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명희 고문의 집을 찾아갔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회동을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 이명희 고문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자신의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벌이다 집안을 어지럽히는 등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인 것은 총수 일가 사이에서 경영권에 대한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고문이 향후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될 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조 회장 측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지며 이번 소란이 빚어졌다는 진단이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 발표를 하며 "조 회장이 공동 경영에 대한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가족 간 경영권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며 분쟁 조짐이 드러난 상황이다. 이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향후 주총 표 싸움에서 어느 한 쪽의 편을 들면 기존 경영 체제에 균열이 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은 엇비슷하다. 조현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각각 6.47%, 5.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의 주요 주주는 KCGI(지분율 17.29%)와 델타항공(지분율 10%) 및 최근 지분을 늘린 반도건설 계열사(한영개발, 대호개발, 반도개발 등 6.28%) 등이다.
만약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 조 전무가 손잡고 지분을 합하면 지분율은 18%대로 껑충 뛴다. 이는 단일최대주주인 KCGI보다 높은 지분율 수준으로 조 회장의 경영권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조 전 부사장 측의 입장 발표가 이 고문, 조 전무 등과 공감대를 이룬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소동과 관련해 "이 고문의 자택 안에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정확한 상황은 오너 일가의 개인적 일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번 사안은 피해자인 이 전 고문의 고소 없이 바로 경찰의 인지수사가 가능한 존속상해에 해당된다"며 "조원태 회장은 흉기로도 쓰일 수 있는 불쏘시개를 사용해 유리창과 기물을 파손했다. 특수폭행과 존속상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당사자 고발 없이 곧바로 경찰의 인지수사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