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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들은 왜 봄을 탈까?

“봄 열병 역시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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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봄을 탄다는 말이 있다. 최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인터넷 판에는 이러한 속설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전문가들의 견해가 소개되어 있다. 봄철에 얼굴이 붉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나른해지며,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어 고통스럽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증상은 ‘봄 열병’(spring fever)이라 한다. 봄 열병은 의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질병 아닌 질병이다.
 
계절의 변화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몸 안의 생체시계를 통해 낮의 길이를 측정해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체시계는 전문 용어로 ‘SCN’(suprachiasmatic nucleus)이라 불린다. SCN은 신경세포(뉴런)의 덩어리로 크기는 쌀 한 톨 만하다. SCN은 하루에 24시간 째깍거리는 시계이다.
 
포유동물은 시상하부 안에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시상하부는 뇌의 바닥 부분에 있는 납작한 포도 모양의 조직으로 성욕, 체온, 갈증, 공복에 영향을 미친다. 크기는 작지만 시각, 미각, 촉각 등 감각정보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심장이나 내장 같은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호르몬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시상하부의 신경회로는 눈의 망막으로 연결되어 있다. 광선이 눈꺼풀 사이로 망막에 스며들면 망막에 분포한 특수 세포들이 빛을 감지한 뒤 시상하부로 이어진 신경회로를 통해 SCN으로 빛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다.
 
SCN은 이 정보를 송과선(松果腺)으로 보낸다. 완두콩 크기의 송과선은 대뇌의 바닥에 위치하며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한다. 멜라토닌은 빛의 상태에 따라 송과선에서 생성된 다음에 혈액 속으로 방출된다. 멜라토닌은 낮에는 생성되지 않고 어두울 때만 분비되므로 수면 호르몬이라 불린다. 겨울에는 여름보다 더 오랜 기간 멜라토닌이 생성된다. 겨울에 밤의 길이가 여름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낮이 점점 길어지면서 멜라토닌의 분비량도 줄어든다.
 
멜라토닌이 밤에만 많이 분비되는 메커니즘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본지 4월 2일자 보도). 포스텍 생명과학과의 김경태 교수와 김태돈 박사 연구팀은 송과선에서 밤이 되면 멜라토닌 합성을 시작하게 하는 단백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여 국제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번 연구는 멜라토닌 분비 이상에 따른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멜라토닌은 낮의 길이에 따라 계절마다 분비되는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면, 성욕, 식욕, 사회 활동 등 심신 양면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절적 정서장애’(SAD)라 불리는 겨울우울증이 멜라토닌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철에 많은 사람들이 정서 장애를 일으킨다. 이들은 밤이 되면 우울해지고 생각이 뒤죽박죽 된다. 성욕은 갑자기 떨어지고 식욕은 왕성해서 체중이 불어난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세상만사에 시큰둥하다. 이러한 겨울우울증은 짧은 겨울 낮에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발병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원(NIMH)의 토머스 웨르 박사는 겨울철에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보다 3배 가량 많이 겨울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의 발병률이 높은 까닭은 남자보다 빛에 더 민감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봄이 되면 남녀 불문코 기분이 고조되고 몸이 나른해지지만, 특히 처녀들이 봄을 타는 이유는 빛에 민감해서 멜라토닌의 분비가 겨울철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봄의 낮 길이와 인간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봄 열병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지만,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겨울우울증이 실재하는 것처럼 봄 열병 역시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07년 5월 5일자
 

 

[입력 : 2020-04-22]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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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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