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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먹으면 기후변화된다

“지구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육식 포기하라”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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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대책의 하나로 시험관 고기(in vitro meat)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시험관 고기는 말 그대로 소, 돼지, 닭 등 가축에서 떼어낸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여 실제 근육조직처럼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에는 우주에 오래 머무는 비행사들의 식품으로 개발됐으나 일반인들의 먹거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0년 처음으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시험관 근육 단백질이 생산되었다. 요컨대 시험관 고기 생산기술은 거의 기틀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생산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9일 노르웨이에서 처음 열린 국제 시험관 고기 심포지엄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현재 기술로 쇠고기 250g 생산에 100만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게에서 누구나 사 먹을 수 있도록 시험관 고기가 생산되려면 적어도 5~10년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4월 21일 미국의 한 동물 보호단체가 2012년까지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시험관 고기 생산 기술을 처음 개발한 사람에게 100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하여 화제가 됐다. 시험관 고기는 반드시 실제 고기와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짜 같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도 붙었다. 이 단체가 다소 엉뚱한 현상 공모를 한 까닭은 시험관 고기가 식탁에 오르게 되면 식용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수가 줄어들게 되어 결국 온실효과 기체의 방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고기가 지구 온난화의 핵심 요인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이 지구 온실효과 기체 방출량의 18%를 내놓는다. 세계 전체 자동차, 기차, 비행기, 배에서 배출되는 온실효과 기체가 지구 전체 방출량의 13%이고 보면 가축의 방출량은 실로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가축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산림 벌채와 가축 배설물로 크게 나뉜다. 1998년 미국 축산업자 하워드 리먼이 펴낸 '성난 카우보이(Mad Cowboy)'에는 소를 기르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풀을 제거하면 지구 기온에 이중의 타격이 된다는 대목이 나온다. 우선 나무가 사라지면 산소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없게 되고, 나무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기 때문이다. 가축이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두 번째 요인은 소의 위장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이다. 메탄은 지구 기온을 올리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21배나 된다. 소는 곡물과 목초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하루에 200L의 메탄가스 방귀를 뀐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온라인판 9월 10일자에 따르면 세계경제가 성장하면서 고기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일인당 평균 고기 소비량은 3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그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돼지고기는 한때 잔칫날이나 먹던 음식이었지만 오늘날 서민들조차 끼니때마다 즐기게 되었다. 지난 1~4월 동안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900% 늘어났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육식을 포기하라는 기후변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08년 9월 27일자
 
 

 

[입력 : 2020-05-13]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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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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