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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보고 자빠지자

그림이 말을 걸어올 때

이카루스의 추락

글  이수정 아인아르스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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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기 전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우리는 지금 화가다. 역사화나 종교화, 신화를 주로 그리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화가로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성당의 벽을 장식할 그림을 주문받은 상태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금화로 넉넉히 받아두었다. 우리가 그려야 할 그림은 '이카루스'의 신화에 관한 것이다.
 
아테네의 뛰어난 건축가이자 발명가인 다이달로스는 그는 조카이자 제자인 페르딕스의 솜씨를 시기해서 그를 죽이고 아테네를 떠나 크레타 섬에 오게 되었다. 미노스 왕을 위해 여러 가지 유용한 것들을 만들어 주었던 다이달로스는 왕의 보호를 받으며 살다가 미노스 왕의 시녀 나우크라테와의 사이에서 아들 이카루스를 낳았다.

어느 날 미노스 왕의 아내 파시파에는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와 간음하여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는데 이 괴물을 탐탁지 않게 여긴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영원히 가둘 수 있는 미궁 라비린토스를 다이달로스에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다이달로스가 파시파에의 간음을 알고도 방조한 사실을 알게 된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둔다.

자신이 만든 미궁이었지만 빠져나올 수 없었던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하늘로 날아 탈출한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에게 태양이 가까워지도록 너무 높게 날지 말 것, 그렇다고 너무 낮게 날아 바닷물에 날개가 젖어서도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난다는 것에 도취된 이카루스는 너무 높이 날아오르는 바람에 태양의 열에 밀랍이 녹아 에게해(海)에 떨어져 죽는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실려있는 이카루스 신화는 끝없이 도전하는 진정한 영웅의 면모를 말하거나 인간의 무모한 욕망을 표현하기도 하며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리스의 공군사관학교는 하늘 끝까지 날아가려 한 이카루스의 이름을 따서 일명 이카루스 학교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처음의 전제로 돌아가서 우리는 지금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려 한다. 잠시 머릿속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생각해보자.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그들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할까? 다이달로스의 나이는? 이카루스의 나이는? 두 사람이 입은 옷은 어떤 모양일까?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이어 붙인 날개는 어떻게 등에 달았을까?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을 그릴까? 아니면 막 떨어지기 시작한 모습을 그릴까? 날아오르는 이카루스의 도취된 표정을 표현할까? 추락하는 이카루스의 모습을 본 다이달로스의 표정은 어떻까? 그 둘의 배경은 어떤 모습으로?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낮의 색상으로 표현할까? 해가 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그릴 것인가?

머릿속으로 그림이 완성되었다면 오래전 많은 대가들이 그린 이카루스의 그림과 비교해보자.
   
   
왼쪽의 그림은 메리 조제프 블롱델이 1819년 그린 루브르 박물관의 아폴로 원형 천장 채색화이고, 중앙의 그림은 만추올리가 1570년에 그린 이카루스의 추락, 오른쪽의 그림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가 1898년 그린 이카루스를 위한 탄식이다.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화가들은 그들의 상상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물론 이 그림들 외에도 많은 화가들이 이카루스를 그렸다. 각각의 화가들이 선택한 연출과 표현 방식을 비교하며 그림을 보는 것도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이다.

맨 처음의 가정으로 돌아가 내가 그린 상상의 이카루스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많은 대가(大家)들이 그려낸 이카루스의 그림을 보고난 후 다시 그림을 그린다면 어떻게 그릴지 생각해보자.

그림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조망을 하는 차원으로 끝나지만, 한 발자국 그림 앞으로 다가가 “나라면 어떻게 그릴까"라고 질문하며 보게 되면 이전까지는 잘 보이지 않던 그림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 내가 그림을 향해 한발자국 다가가 문을 열어주는 순간 그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피터 브뤼겔의 1558년작 ‘이카루스의 추락’.
 
   
마지막으로 이카루스의 추락을 가장 창의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소개한다.
 
이런 그림을 볼 때 우린 “아! 허를 찔렸어!"라는 느낌을 받게 되며 우리의 상상력이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그림에게 슬며시 마음을 열어보라. 조심스레 그림이 던지는 이야기가 들리는지

피터 브뤼겔의 1558년작 ‘이카루스의 추락’이다. 이 그림의 제목이 ‘이카루스의 추락’ 맞느냐고? 맞다! 이카루스를 찾아내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입력 : 2018-12-23]   이수정 아인아르스 대표·작가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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