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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전문가를 의심하세요!

“전문가 견해·진단 오류 많다면 정확한 것 골라내는 일 중요"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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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전문지에 발표되는 학술 논문은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의사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습득해 건강에 보탬이 되는 정보를 시나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령 성인병을 예방하려면 어떤 운동을 하고 머리를 좋게 만들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므로 무한한 신뢰를 받는다. 그런 의사들이 지나치게 자주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월 초순, 미국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프리드먼이 펴낸 '과오(Wrong)'에 따르면 '세계적인 의학 전문지에 발표된 연구 내용 중에서 3분의 2에 대해 몇 년 안에 이의가 제기되며 설상가상으로 미국 의사가 보유한 전문지식은 90%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의학뿐 아니라 경제, 과학기술, 스포츠, 문화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실수를 하고 있다고 폭로한다.
 
2008년 세계 경제 불황의 원인에 대해서 국가 정책을 자문하는 학자부터 개인 기업의 참모에 이르기까지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제때 내놓지 못했다. 또 비만이 사회적 문제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체중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하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텔레비전에서 하루는 커피와 포도주가 몸에 좋다고 열변을 토하는 전문가를 보여주다가 다음 날은 정반대로 이야기하는 전문가가 나타나기도 한다. 명색이 전문가란 사람들이 동일한 문제를 놓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사례는 끝이 없다.
 
'과오'는 '다이어트, 허리케인 대비책, 경영자로 대성하는 비결, 증권시장,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 아이들이 밤에 잘 자게 하는 방법, 가정의 가치, 결혼 생활에 성공하는 열쇠, 비타민, 행복하게 사는 법, 대량살상무기 따위의 광범위한 쟁점'에 대해 전문가들이 서로 상충된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일반대중은 그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온라인판 6월 29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프리드먼은 누구나 전문가의 말에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뇌를 들여다본 결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잠깐이나마 뇌 활동이 중단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기 때문에 뇌 기능이 멈춘다는 뜻이다.
 
전문가의 견해나 진단에 오류가 많다면 정확한 쪽을 골라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건초 오두막에서 바늘 한 개 찾는 일'에 비유될 정도로 쉽지 않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설명이다.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이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쏟아내고, 대중은 항상 새롭고 자극적인 지식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함량 미달의 전문가에게 얼마든지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금방 오류가 들통 나는 전문직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상학자는 일기 예보가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대중의 불신을 받는 전문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기상학자보다 훨씬 더 자주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10년 7월 24자   

 
 
 

 

[입력 : 2020-03-11]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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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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