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1. 이슈
  2. 사회

연쇄살인범의 心理

“난 출소해서 로또에 당첨됐더라도 殺人 멈추지 않았을 것”

경찰 “이춘재 살인·강간 등 30여건 자백, 신빙성 검증 작업”...‘살인중독자’ 유영철의 15년 前 예측 “화성 연쇄살인범은 重刑 받아 교도소에 ‘숨어’ 있기 때문” “가장 공포스러웠던 순간은 사체 토막 내고 있을 때 걸려온 아들의 전화소리”

글  백두원 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이수정 교수는 “그에게 있어 사회를 향한 복수극인 것처럼 시작된 살인은 여성 살인에 이르러서는 거의 중독 수준에 다다르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의 살해동기가 거의 ‘살인에 대한 열망 수준’에 도달했음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도의 심리적인 저하와 심적 고통 그리고는 탈출구에 대한 절박한 모색, 포유류의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피해자 물색, 그리고는 살해와 시체유기, 그 후에 오는 완전한 긴장의 이완과 만족감, 이것이 바로 연쇄살인의 동기”라며 “살인이 반복되면서 나타난 현상은 바로 ‘중독’이었다”고 분석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0월 2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이 화성사건을 포함한 살인 14건, 강간·강간미수 30여 건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전담수사팀과 프로파일러를 투입, 총 9차례에 걸쳐 이씨에 대한 접견 조사를 실시했다.
 
이씨가 자백한 살인 14건, 강간·강간미수 30여 건의 사건은 군(軍)전역 시점인 1986년부터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1994년 사이 화성·수원·청주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14건의 살인사건은 10차례에 걸친 화성사건 가운데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과 다른 5건의 사건이다. 화성사건을 제외한 사건은 화성사건 전후 경기 지역에서 일어난 3건과 청주에서 발생한 2건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와 이씨가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를 뜻하는 ‘라포(rapport)’를 형성한 상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제시해 자백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씨의 기억이 단편적이거나 사건에 따라 범행 일시, 장소, 행위 등 편차가 있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기록과 관련 증거, 사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지속해서 이씨의 구체적 진술을 끌어내는 한편, 유사 사건의 관련성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과수에 추가 DNA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지금까지 국과수로부터 4, 5, 7, 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이씨의 것이 일치한다고 통보 받았다. 9건의 화성사건 가운데 4건의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된 것이다.
    
현재 이씨는 1994년 발생한 ‘처제 성폭행·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2004년 8월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뒤편 야산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을 마치고 이송되고 있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왼쪽). 그는 과거 월간조선에 보낸 편지를 통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 “살아있다면 교도소에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예언’했다. 사진=월간조선
 
한편 ‘살인중독자’로 알려진 유영철이 과거 월간조선에 보낸 편지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 “살아있다면 교도소에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예언’한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영철은 2000년 초반 무고한 시민 20여명을 살해하고 2004년 7월 검거돼 현재 사형수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유영철은 검거 직후였던 2004년 8월부터 2005년 3월까지 50여통의 편지를 월간조선 측에 보내 자신의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했고 사건 현장과 관련된 상황을 잔혹할 정도로 세밀하게 썼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대목은 2004년 10월 22일자 편지에 나온다.
 
<제가 왜 재판을 계속 거부하냐구요? 물고기의 IQ는 0.7이라는데 그런 물고기를 놓치는 낚시꾼들은 IQ가 얼마일까요? 하루에 한 명꼴은 사람이 죽어 나가도 열심히 순찰만 도는 경찰이나 힘들게 몇 번을 잡아 놓고도 쉽게 살인마를 놓치는 경찰들은 어느 나라 경찰일까요? 법조인끼리 소송이 걸렸다면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한 범죄자들이 심판하는 건 어떨까요? 제가 왜 재판을 계속 거부하냐구요? 제 인생과 목숨을 결정지은 자백이었는데 이만 하면 된 거 아닌가요?
(중략)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오랜 시간 감금됐다가 풀려나는 장면에서 사람 얼굴 만지며 감동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저도 가슴 뭉클하더라구요. 같이 영화 보러 갔던 여자가 이상하게 보는 거 있죠? 그런 감정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거죠. 영화 ‘실미도’의 북파공작원들이 마지막에 자폭하는 장면에서도 혼자 흐느꼈어요.
(중략)
영화 ‘살인의 추억’은 오히려(?) 재미없었어요. 실존하고 있을 그 진범은 저 같은 인간이 생각하기에도 맛이 완전히 간 것이라 생각해 버렸습니다. 할머니와 유치원생까지 강간, 살해하는 자(者)라. 아무리 살인에 미친 사람이지만 저 같은 살인마가 생각하기에도 그건 아니더라구요. 그 범인이 안 잡히는 건 아마 그가 사형수가 아닌 중형(重刑)을 받아 교도소에 숨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영철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살인의 추억’에 대한 감상평을 기록하면서 범인이 잡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교도소에 수감돼 있기 때문"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그의 추측에는 ‘만약 범인이 교도소 밖을 나올 때는 다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 이유는 연쇄살인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다.
   
