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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 와트'와 '압사라댄스'

글  김용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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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을 마치고 방콕을 거쳐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왔다. 나는  캄보디아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예전에 보았던 영화 킬링필드가 생각났다. 나치 이후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였다.
 
킬링필드는 급진 공산주의 정권인 크메르루주가  1974년부터 4년 동안 양민 200만 명을 학살해 매장한  20세기 최악의 사건이다.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루주는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상을 내세워 선량한 사람들의 나라인 이 땅에 씻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다. 씨엠립이 가까워질수록 끔찍하고  숨막혔던 영화의 장면이 더욱 또렷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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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메르루주의 참상을  목격한 '뉴욕타임스' 기자인 시드니 쉔버그와  현지 통역가 겸 보조 기자로 나온 디스 프란의 활약상과 생명을 건 우정을 그린다.
 
디스 프랑 역을 맡은 행  노어는 실제 크메르루주 정권 치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행 노어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이 영화 하나로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킬링필드'는 1984년 아카데미상에서 7개 부문 후보로 오르고 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사진은 일출 광경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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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픈 역사를  간직한  캄보디아지만  프놈펜에서 300킬로미터 떨어진 씨엠립은 고대  크메르 왕국의 찬란한 문화유적을 인류에 남겨 놓았다.
 
인류에 남긴 첫 번째 선물은 단연 앙코르 와트이다. 웅장한 석조건물로 만들어진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초반 수르야바르만 2세에 의해 옛 크메르 제국의 도성으로 창건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힌두교 사원으로 건설되어  힌두교 3대 신 중의 하나인 비슈누 신에게 봉헌되었다가 나중에 불교 사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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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의미하는 해자 위의 육교에는 5개의 머리를 가진 나가라는 뱀의 머리를 지나야 한다. 250미터의 사암으로 만든 다리이다. 이 다리를 지나야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이 있는 사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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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는 30여 년에 걸쳐 축조된 석조 건축물이다.  앙코르(Angkor)는 왕도를 뜻하고 와트(Wat)는 사원이다.
 
돌다리를 건너 입구에 들어서면 사원의 정문이 서쪽을 향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후의 세계가 서쪽에 있다고 믿는 힌두교의 교리에 따라 지어졌음을 암시한다.
 
중앙의  가장 높은 탑은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을 나타내며 주위의 탑은 봉우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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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탑까지 높이가 76미터에 이르고 계단은 가파르다. 신이 머무는 곳이라 일반인의 접근은 어렵다.
 
중앙 탑 끝에서 3중으로 둘러싼 회랑의 사각탑 끝을 선으로 연결해 보면 사각추의 피라미드 모양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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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장식된 부조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곳이 인도의 힌두교 사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인도의 힌두교 사원에서 볼 수 있는 천상의 무희들 부조물을 이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김새는 차이가 있지만 복장이나 춤사위 등은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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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로 장식된 무희들의 모습은  캄보디아의 민속춤인 압사라 댄스를 추고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압사라 댄스는 힌두교의 탄생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힌두교를 신봉했던 크메르 왕조의 건국 신화와 맥을 같이 한다.
 
어느 나라나 건국 신화라는 것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단순하지만  압사라는 천사들이 추는 춤이었다고 한다. 압사라 댄스는 크메르 왕국의 궁중무용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도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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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에서 압사라 댄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중소 식당의 간이 무대 공연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크메르 왕조 신화와 압사라 댄스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국립무용수들이 공연하는 전문 공연장을 찾아볼 만하다. 
 
전문 공연장의 입장료는 좌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뷔페식 디너를 포함해 A급 좌석이 56달러. 공연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프로그램이 짜임새 있고 조명이나 무대 장식도 우리나라의  첨단 무대예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공연의 내용은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한글로 소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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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라 댄스의 진수는 손동작에 있었다. 나풀나풀 걸으며 손목을  휘젓는 품새가 태국의 전통춤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았다. 앙코르 와트에서 보았던 부조에서 무희들이  튀어나와 무대에 오른 것만 같았다.
 
