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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체계 뚫렸다...31번 확진자, ‘신천지’ 예배 11명 무더기 감염

‘슈퍼전파’ 현실화...서울대병원·마크로젠, 코로나19 바이러스 순수분리 성공

글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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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1번이 나타난 직후 13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월 19일 추가 확진자는 총 15명이며 대구 10명, 경북 영천 3명, 서울 1명, 경기 수원시 1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31번 확진자와 신천지 교회를 함께 다녔던 10명이 추가 확진자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검역 과정을 통해 감염원을 차단, 봉쇄하는 수준으론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경증 의심환자를 보건소가 전담하는 등 정부가 위기상황에 맞춰 의료기관별 역할을 서둘러 재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월 19일 오전 9시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는 총 46명이다. 대구의 31번 확진자가 주변 11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이 확인되면서 '슈퍼 전파자' 우려가 국내에서 현실화됐다. 슈퍼 전파자란 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다른 환자에 비해 특별히 많은 2차 접촉 감염을 일으키는 환자를 일컫는다.
 
앞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환자 5명으로부터 전체 환자(186명)의 82.3%인 153명이 감염되면서 일반에 알려졌는데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다수전파 기준을 1명으로부터 4명 이상이 감염됐을 때로 봤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2차, 3차감염은 발생했지만 방역당국은 다수전파 환자로는 분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31번째 환자로부터 19일 오전 9시 현재 확인된 숫자만 11명의 추가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경우를 다수전파 사건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슈퍼 전파 사건이라고 일컬을 정도의 상황"이라며 "슈퍼 전파 사건, 병원 내 유행 등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를 봉쇄하는 기존 방역 체계는 뚫린 것"이라며 "사망 위험을 낮추고 병원 내 감염을 줄이고 의료진 감염을 피할 수 있도록 보건소부터 중소병원, 상급종합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등 의료전달체계상 각자의 역할을 정부 보건당국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지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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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2월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사진=뉴시스

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 등은 정부에 위기상황기간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선별진료를 맡은 급성기병원 응급실에서는 일반 응급환자의 노출과 의료기관내 유행의 위험이 상재한다"며 "경증 의심환자가 확진검사를 위해서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확진자의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증 의심환자의 선별진료는 보건소로 일원화하는 것을 권고한다"며 "의료기관 응급실은 외래나 입원 등 일반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서 코로나19를 감별하는 역할을 담당해 의료기관내 전파를 차단, 일반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차세대염기서열분석)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한 논문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마크로젠과 서울대학교병원 공동 연구팀은 NGS 기술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대한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고 2월 19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중국 우한 지역에 거주하다가 국내 입국 후 코로나19로 확진된 환자의 호흡기(구강 인두) 샘플을 채취했다. 이를 세포에 접종해 바이러스 순수 배양에 성공했다. 증식한 바이러스를 투과 전자현미경을 통해 확인한 결과, 끝이 왕관처럼 뾰족한 모양으로 동그랗게 형성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입자를 확인했다. 이후 NGS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장 유전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환자에서 분리된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과 99.7% 일치했다. 9개의 유전적 변이도 발견했다. 다만 이 유전적 변이가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가지는지는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연구 결과 분리된 바이러스 이름을 ‘BetaCoV/Korea/SNU01/2020’로 명명했다. 향후 공동 연구팀은 국내 확진자의 샘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마크로젠 양갑석 대표는 “NGS 기법을 활용해 최단 시간 내에 전장 유전체 분석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9개의 변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는 확진자 개인별 보유 바이러스의 유전적 특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중앙임상TF 자문위원장이자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인 오명돈 교수는 “바이러스 전장 유전체를 빠르게 분석해 바이러스 분리주의 특성을 단시간 내에 밝힐 수 있었다"며 “이러한 기법은 향후에도 국내 유입되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신속히 밝히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20-02-19]   김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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