유영철은 2004년 11월 26일자 편지에서 “로또에 당첨이 됐어도 살인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내가 2003년에 출소할 당시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더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말에 그냥 피식 웃음만 나오더라"며 “난 출소해서 로또에 당첨이 되었더라도 아마 살인은 멈추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그 돈으로 완벽하게(?) 아지트라도 만들어 내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편지에서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유영철의 편지를 분석한 소감을 월간조선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그를 직접 면담했던 심리학자와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그의 정신세계를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극심한 수준의 반(反)사회적 사이코패스라 단정했다"고 밝혔다. ‘사회에 대한 복수극’으로 시작된 살인이 ‘살인중독’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는 “지금까지 읽어 내려간 수많은 편지들에 비춰진 유영철의 모습은 매우 서정적이고 간혹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여동생이나 아들을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전처(前妻)에 대한 애틋한 감정 부분은 ‘정신병질자들이 대체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들을 무색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예민하고 그림을 잘 그리던, 불우하지만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던 소년이었음을 진술한 친지들의 증언 부분에 이르면 정신병질 이론에 하자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유씨가 시체를 유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거의 미학의 경지에 들어선 듯하다"며 “자신만의 성스런 의식을 치러 내듯 오랫동안의 치밀한 준비와 극도의 감정적 몰입, 그리고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죽임을 당하는 피해자가 느낄 만한 고통이나 그것으로 인한 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렇게 보자면 그는 전형적으로 감정이 메마른 살인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영철은 자신의 편지에서 피해자를 유인해 죽이는 그 순간의 느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았다. 다만 2004년 10월 3일자 편지에 간단히 언급돼 있는데 ‘파괴의 유혹을 강렬히 느끼고, 미친 듯이 사람을 해하고, 그로 인해 나도 모르게 도취되어 버리고, 카타르시스적인 느낌이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교수는 “그에게 있어 사회를 향한 복수극인 것처럼 시작된 살인은 여성 살인에 이르러서는 거의 중독 수준에 다다르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의 살해동기가 거의 ‘살인에 대한 열망 수준’에 도달했음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도의 심리적인 저하와 심적 고통 그리고는 탈출구에 대한 절박한 모색, 포유류의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피해자 물색, 그리고는 살해와 시체유기, 그 후에 오는 완전한 긴장의 이완과 만족감, 이것이 바로 연쇄살인의 동기"라며 “살인이 반복되면서 유씨에게 나타난 현상은 바로 ‘중독’이었다"고 분석했다.
 
다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으로 돌아가 보자. 무기수로 생활해오던 그는 1급 모범수로 인정을 받아왔다. 이번 일이 아니었으면 가석방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처음에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에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연이어 드러난 DNA가 그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연쇄살인이 ‘중독’에 의한 것이라면 유영철과 이춘재 같은 ‘죄인’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없는 걸까. 진정 그들에게 교화(敎化)는 불가능한 일일까.
 
이수정 교수는 “유씨를 생각하면 상식의 한계가 무너진다. 너무나 비이성적인 행위를 이성적인 판단력으로써 행하고 나서 여전히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해명을 시도하는 유씨의 행위는 지금까지 ‘교화는 가능할 것’이란 신념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면서 “그의 행위와 사고는 진정 죄악이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사례가 재현되지 않기를 머리 숙여 기도할 뿐"이라고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유영철은 자신의 편지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순간은 사체(死體)를 토막 내고 있다가 걸려온 아들의 전화를 받을 때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연쇄살인마라는 씻지 못할 죄를 짊어진 그에게도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그 찰나(刹那)의 순간만큼은 ‘아빠’로서, 인간으로서 ‘죄책감’을 깨달았던 것이다.
   
교도소에서 1급 모범수로 살아왔다는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 그는 과연 자신의 씻을 수 없는 수많은 죄에 대해 회개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리고 자신이 믿는 신(神)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했을까. 언젠가 그에게도 사회로 복귀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이춘재'를 바랄 뿐이다. 
 
 
 

 

[입력 : 2019-10-04]   백두원 기자 more article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Copyright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댓글
스팸방지 [필수입력] 왼쪽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포토뉴스

Future Society & Special Section

  • 미래희망전략
  • 핫뉴스브리핑
  • 생명이 미래다
  • 정책정보뉴스
  • 지역이 희망이다
  • 미래환경전략
  • 클릭 한 컷
  • 경제산업전략
  • 한반도정세
뉴시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