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우리 전통의 산물이다. 그런데 여기에 흥미로운 변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중·고교를 거쳐 대학과 군 복무 시절에도 이어졌다. 그러다 외국 유학을 갔을 때 나이와 호칭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교수가 됐을 때 새삼 한국의 나이, 호칭, 서열 문화 등이 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적응해서 살다 보니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그런데 요즘 20대 청년들에게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호칭은 꽤 불편한 모양이다. 수평적 문화에 더 익숙한 요즘 20대들은 한두 살 차이 또는 입학 1~2년 차이로 선배 대접을 해야 하거나 ‘형’ ‘오빠’로 불러야 하는 것이 어색했을 것이다.
호칭을 ‘○○씨’로 바꾸는 데 긍정적인 반응도 있고,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고 한다. 긍정파는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하는 반면 부정파는 “벽이 느껴진다"거나 “후배들이 버릇이 없다"며 화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복학생 중에 후배들로부터 ‘○○씨’라는 말을 듣고 곤혹스러워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앞으로 5~10년쯤 지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인의 나이와 위계질서를 따지는 문화는 점차 사라질 것이며, 그에 따라 호칭도 중립적인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 나이가 많다거나 학교나 회사에 먼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권위를 내세울 수도 없고, 설사 그러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성별·직급·위계질서와 무관하고,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의미가 있는 ‘씨’는 호칭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젊을 때 선배들을 깍듯이 모셨는데, 막상 선배가 되니 후배들이 대우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 변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다.
어떻게 하면 될까? 선배·형·오빠로 불러주면 고마워하고, ‘○○씨’라고 부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