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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천국의 계단이 내 앞에 있었네"

글·사진  김용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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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마을은 색채의 향연을 벌이 듯 다채로운 색상의 건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산토리니는 동화에서나 보는 듯 아름답다. 아테네에서 느낀 감정을 산토리니에서 접목시킨다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산토리니는 새로운 느낌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여행 중에 들었던 음악도 이곳에서는 선곡을 다시 해야  분위기가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재즈나 감미로운 샹송 같은 곡이 어울릴지 않을까?  

 

산토리니 티라 공항에 그런 설렘으로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혹시 마중 나온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공항 청사는 의외로 초라하다.
 
공항보다는 시외버스터미널과 같은 느낌이다.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택시는 전부 검정색 벤츠였다. 아테네의 도요타 택시와는 격이 다르다. 숙소가 있는 피라 버스정류장 부근까지 갔다. 20분 정도 걸렸다. 요금은 40유로. "헉 " 

 

 

절벽 위에 세워진 피라마을 전경. 

 

 

피라 마을의 정교회 지붕은 파랗다. 

 

 

이아 마을의  정교회 종탑이 소박하다.
 
산토리니에 오기 위해 아테네에서 오전 6시쯤 숙소를 나왔다. 공항까지 가는 버스가 신타그마 광장에 있었지만 숙소에서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는 좀 먼 거리였다.
 
아테네의 인도는 보도블록이 돌덩이여서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택시를 이용했다. 60대로 보이는 기사는 친절했다.
 
하지만 그는 바쁜 것이 없다는 듯 택시를  천천히 몰았다. 절대 과속을 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60킬로 전후로  차를 몰았다. 공항까지는 30분 정도 밖에 여유가 없었다. 좀 빨릴 달릴 수 없느냐고 재촉을 했지만 웃으면서 고개만 끄떡 일뿐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정액제 요금 35유로를 건넸더니 50유로란다. 인쇄된 요금 표에는 오전 6시 이전 50유로.
 
산토리니 택시는 미터기가 없기는 아테네와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기사가 부르는 게 요금이다. 벤츠까지 타면서 요금을 미리 물어보는 것도 우습다. 어차피 이국땅에서 호갱이 된들 어떡하겠는가. 웃으면서 "땡큐" 하는데. 

 

 
고가의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벽면의 색깔과 화분과 꽃이 잘 어울린다.  

 

 

담장에 분재와 장미를 조화롭게 심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자마자 매니저인 듯한 친구가 유창한 영어로 요트, 크루즈, 바다낚시  등  관광 상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 "나는 마을을 걸어 다니면서 사진이나 찍다 갈 것"이라고 말하자 "입실까지는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라며 식사나 하고 오란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마을 구경에 나섰다. 숙소가 피라 마을버스터미널 부근에 있으니 피라 마을부터 구경에 나섰다.
 
산토리니는 바다를 향해  두 개의 마을이 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오면 처음 도착하는 곳이 피라 마을이다. 그다음이 이아마을이다. 굳이 이아마을에 숙소를 정하지 않았다면 피라 마을부터 구경하는 것이 순서다.
  

 

화산으로 작은 섬이 된 전망대가 보인다. 

 

 
유람선들이 인근 섬으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피라 마을 아래에서 정상까지 실어주는 동키 택시.  
 
버스터미널에서 비좁은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곳에서는 숨을 헐떡이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걸음 못가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촬영에 분주해진다. 보이는 곳이 다 인생 샷이고 굿샷이다. 새롭고 아름답다. 하얀색의 건물, 파란색의 창문, 이름 모를 빨간 꽃이 담장에 걸쳐 있다.
 
이곳의 건축물은 대부분이 호텔이고 레스토랑이다. 마을 초입에는 쇼핑을 할 수 있는 점포들이 겹겹이 들어서 있다.  
 
산토리니에 오기 전에 많은 사진을 보았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 하얀 건축물과 파란색 지붕의 교회. 신들의 나라에서 그들이 믿던 신들은 과연 어디로 모두 떠났을까.
 
이제  그리스 국민의 95%가 먼이웃 나라의 신을 믿는 동방 정교회 신자들이다.  파란색 지붕은 바로 정교회의 상징이다.   

 

 

파란 컬러와 재미난 소품들로 꾸며 놓은 패션 상점. 
 

 

소파에 신발을 올려 놓은 재치가 돋보인다.  

 

 

서점의 유니크한 솜씨가 눈길을 끈다.  
 
피라 마을이나 이아마을에서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 머무르려면 1박에 최소 20만 원 이상은 지불해야 한다. 비싼 곳은 1박에 백만 원이 넘는 럭셔리 호텔들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전망 좋은 곳에서 와인을 마시며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요즘은 그런 곳을 허니문 패키지로 이용하는 신혼부부들도 많다고 한다. 
 