크메르 신화를 바탕으로 두 시간 정도 공연이 이어졌다. 전문 공연장이어서 사진 촬영은 안된다. 눈과 마음으로 담아올 수밖에 없다.  여기도 예외 없이 객석의 대부분은 중국인들이었지만 관람 태도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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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왕조는 15세기에는 완전히 멸망하여 사라지고 이곳의 유적지는 1861년 프랑스의 박물학자에 의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1972년부터 크메르루즈군과 베트남군과의 전쟁 여파로 유물 대부분이 파손되거나 사라져 버린다. 그때 남은 불상들이  이곳이 불교 사원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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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내부로 들어서면 760미터에 이르는 긴 회랑이 이어진다.  회랑 안의 벽면에는  반대편의 돌기둥 사이를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받아 그림벽지의 효과를 내는 부조가 그려져 있다.
 
수르야바르만2세의 전쟁 승전 장면이나 비슈누 신과 관련된 신화 등을 부조들로 장식해 놓았다. 원래는 어느 정도의 채색 및 금칠이 가해졌으나 지금은 자취가 없고 탁본의 흔적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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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안의 길고 긴 회랑은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정토로 가는 길일까?  
 
부조의 벽면을 감상하며 어두 컴컴한 복도에 가늘게 드리운 빛을 따라 조심스럽게 다음 칸으로 건너가면  다양한 형태의 부조와 조형물을 또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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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는 난간동자 모양의 창살을 돌로 깎아 만들어 뜨거운 햇볕을 다소 가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모양은 인도의 힌두교 사원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형태이다.

외벽에 석조된 계단 등을 보면 틈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우리나라 사찰의  나무를 조각해 놓은 것과 같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사원 전체는 돌 하나를 그대로 옮겨와 조각해 놓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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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은 회랑과 회랑으로 연결된다. 회랑마다 신화들을 소재로 한 부조물과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제1회랑 벽은 부조, 제2회랑 안은 돌로 조형한 샘물, 제3회랑은 내부의 화려한 십자형 주량과 탑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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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한편에선 스님이 관광객을 상대로 행운을 빌어주고 시주를 받는다. 스님들이 기도하며 생활할 수 있는 승방이 사원 내에 최근 민들어졌다고 한다.
 
씨엠립에는 아직도 1000여 개에 달하는 힌두교 불교 사원이 남아 있을 정도로 종교가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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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깨어진 돌덩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 돌덩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외세의 침략에 의해 파괴된 흔적들도 많아 보인다. 사원을 둘러보면 보수공사를 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흩어진 돌조각들이 제 자리를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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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내 외벽에는 천상의 무희인 아프라시스, 여러 개의 머리를 마치 부채처럼 치켜든 커다란 뱀, 기둥의 장식 조각 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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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돌은 과연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이 사원 근처에는 이러한 돌을 가져올만한 돌산은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프놈클렌이라는 곳에서 강물에 뗏목을 이용하여 날라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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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에 쓰인 돌은 대부분이 사암이라고 한다. 둘레의 담은 다소 부드러운 화산석과 비슷한 붉은색의 라데라이트라는 돌을 사용했다고 한다. 부분적으로 벽돌이 사용되고 겉을 석회로 장식한 곳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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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를 지나 사원의 입구 탑을 지나서 왼쪽으로 가면 물이 고인 웅덩이가 나오고 이곳에 다섯 개의 탑이 반영된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앙코르 와트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앙코르 와트의 아름다운 일출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시내 중심가에서 30분 정도 칠흑같이 어두운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환한 불빛 아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이곳에서 앙코르 와트를 비롯한 유적지를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1일, 3일, 7일권으로 필요에 따라 구매해야 한다. 나는 3일 입장권을 미화 62달러에  구매했다. 티켓을 구매할 때는 매표소에서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얼굴까지 촬영한다.
 
입장권을 구매했다고 해서 바로 입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10여 분을 더 가야 앙코르 와트의 신비스러운 베일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입력 : 2019-08-31]   김용길 여행작가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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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 여행작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홍보실을 거쳐 중앙일간지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다. 이후 편집회사 헤드컴을 운영하며 국내 공공기관·기업체 사보 등 2000여권의 홍보물을 편집·제작해왔다.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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