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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커피 헌터(Coffee Hunter)’ 이야기

‘생산자에게 보답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글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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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요시아키 사장의 밝은 모습.

“비 내리는 토요일, 신문에서 찾은 기사 하나를 보냅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어주세요."


18일 아침 일본 친구 구메 쇼죠(久米正三) 씨가 메일을 보내왔다. 일본 나고야의 유명 지방지 주니치(中日)신문에 난 ‘세계를 순회하는 커피 헌터’ 가와시마 요시아키(川島良彰·65) 씨에 대한 내용이었다. 가와시마(川島) 씨는 세계 곳곳의 커피 생두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회사의 대표였다. 기사의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맛있는 콩(豆)에는 합당한 대가를...’


일본 도쿄에 있는 커피 수입·판매회사 ‘미카페토(Mi Cafeto)’의 가와시마 요시아키 사장은 지금도 예측할 수 없는 커피콩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커피헌터’. 그의 열정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식지 않았다. 지난 5월에 중·카리브 해(Caribbean Sea) 국가들의 거래처 커피농장을 다녀왔다. 2년 반 만의 해외여행이었다. 그의 말이다.


“역시 커피 산지(産地)는 좋았습니다. 감각이 되살아났어요. 이전에는 연간 140-150일을 해외에서 지냈습니다. 이만큼 오랫동안 일본에 있었던 것은 커피와 인연을 맺은 후 처음입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우울했어요."


커피 생산자와 화상회의(Zoom)로 대화해도 ‘실제로 밭(농장)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와시마 사장의 주장이다. 생산자는 모두 성실하고,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가와시마 씨는 이번 22일간의 커피 농장시찰 중에도 호텔에 묵은 것은 단 6일뿐이었다. 나머지는 생산자나 친구의 집과 농원에 머물렀다. 그만큼 현장을 중시하는 ‘커피 헌터’다.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걱정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비료 값이었다. 비료 값의 앙등(?騰)이 생산자들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폐업한 농원도 있었다. 생산비용이 올랐다고 해서 바로 국제 시세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 그리고 투자금의 동향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가난한 생산들이 걱정됐다.


“영세 농가가 앞으로도 재배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큰 문제입니다. 품질과 생산량 저하도 걱정됩니다. 커피 생산국은 발전도상국이 많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치안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모의 가업을 잇기 위해 커피와 인연 맺어


가와시마 씨의 부모는 일본 시즈오카(靜岡)에서 커피를 볶는 도매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3남매의 장남으로 가업을 이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 후 중남미의 엘살바도르(El Salvador) 대학에 유학했다. 국립커피연구소에서 배울 기회를 운 좋게 얻음으로써 진로가 열렸다. 수확한 커피 열매가 생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공부하자 너무나 재미있었다. 유학 중 ‘계속 커피 재배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졸업 후 가업을 잇는 것을 뒤로 미루고 대형 커피 회사에 취직했다. 자메이카를 거쳐서 하와이·인도네시아 등에서 커피농원의 개발을 시도했다.


“첫 번째 자메이카에서는 많이 고생했어요. 국민의 95%가 아프리카계이고, 일본인인 저는 마이너리티였으니까요. 현지인들은 비흑인(非黑人)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고, 원한과도 비슷한 차별이나 폭력이 꽤 있었어요. 차량 운전 중에는 아무리 더워도 창문을 열수 없었습니다. 집의 창도 철망을 여러 겹 씌웠습니다. 치안이 그만큼 불안했어요."


필자의 경우도 2011년 파푸아뉴기니 커피 농장 방문 시 차량의 창문을 열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 칼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안내자의 주문이 있어서다.


‘어떻게 하면 농원의 노동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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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에게 커피 나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가와시마 사장

 가와시마 씨는 이 문제를 늘 고민했다. 무조건 그들을 호통 쳐도 소용없었다. 당시의 국민의 문맹률은 20-30% 정도. 읽고 쓰기도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어떻게 그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얻었을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술적인 신뢰를 쟁취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할 수 없는 커피 나무의 모종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모종과 제가 만드는 모종은 질이 전혀 달라서 직접 시범을 보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배양하는 기술과 나무 가지를 자르는 전지(剪枝) 방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제 이놈의 말을 들으면 괜찮아’라고 인정을 받기 까지 2년 정도 걸렸어요."


커피에 대한 열정이 펄펄 끓어


그의 커피 탐구는 지정학의 응용이었다. 예를 들면, 그 지역에 누가 언제쯤 커피 씨앗을 가지고 와서 심었는지, 어느 품종을 들여왔는지를 조사했다. 그러면 아직 이 근처에는 꽃받침이 남아 있지 않을까? 가설이 세워졌다.


‘위험한 곳도 많은데 왜 거기까지 하느냐?’고 물으면, 역시 ‘커피의 면면을 보다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가와시마 사장의 말이다.


“제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해요. 커피의 역사와 품종을 알아보다가 잠을 자요. 그러다가 커피를 부활시키는 일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납니다. 커피에 대한 열정이 펄펄 끓어요. 커피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움이 넘칩니다. 아직 세상에 묻혀 있는 커피는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아라비카종 원산지 에티오피아의 숲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원종들이 많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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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커피를 내리면서 행복해 하는 가와시마 사장

그는 2007년 회사를 퇴직하고 2008년, 새로운 커피 회사 창업했다.


“진정한 커피의 맛과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와시마(川島) 씨는 이러한 생각으로 주식회사 미카페토(Mi Cafeto)를 2008년에 설립했다. 그의 말이다.


“커피도 와인과 마찬가지로 품질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같은 농원이라도 토질·햇볕·경사도 ·바람의 영향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 결과 다양한 품질의 커피가 수확됩니다. 또한, 수확 시기와 가공·수송·보관 방법에 의해서 맛은 크게 변합니다."


커피의 생산부터 한 잔의 컵에 담겨지기까지 모든 공정에 관여하고 있는 이 회사는 어떤 등급의 커피에 대해서도 일체의 타협을 하지 않는다. 자연환경과 인권을 지키면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생산자의 시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이 회사의 사명인 것이다.


“생산자의 시장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저희는 스페셜티(Specialty) 커피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지에서도, 중턱에서도, 저지대에서도, 자연환경과 인권을 지키며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생산자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세계 50여 개 나라의 커피 농장 2,000여 곳을 순회하면서 기술 지도와 함께 새로운 커피를 탐색하고 있는 가와시마 요시아키(川島良彰)사장-그는 ‘커피 헌터’이자 ‘생산자에게 보답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진정한 경영인’이었다. 

[입력 : 2022-06-20]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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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30년 넘게 현해탄을 넘나들며 일본인들과 교류하고 있는 홍보컨설팅회사 JSI파트너스의 대표다. 일본비즈니스 전문가로도 정평이 나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육군 제2훈련소 교관(ROTC11기)으로 군(軍) 복무했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대우에서 보냈다. 대우건설 재직시절 철옹성 일본 건설시장의 문을 열었다. 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에 이어 팬택계열 기획홍보실장(전무)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지금의 JSI 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있다. 일본의 정계·관계·업계·언론계 등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한편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칼럼니스트로 여러 매체에 일본 관련 글을 쓰고 있다. 특히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현장을 직접 보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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