이곳의 건축물은 단층 구조다. 규모도 크지가 않다. 객실 규모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모텔급 수준이다.
 
그런데 아름답게 지었다. 같은 모양을 한 건축물이 하나도 없다. 배치 공간이 다르고 화분 하나 소품 하나도 개성 있게 배치를 했다.
 
"저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을까" 이곳의 건축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조화로움에 있다. 툭하고 튀어나올만한 곳도 랜드마크도 없다.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바다를 향한 골목길에 빨간 담장이 인상적이다. 

 

 

피라 마을 정상에 올라가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골목 담벼락에  그래비티가 운치를 더해준다. 
 
피라 마을이나 이아 마을도 정상에 올라서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규모가 작다.
 
그냥 마을 공동체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 이런 작은 규모의 마을이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발돋음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상상은 어떨까. 하얀 배경 위에 나는 하나의 점이 되어 푸른 물결을 바라본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에 입맞춤하며 싱싱한 지중해식 식단으로 포만감 있게 식사를 마친다.
 
주위에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잠시 잊었던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리고 좋았던 추억들을 회상한다.  저녁이면 붉게 물들이는 석양에 나를 묻는다.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림엽서를 꾹꾹 눌러쓴다. 그리고 또 다른 나를 찾아 나선다.
  
한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을 길을 따라가다 보면 프라이빗(private)이라고 쓰인 푯말에 길이 막힌다.
 
사유지라고 문을 닫아 놓았다. 그런 곳을 기어코 들어가 사진을 찍어대는 한국이나 중국 관광객들이 많은지 한국어와 중국어로 '사유지'라고 커다랗게 푯말을 걸어놓은 곳도 눈에 띄었다.
 

 

이아마을에는 개성 있는 건축물들이 많아 사진 찍기에 좋다.  

 

 

흰색의 단조로움을 피해 알록달곡한 색상의 건축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소품들을 이용해 개성 있게 꾸며 놓은  정원들이 많다.

  

이곳에 숙소를 정한 사람들은 캐리어를 끌고 여기까지 오르는 데 엄청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하얀 유니폼을 폼 나게 차려입은 호텔 종업원들이 고객들의 짐을 어깨에 메고 승차할 수 있는 곳까지 들어다 준다. 
 
서비스부터 격이 다른 것이다. 나는 이런 곳에서 숙박을 할 수는 없지만 식사 정도는 괜찮겠다 싶었다. 붉은 석양이 길게 드리우는 레스토랑에 자리 잡았다. 이곳의 명물인  그릭 샐러드와 문어요리, 연어가 들어가는 햄버거인지 샌드위치도 함께 시켰다.
 
그릭 샐러드는 아테네에서 먹어 보았으니 다른 맛을 찾기 어려웠다.  문어요리는 짭짤한 것이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았다. 연어 햄버거는 내가 맛본 햄버거 가운데  최고의 음식이었다.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다. 별 다섯 개가 부족하지 않았다.
 
 
 
큼직한 문어다리 요리는 짭짤한 것이 호불호로 갈린다. 

 

 
토마토 적양파 오이 위에 페타치즈를 얹어 올리브유로 버무린 그릭샐러드. 
 
 
 
연어와 크림치즈를 넣어 만든 햄버거는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다. 

 

이아마을은 피라 마을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아마을은 피라 마을에 비해 훨씬 세련되었다. 피라 마을은 온통 흰색과 파란 지붕뿐이지만 이아마을은 알록달록하다. 노란색과 빨간색도 눈에 많이 띈다.
 
정교회 지붕도 다양하다. 피라 마을이 청결한 느낌이라면 이아마을은 포근하다. 색상이 따뜻한 계열의 색들이 많아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엄청난 관광객들이 골목을 메우고 있다.
 
이아마을도 아래서부터 골목길을 따라 정상까지 오르면 된다.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골목마다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곳은 사진 피사체의 소재가 피라 마을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건축물도 개성 있게 눈길을 끄는 것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배경에 어울리는 옷들을 챙겨 입고 나왔다. 청색과 빨간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다.
 
어차피 산토리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놀이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적지가 있는 곳도 아니다. 오직 마을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건물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열심히 인생 샷을 찍는 게 전부다.
  
 

 

이아마을에서 멀리 작은 섬들 사이로 석양이 붉게 내려앉았다. 

 

이아마을도 정상에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런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만 수백 장을 찍어댔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일정을 보냈다.
 
  

[입력 : 2019-11-09]   김용길 여행작가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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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 여행작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홍보실을 거쳐 중앙일간지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다. 이후 편집회사 헤드컴을 운영하며 국내 공공기관·기업체 사보 등 2000여권의 홍보물을 편집·제작해왔다.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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