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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오리까?”

신혼부부 사례

글  최형기 성공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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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부부답게 끈끈한 정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성생활은 중요하다. 남녀의 정에는 속정(마음 속 깊은 정)도 중요하고 살정(몸이 느끼는 정)도 무시할 수 없다. 부부라면 속정과 살정이 두루두루 다 들어야 비로소 사랑이 깊어질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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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에서 깨를 볶는다고 할 정도로 달콤해야 할 신혼 3개월째에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면 틀림없이 성에 대한 것일 텐데. 필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먼저 말문을 틀 때까지 기다려줘야 했다. 간혹 끝끝내 말을 못하고 가버리는 환자들도 더러 있어서다. 영화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s·2005) 한 장면.

비뇨기과 의사로 병원을 열고 있으니 별의별 사연의 환자를 만나게 된다.
  
한번은 참하고 고요하고 아늑한 듯 다소곳한 젊은 새댁이 수심이 어린 얼굴로 찾아왔다. 한눈에 봐도 말 못할 고민을 어깨와 가슴에 짊어지고 있는 듯한 새댁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의사)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상담하러 왔습니다." (女)
“결혼하셨나요?" (의사)
“이제 3개월요." (女)
“부부 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남편은 안 오셨나요?" (의사)
“남편은 절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女)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내 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결혼생활에서 깨를 볶는다고 할 정도로 달콤해야 할 신혼 3개월째에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면 틀림없이 성에 대한 것일 텐데. 필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먼저 말문을 틀 때까지 기다려줘야 했다. 간혹 끝끝내 말을 못하고 가버리는 환자들도 더러 있어서다.
   
‘의사인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연이라야 하는데’라며 나마저도 답답해질 즈음 그녀는 결국 입을 열었다. 남편과는 중매로 만났다고 한다. 본래 중매라는 것이 결혼을 목적으로 하기에 연애기간이 길지 않고, 또 연애할 동안에 보통의 커플처럼 진한 관계가 되지 않을 경우가 많다. 그녀 역시 그랬다고 한다.
   
비록 중매로 만났지만 서로 느낌이 좋았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1년간의 연애시절 동안 키스와 애무 정도는 서슴없이 주고받으며 서로간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좀처럼 애인은 보통의 애인들처럼(결혼할 사이임에도) 치근덕대지 않았다는 거다. 신사 중 신사였다. 여자 입장에서 그만한 신뢰가 없었다고 한다. 성관계는 결혼 후로 미루자는 애인의 말에 감동을 받고 눈물까지 핑 돌았을 정도였다. ‘나를 그토록 아끼다니, 이 남자야 말로 평생 내 반려자다’라며.
  
문제는 제주도 신혼여행에서부터다. 첫날 밤 부부관계가 안 되었다. 그야말로 허니문 첫 섹스였는데, 전희고 삽입이고 하나도 안 되었다. 그 여성은 “여독 때문에 그런가보다"라며 푹 잘 수 있도록 이부자리를 봐 줬다고 한다. 여자 입장에서는 신혼 첫날밤의 섹스보다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의 품에서 잠들 수 있는 그 첫날밤은 그 어떤 짜릿한 섹스보다 더 황홀하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그런데 신혼여행 3일간 단 한 번의 부부관계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여독으로 인해 피곤해서 섹스가 되지 않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써늘하게 강타했다.
 
남편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자신의 탓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왜? 당신은 목석같이 매력이 없지? 다른 사람하고는 잘되는데 당신하고만 안 되네. 왜 나를 흥분 못시키지? 우린 서로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네" (남편)
“제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왜 저에게 관심이 없나요?" (아내)
  
신혼여행은 허무하고 섭섭하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제 어엿한 새댁이었고 누가 봐도 멋진 남편의 아내였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에는 차가운 냉얼음이 지나갔다.
   
남편은 IT업계에 종사한다고 했다. 매일 회사일이 바쁘다며 부부 생활을 피했고, 간혹 시도를 한답시고 노력을 해 봐도 페니스가 질 속으로 삽입조차 제대로 안되어 실패했다고 한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찾아갔다. 남편이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으며, 아내로써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섭섭하다는 털어놓았다. 이러한 엄청난 고민을 친정모친에게 털어놓았다가는 충격을 받고 걱정을 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시어머니에게 지난 몇 달간의 신혼생활의 밤을 얘기했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처음이라 그런 모양이니 참고 잘 지내보거라. 요즘은 성생활을 안 하고 지내는 부부도 많다던데 유난떨기는..."(시어머니)
  
