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흥해라!"
‘짜장면이 싫어지고 뽕짝(트롯)이 좋아지면 진짜 어른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짜장면보다는 얼큰한 짬뽕이 좋아진 지는 꽤 됐지만 ‘뽕필(feel)’을 제대로 느끼기엔 아직은 어린(?) 중년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쩌나! 요즘 ‘뽕다발’에 푹 빠져버렸다. 뽕다발은 미스터트롯 유력한 우승후보자 임영웅이 팀미션 경연을 위해 꾸린 팀이다.
“보랏빛 엽서에 실려 온 향기는 당신의 눈물인가 이별의 마음인가 음음음...“
가수 설운도가 불렀다는 <보랏빛향기>라는 이 노래가 임영웅이라는 ‘트롯돌’이 부르니 내게는 달콤한 발라드로 들리는 기적(?)이 일어난 듯하다. 한마디로‘새롭다’! 기존의 뽕짝과는 분명 다르다.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트로트 열풍을 일으키며 전국을 휩쓸고 있다. 지난 주 시청률이 32%를 넘어섰으니 열풍을 넘어 태풍이라고 해도 지나치다고 만은 할 수 없지 않을까? 이미 미스트롯을 통해 송가인이라는 숨은 실력자를 발굴해 낸 TV조선 제작진 측도 미스터트롯의 인기가 이 정도까지 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든 중장년층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전통가요 트로트가 ‘트롯돌’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이렇게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며 사랑받게 될 줄은 말이다.
이제 미스터트롯은 두 회를 남겨놓고 있다. 14명의 출연자 중 7명의 결승자를 가리고 그 중 최종 진선미를 가린다고 한다. 그러나 14명의 준우승 진출자들은 이미 각자의 팬층을 확보하며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임영웅이나 영탁, 김호중, 이찬원 등은 개인 유튜브 조회수만도 몇 백 만회 이상이니 그야말로 반짝반짝 작은 별들의 전쟁이다.
이 정도면 결승진출자 7명을 가리고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 뭐 그리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들을 심사하는 마스터들마저도 심사위원으로 그 자리에 와 있는 것인지 콘서트의 관객으로 와 있는 것인 모르겠다고 할 정도이니 출연자들의 실력을 논하는 것 또한 이제는 무의미한 일이지 싶다. 기본기는 물론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새로움을 장착하고 그동안 수없이 갈고 닦았을 기량을 죽을 힘을 다해 끌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에게는 기성가수에게서 느낄 수 없는 ‘드라마’가 있다. ‘간절함’은 열정을 넘어선다고 했던가? 이들의 드라마는 저마다의 ‘간절함’에서 나온다. 이번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무대일지도 모른다는 ‘절박함’과 이번에는 꼭 나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간절함’은 출연자가 무대에 오르는 첫 걸음에서부터 ‘짠’하게 전해진다. 이 ‘짠’함은 진정성을 담은 진한 감동으로 듣는 이의 가슴 깊은 곳까지 ‘찐’하게 울린다.
어릴 때부터 트롯 신동으로 주목받으며 성인이 될 때까지 각종 무대에서 트롯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찬, 이희재, 20대 초반 화려한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솔로 발라드 가수로 트롯가수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장민호,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모델로 성악을 전공하고 트롯가수가 되기 위해 도전한 김호중,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군고구마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생활고를 견뎠다는 임영웅에 얼마 전 부모님 같은 할아버지를 여읜 이제 14살 정동원까지 실력 면에서는 기성가수를 능가하지만 모두 뜨지 못한, 메이저 무대에 목마른 ‘무명가수’다. 그러니 어찌 이 무대가 간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해본 사람은 안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지 못한 각자의 ‘무엇’을 위해 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갈구하며 절망하며 눈물짓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위로받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이 상투적인 말이 오늘만큼은 꿈을 이루려는 간절한 이들의 신통한 주문이 되어 준다면 좋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들 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