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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약지 짧은 사람 주식하면 쪽박?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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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은 그 이름이 다른 만큼 기능도 제각각이다. 첫째 손가락인 엄지는 아귀힘을 마련해주므로 가장 중요하다. 둘째 손가락인 집게손가락은 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전화 다이얼을 돌리고, 영어 명칭(index finger)처럼 길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세 번째의 가운뎃손가락은 남근을 상징하는 성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넷째 손가락인 약손가락은 한약을 저을 때 반드시 사용되며 상처를 토닥거리기만 해도 병을 고치는 효험이 있다고 여겨졌다. 또한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ring finger)으로 불린다. 끝으로 새끼손가락은 귀를 후빌 때 쓰기에 알맞을 정도로 작다는 의미에서 귀손가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손가락은 길이에 따라 가장 긴 가운뎃손가락부터 가장 짧은 엄지까지 순위가 정해진 것 같지만 사람마다 집게손가락과 약손가락의 순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진화심리학자 존 매닝은 집게손가락(둘째손가락)과 약손가락(넷째손가락) 길이의 비율, 곧 '2:4 비율'이 사람마다 다른 현상을 연구했다. 2008년 3월 펴낸 '손가락 책(The Finger Book)'에서 매닝은 대부분의 남자는 약손가락이 집게손가락보다 긴 반면, 여성들은 대개 두 손가락의 길이가 같다고 밝혔다. 2:4 비율이 다른 까닭은 태아가 자궁 안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태아의 뇌와 생식기의 발달을 촉진하고 손가락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궁 안에서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된 태아는 약손가락이 더 자라나게 되어 집게손가락보다 더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천주평화연합(UPF) 주최로 열린 국제지도자회의(ILC)에서 연사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토머스 맥데이빗 워싱턴타임스 회장, 박원순 시장, 짐 로저스 회장. 사진=뉴시스DB

  
매닝에 따르면 2:4 비율이 낮은 사람들, 곧 약손가락이 긴 경우 수학이나 공학은 성적이 좋지 않지만 예술적 재능이 앞선다. 예컨대 영국 교향악단에서 직위가 높은 단원일수록 보통 사람보다 2:4 비율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약손가락이 특별히 긴 남자들은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된 결과 남성적으로 되어 품질이 좋은 정자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아들을 더 많이 낳는다. 매닝은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 중에서 약손가락이 가장 긴 사람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는 예측을 텔레비전 방송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2:4 비율이 높은 사람은 유아를 가르치거나 노인을 돌보는 일을 잘 하며 심장질환과 불임의 위험이 더 높다.
      

 
올해 1월 1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경기. KB손해보험 펠리페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약손가락이 긴 사람이 증권거래에서 이익을 많이 남긴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재정학자 존 코트스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 1월 12일자에 실린 보고서에서 성공적인 증권거래업자는 경험 못지않게 천성이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코트스는 런던의 증권업자 중에서 남자 44명에 대해 오른손의 집게손가락과 약손가락의 길이를 측정하고, 그들이 20개월 동안 기록한 손익 명세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2:4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남자, 곧 약손가락이 집게손가락보다 훨씬 긴 사람이 6배 더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에서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증권 거래에 뛰어난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는 돈 버는 재주가 경험을 통해 습득되기도 하지만 타고나는 측면도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과학'  2009년 6월 10일
 
 
 

 

[입력 : 2019-06-28]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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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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