말문이 막혔다. 성생활을 안 하고 지내는 부부가 많다고? 그녀는 생각다 못해서 필자를 찾아온 거였다. 아직 앳된 모습을 하고 비뇨기과에 남편의 성생활 상담을 하러 오기까지 얼마나 홀로 고민을 많이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남편과 같이 와서 진찰을 한번 받아야만 합니다." (의사)
“남편은 죽어도 안 오겠대요. 자기는 너무나도 지극히 정상이라고 주장합니다." (女)
       
아! 이 여성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하나. 필자는 뒷골이 뻐근할 정도로 앞이 캄캄했다. 환자도 없이 눈감고 점을 쳐보라는 것과 같은 얘기였다.
      
어쩔 수 없이 눈감고 진단을 해 보겠다.
        
만약 남편의 주장대로 선택적으로 아내 앞에서는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라면 심인성 원인이므로 정신과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이 성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면? 성욕 부진으로 내분비계의 호르몬 이상 여부를 검사해야 할 것이다.
 
또 정상적으로 페니스가 발기되고 여성의 은밀한 그곳으로 삽입까진 성공했는데, 그 유지(지속성)가 힘들다면 조루증 또는 선천성 혈관계 이상일 수도 있다. 비뇨기과 의사에게 방문하면 외부생식기 진찰을 받을 수 있고, 이런 저런 기본 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그 이유를 추적해낼 수 있다. 그런데 “난 정상"이라고 주장하며 비뇨기과에 가자는 걸 한사코 거부한다니 필자로서도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만 설명해 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어찌하오리까?"를 호소하는 젊은 새댁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설사 ‘어찌하오리까’의 고민이 있다고 해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아내와 함께 비뇨기과를 방문해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되는데, 문제는 남성들의 고집이 황소 저리가라일 때가 많다.
     
“어떻게 해서라도 남편을 설득해 보세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안 되는 게 자존심 상하지, 병원에 오는 것이 뭐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습니까. 남편과 잘 상의해서 꼭 같이 꼭 오세요. 너무 힘들면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상의해 보시구요."
        
요즘 섹스리스 부부가 많다. 결혼을 했다면 성실한 결혼의 의무(?)를 다하며 살아야 하는데, 맞벌이다, 몸이 피곤하다 등의 이유로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사는 부부가 자꾸 늘고 있다. 야동은 많이 보면서 정작 섹스는 안 하고 있다는 남성도 적지 않다. 에로틱문화가 날로 번창하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섹스를 기피하는 청년들을 초식남(草食男)이라고 한다던데, 참으로 큰일이다. 결혼을 해서까지 초식남으로 산다면 정말 안 될 일이다.
        
몇 년 전 한 연구기관이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는데 40대 부부 중 섹스리스 부부가 3쌍 중 1쌍으로 3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문제는 임신을 해야 할 부부다. 비단 임신이 아니더라도 부부간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시켜주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데 성 생활은 필수적이다. 리비도가 생기지 않고 해 봐야 잘 안 되는 이유가 심리적 요인이라고 해도 치료받아야 한다. 하물며 호르몬 이상 등의 병적 요인이라면 비뇨기과에 가서 빨리 체크를 해 봐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고생을 모른 채 집에서 귀하게만 자라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성행위가 안 된다면 자존심 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를 위해 최소한의 배려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부부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은밀하고 친밀한 관계다. 남편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 벌어주는 기계로 살고, 아내는 백화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을 돈 걱정 없이 살 때에만 남편을 소중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부부가 부부답게 끈끈한 정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성생활은 중요하다. 남녀의 정에는 속정(마음 속 깊은 정)도 중요하고 살정(몸이 느끼는 정)도 무시할 수 없다. 부부라면 속정과 살정이 두루두루 다 들어야 비로소 사랑이 깊어질 수 있는 거다.
       
여하튼 한창 정염을 불태워야 할 혈기왕성한 젊은 부부가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섹스리스로 살아간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비뇨기과는 바로 이런 부부들을 위해 항시 문을 열어놓고 있는 거다.
 

 

[입력 : 2019-02-04]   최형기 성공비뇨기과 원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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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기 성공비뇨기과 원장


최형기 박사는 194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비뇨기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국내 최초로 ‘성기능 장애 클리닉’을 개설했다. 저서로는 ‘性功해야 成功한다’ ‘아내와 남편이 함께 하는 섹스 코디네이션’ ‘백살까지 즐겁게’ 등이 있다. 현재 서울 삼성동에서 성공비뇨기과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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