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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재홍의 길을 찾는 여행

풀리는 주천강가에서

"자유와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은 바로 허기라는 것을..."

글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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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개지는 이미 3월 초순에 피어 있었다. 최저 영하 9도까지 내려간 때에도 예버덩 일원의 갯버들은 꽃을 피웠으니, 하순으로 접어든 이제사 말할 것도 없다. 횡성 태기산(泰岐山)에서 발원해 이곳 강림면을 지나 영월군 수주면, 주천면을 거쳐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주천강 물줄기도 본격적으로 만곡의 유장한 흐름을 보일 터다. 이제 강기슭 구석진 곳이나 산녘 응달진 곳의 얼음들도 다 사라졌을 것이다.

     

드넓은 산야와 강물과 논밭에 순하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거대한 생명의 기운은 새봄의 풍경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간밤에 내린 비로 흠뻑 젖은 새 움의 참을 수 없고 막을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노골적인 방사의 정기가 흐벅지기까지 하다. 산짐승은 산에서, 들짐승은 들에서, 물짐승은 물에서 기지개를 켜는 동안 하늘은 활공하는 새들로 활기차다.

     

이런 기운을 마음껏 누리며 더욱 깊은 사색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진짜 고독한 시간이 바로 앞에 다가왔는데, 예버덩문학의집 입주 기한이 그만 다 되어 간다. 이제 열흘 후면 짐을 챙겨 나서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입주 작가가 새로운 작품으로 새로운 문풍(文風)을 만들어 갈 것이다. 당초 기약한 그 긴 한 달이 이렇게 초고속으로 지나갈 줄을 미처 몰랐다. 직장에 매여 일상에 갇혀 지내는 동안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진정한 자유의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두렵다. 시집 원고 정리 때문이 아니다. 아직 미완의 논문 때문도 아니다. 배부른 노예가 아니라 배고픈 자유인을 향한 나의 선택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 두렵다. 거대 조직에 빌붙어 살며 고연봉과 복지의 혜택 속에서 꼬리가 잘리고 팔다리가 잘리고 마침내 머리가 잘려 나간 노예의 시간에서 겨우겨우 벗어났으나, 이제 문학의집을 나서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김수영, 푸른 하늘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자유와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은 바로 허기라는 것을. 왜 참다운 자유에는 언제나 허기가 따라다니는가를.

     

자유는 우선 내 의식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여야 한다. 내가 나에게 명령하고 지시하고 검수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삶속에서 나는 자유를 누린다. 그러니까 나의 자유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매우 원초적인 자유이다. 그런 속에서 나는 내 의식과 행동의 근본적 한계에서 발생하는 부자유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내게 있어 시가 자유라면,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며 평생을 두고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자유에는 언제나 허기가 따랐고, 또 따를 것이다.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 서정주(1915~2000), 풀리는 한강 가에서」 중에서

  

  

   

[입력 : 2019-03-21]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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