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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얼마나 많으면 행복할까?

‘富욕망’만 채울 때 '삶의 의미' 알 수 없는 이유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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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행복경제학(happiness economics) 연구자들이 답을 찾고 있는 핵심 질문이다. 초창기 행복경제학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긴 이론은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이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2차 세계대전에 패망한 뒤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일본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분석했다. 1950년부터 1970년까지 일인당 소득은 7배나 늘어났지만 삶에 만족하는 일본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유해졌지만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다. 1974년 이스털린은 경제 성장이 반드시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행복은 절대소득보다 상대소득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스털린 역설은 사회과학의 표준이론이 되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나서 이스털린 역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자 벳시 스티븐슨과 저스틴 울퍼스는 여러 나라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부자나라 국민들이 더 행복하며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8년 반 연간 '경제활동에 관한 브루킹스 논총(BPEA)' 봄호에 발표된 100쪽이 넘는 논문에서 미국의 경우 한해 가구 소득이 25만 달러를 넘는 사람은 90%가 매우 행복하다고 응답한 반면 연소득 3만달러 미만인 사람은 42%만이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돈을 많이 벌수록 행복을 더 느낀다는 연구결과는 34년간 난공불락이던 이스털린 역설을 뒤집어엎은 셈이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돈이 많으면 고가의 저택에 살고 해외여행도 실컷 다니는 기회가 많을 테지만 삶의 즐거움까지 실컷 누리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벨기에 심리학자 조디 큐오이드바흐 주도하에 여러 나라 학자가 참여한 공동 연구에서 부유한 사람일수록 살아가는 재미를 만끽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6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돈이 많으면 가장 비싸고 귀한 것들만을 소유할 수 있지만 돈이 끝내 사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돈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돈으로 욕망을 채우고도 삶의 잔재미를 느낄 수 없는 까닭은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갈망하는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미국의 행복학 전문가 손저 류보머스키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온라인판 8월 10일자에서 돈이 많은 사람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믿게 되면 갈수록 낭비를 하게 되므로 결국 삶을 즐기는 능력을 훼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인의 20%가 2년마다 새 자동차로 바꾸지만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처럼 돈이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돈으로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을 궁리해서 실천할 것을 권유한다. 이를테면 가족과 여행을 자주 떠나거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기부를 하면서 얼마든지 행복감을 맛보면 된다. 어쨌거나 돈을 잘 활용해 행복한 나날을 보낼지 아니면 돈의 노예가 되어 피곤한 삶을 살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 같다. 출처=《마음의 지도》, 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10년 10월 9일자
 
 
 

 

[입력 : 2019-12-18]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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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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