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지에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구르가온 지역에 있는 비반타 호텔에서 빠하르간지까지는 오렌지 라인의 공항 메트로를 이용하면 30분 정도 걸렸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드와르카 섹터21역을 가보니 무장을 한 경찰관들이 공항 검색대와 같이 엑스레이 짐 검사와 몸수색을 했다. 이러한 광경은 인도에 머무르는 동안 관광명소는 물론이고 메트로 역사, 철도역, 동네에 있는 힌두사원까지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인도 전역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테러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5성급이라는 비반타 호텔에서도 정문에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차단기가 있고 로비로 들어가는 출입구에서도 엑스레이 짐 검사와 몸수색을 철저히 했다.
공항에서는 항공권이 없으면 출국장으로 아예 들어갈 수도 없었다.
우리는 일정상 뉴델리- 바라나시-우다이푸르- 자이프르- 뉴델리를 도는 여행 코스를 전부 비행기를 이용했다. 공항 출국장에서 e 티켓을 보여 주었더니 어떠 공항에서는 무장을 한 군인들이 프린트를 해오라거나 항공사 직원을 불러 탑승 여부를 확인하고 입장을 시켜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거리를 걷는 데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짐 검사와 몸수색을 여러 번 당하고 보니 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찾아간 명소는 무굴제국의 요새였던 붉은 성(Red Port) 이었다. 무굴제국의 옛 수도였던 올드델리 안에 우뚝 서 있는 이곳에 와보니 타지마할을 지었던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의 영광을 다시금 보는 것 같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붉은 성은 샤자한이 아그라에서 델리로 천도하면서 지은 것으로 인도의 건축을 대표할 중요한 건물로 꼽힌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총리를 지낸 네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곳도 이곳으로 알려져 있다.
18세기 이후 영국군이 점령하면서 5분의 4에 해당하는 전각을 해체하고 정원도 망가뜨렸다고 한다. 독립 이후에는 인도군이 성을 소유하다 2003년부터 인도 관광청이 관리하면서 관광객들이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이 공교롭게도 일요일. 매표소에는 엄청난 인파로 긴 줄이 이어졌고 동행한 친구는 연신 불만을 토로했다. 제복을 입은 직원인 듯한 사람이 다가와 따라오라고 하자 친구 녀석이 손사래를 치며 "됐다"라고 하며 싹 돌아선다. "더 볼 것도 없어" 내 얼굴을 쳐다보며 동의를 구한다.
"되긴 뭐가 돼! 따라오라면 따라가서 구경을 해야지" 안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결국 목소리 큰 친구 말에 겉만 훑어 보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릭샤를 타고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인도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디아게이트이다.
영국정부의 독립에 대한 약속을 믿고 인도의 젊은이들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지만 9만여 명의 전사자만 내고 독립은 물거품이 되었단다.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42m 높이의 인디아게이트를 만들었다.
뒤편에는 13,000여 명의 전사자 명단이 작은 글자로 새겨져 있다. 인도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국립묘지를 찾는 것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방문객 중에는 초등학생들의 행렬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주변에 잔디라도 깔았으면 좋으련만 도로포장조차 안 해 흙먼지만 풀풀 날리고 행상들이 졸졸 따라다녀 구경조차 편하게 할 수 없을 정도다.
디아게이트를 지나면 뻥 뚫린 도로에 광장이 있고 대통령궁을 포함해 행정타운이 몰려 있는 곳이 나온다.
뉴델리 지역에서 가장 깨끗한 동네라고 할 수 있는 행정타운은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국방부와 재무부 건물 한 동이 우리나라 종합청사보다 훨씬 컸다.
지붕 위에는 힌두사원에서 볼 수 있는 원형 돔이 품위를 더해 주었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청사를 지키는 군인들이 의자에 앉아 있거나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는 등 긴장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행정타운을 벗어나 찾은 곳은 후마윤의 무덤이다. 무굴제국의 초기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정원식 무덤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 무덤의 주인공인 후마윤은 무굴제국의 제2대 황제로 알려져 있다. 무굴 왕조의 공동묘지라고 불릴 정도로 현재 150여 구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무덤은 거대한 정원 한가운데 있고 수로와 제방을 쌓는 등 건축학적으로도 수준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세기 후에 지어진 타지마할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찾은 마지막 명소는 악샤르담 힌두교 사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사원으로 손꼽힌다. 거대한 고대 양식으로 건립되었지만 2005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예배시간에 맞춰 입장하려는 수많은 힌두교 신자들이 맨발로 줄을 서서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카메라나 휴대폰을 소지하고 입장할 수 없다고 해서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돌아왔다. 대기오염으로 시야가 뿌옇다. 어디를 가나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이 문제인 것 같다.
[입력 : 2019-05-25]
김용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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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 여행작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홍보실을 거쳐 중앙일간지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다. 이후 편집회사 헤드컴을 운영하며 국내 공공기관·기업체 사보 등 2000여권의 홍보물을 편집·제작해왔다.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