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을 하면서 참으로 특이한 것은 이곳 사람들의 신앙생활이었다.
도시를 다녀 봐도 교회나 천주교는 보이지 않는다. 눈에 자주 띄는 것은 불교 사찰도 아니고 도교나 유교 같은 민족종교이자 생활 종교였다.
도교는 중국의 성인인 노자의 사상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아 시장이나 상가가 밀집한 곳에는 어김없이 도교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민속신앙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특별히 사원을 찾지 않고도 길을 가다가 자신이 원하는 사원이 있으면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빈다.
대만에서 가장 크다는 불교사원 용산사는 시내 중심가인 MRT 시먼딩 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다.
용산사는 1738년 청나라 때 세워졌으나 중간에 소실되어 1957년에 다시 지워졌다고 한다.
‘룽산쓰역’龍山寺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주변에서부터 이곳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작은 공원을 끼고 용산사로 가는 길목에는 도교를 비롯해 민속신앙을 섬기는 천막이 수십 개는 족히 늘어서 있다.
천막에는 흰색이나 노란색 등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종교적 색깔을 드러내고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대만 불교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용산사에서는 바로 코앞에 온갖 민속신앙이 판을 치고 있어도 괘념치 않는 것 같다. 밥그릇 싸움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길을 택하는 것 같았다.
사원에 들어서면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빌며 절을 한다.
가져온 다과는 사원 마당에 놓여있는 탁자 위에 놓는다. 탁자 위에는 불자들이 놓은 과자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우리나라는 보통 시주를 돈으로 하는데 이곳은 과자를 놓는 것 같았다. 그 많은 과자는 나중에 불우이웃이나 아동에게 나눠 준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직장에 다닌다는 30대 여성은 “종교의 자유란 내가 원하는 사상을 따르는 것이 아닌가? 장소는 중요치 않다. 신자들도 특별히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용산사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젊은 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주로 “결혼 아니면 취업이 잘 되게 해 달라"라고 부처님께 빈다고 했다.
특이한 것은 이곳엔 연등이 보이질 않았다. 용산사를 찾은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을 일주일 정도 앞둔 중요한 시기인데 이곳엔 연등이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자들의 소원을 적은 다양한 색상의 연등이 하늘을 뒤덮었을 것이다.
다만 사원에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청계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상을 형상화한 등이 사원 내부와 담장에 줄줄이 걸려 있었다.
용산사를 나와 거리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종교를 믿는다면 사원이나 교회를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대만인들처럼 생활 속에서 종교의 원리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용산사의 등불이 서서히 점등을 시작하는 밤이면 더 많은 참배객과 관광객들이 더 몰려 들 것이다.
[입력 : 2019-03-09]
김용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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