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최근에 운전자보험 가입하라는 전화나 문자 받아보지 않으셨나요? 지난 4월 한달간 운전자보험의 판매건수(신계약)는 83만건으로 1분기 월평균 대비 2.4배에 달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시 처벌이 강화된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의 공포마케팅을 펼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어린이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개정된 것이 운전자가 알아야할 민식이법의 골자인데요, 물론 모든 운전자는 어느 곳에서나 안전운전을 해야겠지만, 스쿨존에서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 운전을 해야할 이유가 하나더 추가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민식이법과 운전자보험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우선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의 보장범위를 자세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운행중인 모든 자동차는 예외없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운전을 하는 모든 사람이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보험이 ‘차’를 기준으로 금전적인 손해를 담보한다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를 기준으로 형사적 책임까지 보장합니다.
자동차사고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자동차보험은 민사적 책임을, 운전자보험은 형사적, 행정적 책임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벌금], [형사합의금], [변호사선임비] 등이 바로 그런 비용인데요, 특히 교통사고 피해자가 중상해 이상의 피해를 입어 형사적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를 위해 대비하는 것이 운전자보험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동안 교통사고로 인한 가장 무거운 벌금이 2천만원 수준이었는데, 민식이법에서 3천만원으로 올린 것을 보험사들은 놓치지 않고 마케팅포인트로 삼은 것이지요.
많은 분들이 이미 운전자보험에 가입하고 있을 것입니다. 단독으로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손보험이 포함된 종합보험의 특약에 형사책임비용이 들어있거나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보험의 특약으로 들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가 됐든 일단 운전자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다시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생명보험이나 암보험 같이 정액을 보상해주는 경우에는 중복으로 가입하면 이중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손해보험에는 ‘이득금지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두 개의 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해도 실제 손실만 보상이 됩니다.
예를들어, L씨가 2천만원 한도 벌금 특약에 가입해 실제 1천 8백만원의 벌금을 냈다고 가정했을 때, 2개의 보험에 중복가입한 경우와 1개의 보험에 가입한 경우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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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A·B보험사 중복 가입 A보험사에만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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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보험회사 9백만원 1천 8백만원
B보험회사 9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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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1천 8백만원 1천 8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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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3천만원의 벌금이 나왔다면 차이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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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A·B보험사 중복 가입 A보험사에만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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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보험회사 1천5백만원 2천만원
B보험회사 1천5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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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3천만원 2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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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운전자보험에 가입해 있는데, 혹시 민식이법이 적용될까 불안해서 보장금액을 늘리고 싶다면, 가입하고 있는 보험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특약에 1천만원만 추가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벌금 3천만원까지 보장이 되는 운전자보험이라 하더라도 보험료는 1만원선일 것입니다. 그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면 아마 필요없는 다른 보장이 섞여있거나 아니면 적립보험료가 많아 해지환급금이 많은 상품이겠지요.
보험은 저축이 아니기 때문에 해지환급금이 많은 상품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보장만 받고 해지환급금이 없는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보험의 고유목적에 부합되는 것일 겁니다.
한달에 1만원을 내는 보험이라도 20년을 낸다면 240만원짜리 상품입니다. 여러분은 그 가격의 물건을 살 때 고민하는 정도로 충분히 숙고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계신가요?
특히 퇴직이 가까워지고 있다면 보험을 새로 가입하는 것에 더욱 신중하셔야 합니다. 퇴직후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은퇴설계의 첫걸음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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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6]
강성민 KBS PD·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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