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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와 소유효과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진정한’ 소유의 의미에 대한 단상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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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효과는 아끼는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단지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損失)로 여기는 심리 상태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쪽으로 결정하는 성향을 손실회피(loss aversion)라고 한다. 한마디로 손실회피는 `밑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뜻이다. (중략)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 문화권에서는 소유물을 확장된 자아로 여기기 때문에 집단 귀속감이 강한 아시아 문화 쪽보다 더 강하게 소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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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범우사에서 처음 출간된 《무소유》는 법정 스님의 대표 저서가 됐다. 사진은 2004년도판 표지. 오른쪽은 필자의 최신작 《마음의 지도》.

 

‘부처님오신날’ 자주 떠올리는 화두 하나는 무소유(無所有)다. 무소유는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집착을 벗어난 삶의 모습을 나타내는 불교 용어다. 석가모니는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제자에게 "무소유에 의지하면서 번뇌의 흐름을 건너라"고 가르친다. `숫타니파타`를 번역한 법정 스님(1932~2010)은 1976년 펴낸 수필집 `무소유`에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소유 욕망은 인간 특유의 본성일 뿐만 아니라 자기정체성 확립을 위해 필수적인 본능으로 여겨진다.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1890년 펴낸 저서에서 "사람의 자아(自我)는 그가 자신의 소유라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들, 가령 몸이나 영혼뿐만 아니라 옷, 집, 아내와 자식들, 조상과 친구, 명성, 직업, 은행 예금 따위를 모두 합친 것"이라고 썼다. 이를테면 우리가 소유한 것이 우리가 누구인가를 설명해준다는 뜻이다. 소유물을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라고 할만도 하다.
  
우리는 물건이건 사회적 지위이건 일단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1980년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명명했다. 탈러는 한 병에 5달러 주고 구매한 포도주가 50달러가 됐음에도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 상태를 소유효과의 예로 들었다. 소유효과는 한마디로 `내 것이면 무조건 최고`라는 뜻이다.
   
소유효과의 존재는 1984년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실험 참가자를 3개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집단에는 커피 머그(원통형 찻잔)를 주고 초콜릿과 교환하게 했다. 두 번째 집단에는 첫 번째 집단과 거꾸로 초콜릿을 주면서 머그와 교환할 기회를 부여했다. 세 번째 집단은 머그와 초콜릿 중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고르도록 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집단의 89%는 머그를 초콜릿과 교환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집단에서는 90%가 초콜릿을 머그와 바꾸지 않았다. 초콜릿보다 머그를 선택한 비율은 10%인 셈이다. 두 집단에서 머그를 선호하는 비율이 각각 89%와 10%로 큰 격차를 나타낸 것은 소유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집단은 거의 50% 비율로 머그와 초콜릿을 선택해 소유효과가 없는 상태에서는 물건에 대한 평가에 치우침이 나타나지 않음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소유효과는 아끼는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단지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損失)로 여기는 심리 상태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쪽으로 결정하는 성향을 손실회피(loss aversion)라고 한다. 한마디로 손실회피는 `밑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뜻이다.
 
손실회피는 이스라엘 출신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1979년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논문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2008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브라이언 넛슨은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 6월 12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 안에 손실을 회피하려는 부위가 존재해 소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넛슨은 24명의 남녀 뇌에서 전두엽에 자리 잡은 측위신경핵(nucleus accumbens)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들여다보는 실험을 실시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소유효과의 핵심 요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소유효과는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프랑스 심리학자 윌리엄 매덕스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12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동아시아 대학생들이 서구 젊은이들만큼 소유효과가 강력하게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 문화권에서는 소유물을 확장된 자아로 여기기 때문에 집단 귀속감이 강한 아시아 문화 쪽보다 더 강하게 소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마음의 지도>,   매일경제 '이인식과학칼럼'  2016년 5월 14일자
 
 
 
 

 

[입력 : 2019-05-10]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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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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