야 일자리 파괴는 계속되고 있고 대신 정부 재정으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음식업 등에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 노동연구원장인 박기성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문 정부 2년 동안 36시간 이상의 일자리로 환산한 일자리 개수는 20만7000개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간제 근로자는 380만명쯤 되는데 이 중 98%가 2년 미만 계약이고, 1개월 미만 계약자는 2019년 6월 기준 전년 대비 64%나 급증했다. 이는 분명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일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져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노인 알바·파트타임 일자리 증가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포용 정책의 성과로 3대 분배 지표가 모두 개선되었고 가계소득도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증가했다며 양극화 완화를 자랑했다"며 “교묘한 가짜 뉴스"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는 고도성장 정책 추진과 미국 모델의 결과라며 보수 정권과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렸다"면서 “최근 블룸버그가 한국 영화 기생충이 왜 틀렸는지를 설명하면서 한국의 분배 지표들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크다고 했던 지금까지의 가짜 뉴스부터 사과하는 게 옳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교수는 “문 대통령은 자주 가짜 뉴스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엄중한 처벌을 경고하고 있다"면서 “본인의 신년사를 청와대 밖의 전문가들과 가짜 뉴스 점검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제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가짜 뉴스를 반복하고 청와대 내에 이를 거를 참모들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고통과 국가적 손실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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