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에서 암예방 검진을 받는 일반인은 원치 않으면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국립암센터는 암예방 검진을 받으러 방문한 일반인에게 이런 내용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안내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암예방검진센터 명의의 안내문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고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원하지 않으면 검진 당일 안내 간호사에게 요청해 갑상선 초음파 검사와 해당 비용을 (검진비용에서) 빼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목 앞쪽에 만져지는 혹이 있거나 지속적으로 불편감이 있으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국립암센터는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는 근래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갑상선암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과잉진단 논란이 벌어지자 관련학회와 전문가들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를 구성, 작년 8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관련학회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갑상선암을 포함해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7대 암에 대한 국가 암검진 권고안(가이드라인)을 지난 9일 내놓았다.
이 권고안에서 국립암센터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을 일상적 선별검사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무증상 일반인이 갑상선암 검진을 받길 원하면 검진의 이득과 위해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하고 나서 검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갑상선암은 과다 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갑상선암으로 수술하면 드물지만 목소리 변화를 겪을 수 있으며, 부갑상선 기능저하로 칼슘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거나 수술범위에 따라 갑상선호르몬을 영구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일도 있다는 점을 검진에 따른 잠재적 위해로 반드시 설명하도록 했다.
국립암센터는 나아가 내부 논의를 거쳐 자체 시행하는 암예방검진 프로그램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항목을 아예 빼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암 가운데 갑상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다. 발생 증가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11년에는 약 4만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생겼다. 인구 10만명당 81명꼴로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지난 30년간 발생률은 30배 이상 증가했다. 인구당 발생률과 연간 증가율(23.7%)은 세계 의료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현상이다.
이에 대해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는 지난해 3월 갑상선암 과다진단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긴급대책을 촉구하면서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의료연대는 "심각한 자연재해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같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과다 진단 말고는 이토록 기형적인 갑상선암 증가의 원인을 달리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건강검진에서 조기 진단을 통한 갑상선암 ’발견율’ 증가 탓에 갑상선암이 급증하면서 암환자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고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정작 이들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하게 산다.
갑상선암은 한국에서 진단받는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9.9% 이상으로 거의 100%에 가깝다. 환자 중 겨우 0.1% 미만만이 갑상선암으로 숨질 뿐이다.
갑상선암이 대부분 매우 천천히 진행하고, 정기검진에서 조기발견하지 않아도 치료 성적이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갑상선암은 의료계에서 이른바 ’거북이 암’으로 불린다. 심지어 목에 멍울이 생긴 뒤에 진단해 치료해도, 5년 생존율이 아니라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일 정도로 암치고는 대단히 천천히 진행하는 순한 암이다. ■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