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님, 그 분한테 연락 좀 그만하라고 얘기해주세요. 제가 분명히 거절했는데도 자꾸 전화를 해서 너무 힘들어요."
그 여성은 소개받은 남성을 두세번 만나다가 그만 만나자고 얘기했는데, 남성이 계속 대시를 했던 모양이다.
그 때는 만남 현장에서 이런 케이스가 많았다. 한쪽은 호감이 있는데, 상대가 거절하거나 소극적인 경우 적극적인 쪽이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연락을 해달라는 쪽과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쪽 사이에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매니저들의 주요 업무가 될 정도였다.
이렇게 20세기에는 남녀관계가 원사이드, 즉 일방적인 흐름에서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여성의 순정이나 남성의 구애로 맺어지는 커플도 많았다.
하지만 21세기가 되면서 남녀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제 서로가 공감해야 만남이 이뤄진다. 소개받은 상대가 마음에 들더라도 상대의 감정이 그렇지 않을 때 이뤄지던 적극적인 대시는 그 시절 100건 중 70~80건에 해당됐지만 지금은 3~5건 정도로 줄어들었다.
한쪽의 일방적인 감정, 상대의 공감을 얻지 못한 감정은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만남 방식이 인스턴트식으로 가볍게 이뤄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건 아니다. 가능성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뿐이며 남녀관계가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것일 따름이다.
데이트문화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남성이 주로 데이트비용을 부담했지만, 요즘은 남성이 2~3번 부담하면 여성이 1번 이상은 내야 한다는 인식을 대부분 지니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관계가 발전하지 않는다.
30대 초반 A씨가 그런 경우다. 데이트하던 여성이 3~4개월 만나는 동안 거의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만남 초기에는 자신이 대시하는 입장이라 데이트비용 전부를 냈는데, 조금씩 관계가 진전되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죠. 나한테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 매너도 없는 것 같고요."
“주변에선 그깟 돈 갖고 그러느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더 큰 문제의 시작일 수도 있어서요. 가볍게 넘어가지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A씨는 그녀와 헤어졌다.
이렇듯 남녀관계에는 동의, 교감, 협조, 이런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 의사표현으로는 안되는 세상이 됐다.
어디 남녀 관계뿐이랴. 사회생활에서도 상호작용은 필수다. 일방적인 관계는 갑질이 되고 괴롭힘이 된다. 남녀 만남의 현장에서 세상의 변화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