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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누가 하는가

사회적 소외감 느끼면서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이 자살 결행 가능성 높아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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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註: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6.6명. OECD 평균(11.5명)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작년에만 1만367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녀는 숨지기 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도 남겼다. 경찰은 11월 25일 “구씨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자택 거실 탁자 위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지난 11월 24일 0시 35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구씨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가사 도우미 A씨가 구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응답이 없어 구씨 집에 달려가 숨져 있는 구씨를 발견했다. 그녀는 2008년 걸그룹 카라로 데뷔해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 남자친구와 법정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악성 댓글에 시달려왔다. 지난 5월 소셜미디어에 '한마디의 말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글을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매니저에게 구조된 바 있다. 구씨는 자신처럼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지난 10월 1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와 절친한 사이였다.

 

지구의 어느 곳에선가 40초마다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자살은 사망 원인의 1.5%를 차지하며 자살자는 매년 100만명가량 된다. 특히 15~24세의 경우 자살은 교통사고에 이어 두 번째 사망 원인으로 알려졌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자살을 기도하지만 성공하는 비율은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높다.
 
자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나와 있다. 사회학 창시자인 프랑스의 에밀 뒤르켐은 1897년 획기적 저서인 '자살론'에서 개인이 사회 적응에 실패하면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반면에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920년 펴낸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에서 모든 인간은 자기를 파괴하려는 충동을 타고나기 때문에 자살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살행위자는 대부분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적 장애를 자살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자살에 관한 어느 이론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 곧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누구는 자살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선 자살학 전문가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의 심리학자 토머스 조이너이다. 2005년 1월 펴낸 '왜 사람은 자살하는가(Why People Die By Suicide)'에서 조이너는 자살이론을 최초로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는 특유의 이론을 제안했다.
 
조이너는 우울증을 앓고 절망에 빠진 사람 중에서 자살하는 사람은 반드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죽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고서는 자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거나 남에게 부담스런 존재가 되었다고 여길 때 죽고 싶은 심정이 된다.
 
다른 하나는 자살에 성공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살하고 싶어도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기보존 본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다.
 
조이너에 따르면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기보존 본능을 억누르는 힘을 키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살의 뜻을 이룰 때까지 되풀이하는 것이다. 처음 자살을 기도하여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고 평균적으로 20번은 행동에 옮겨야 뜻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고통스럽거나 섬뜩한 경험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총을 맞아보았거나 동료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군인이나 경찰은 자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군인과 경찰은 보통 사람보다 자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의사들 역시 환자의 고통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게 되므로 자살 비율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이너는 많은 사람들이 겁을 집어먹는 상황, 이를테면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 앞에서도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심리상태를 '무감각(steeliness)'이라 명명하고, 이러한 무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이너는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면서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일수록 자살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변에서 자살할 만한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가 어려운 요즈음 귀 기울일 만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출처=《마음의 지도》, 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09년 3월 14일자
 
 

 

[입력 : 2019-11-27]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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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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