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 눈에 늙은이는 건망증이 심하고 불행하며 성적으로 무기력한 존재일 따름이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동서양의 거의 모든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월 중순 미국 심리학자 4명이 공동집필한 '통속심리학의 50대 신화(50 Great Myths of Popular Psychology)'는 늙은이라고 해서 모두 기억력이 나쁘거나 불행한 것은 아니며 성적으로도 결코 무능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물론 나이가 들면 인지능력이 극적으로 쇠퇴한다. 기억력이 감퇴해 잘 잊어버리고 말하는 동안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숫자, 물건, 영상을 다루는 능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80살에도 뇌에 질환이 없으면 지능과 언어능력이 반드시 최악의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많은 예술가들은 60대 이후에 대표작을 내놓았다. 하이든은 '천지창조'를 66살에 작곡했고 소포클레스는 75살에 '오이디푸스 왕'을 썼으며 괴테는 81살에 '파우스트'를 탈고했다. 앵그르는 대표작 '터키탕'을 82살에 그렸다.
 
노인은 외롭고 불행하다는 고정관념 역시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여러 연구에서 늙은이가 젊은이 못지않게 행복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에서 가장 행복한 집단은 65살 이상의 남자로 나타났다. 행복은 60대 후반부터 오히려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인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88살 노인의 3분의 1이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젊은이에 비해 나이 든 사람들이 부정적인 기억보다 긍정적인 과거를 더 회상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아마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 현상인지도 모른다. 우울증 발생 빈도에 관한 통계에서도 노령층보다 25~45살에서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속심리학의 50대 신화'는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나이를 10살 먹을 때마다 5%씩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노인에 대한 오해 중에서 가장 그럴싸한 것은 늙은이들은 성적 욕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살투성이인 노인네가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면 주책바가지라고 비아냥대고 민망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57~64살은 73%, 65~74살은 53%, 75~85살은 26%가 성교를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75~85살 남자의 4분의 3, 여자의 절반 이상이 섹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어도 성욕은 살아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영국의학저널(BMC)' 3월 9일자에 실린 미국 시카고대 연구결과에 의해 어지간히 뒷받침된다.
 
미국 노인 중에서 65~74살 남자는 67%, 여자는 40%가 지난 1년간 섹스를 했으며 75~85살 남자의 3분의 1, 여자의 17%가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인간은 마지막 숟가락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본능에 충실한 동물인 것이다.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10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