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1. 칼럼
  2. 이인식 칼럼 Review

군중심리를 조종하는 방법

행진·합창 등 단체행동, 집단 충성심 강화 효과 있어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히틀러 같은 독재자들은 광장을 가득 메운 병사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응시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종교단체에서 신도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순서를 빠뜨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행진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면 상호간의 심리적 경계를 허무는 긍정적 감정이 솟아나서 서로 협동하게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행진이나 합창처럼 동시에 진행되는 단체 행동은 집단에의 충성심을 강화시킨다는 연구 논문이 심리학과 신경과학 전문지에 각각 발표됐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조직행동학자 스콧 윌터머스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1월호(2009년)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행동할 때 발생하는 신체적 동시성(physical synchrony)이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여 협동심을 증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윌터머스는 평균 21세에 남자보다 여자가 약간 많은 96명을 신체적 동시성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네 집단으로 나누었다. 실험 대상자는 모두 플라스틱 컵을 만지면서 음악을 들었다.

 
첫 번째 집단은 컵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노래만 들었다. 이를테면 노래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두 번째 집단은 컵을 움직이지 않고 노래만 했다. 세 번째 집단은 노래를 부르며 곡조에 맞추어 컵을 함께 움직였다. 동시에 노래하고 움직인 셈이다. 네 번째 집단은 제멋대로 노래하고 컵을 아무렇게나 움직였다.
 
실험 대상자에게 집단 내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으며 그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동질감을 느꼈는지 질문한 결과, 신체적 동시성이 발생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집단에서 나머지 집단보다 협동심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독재자들이 행진과 합창으로 군중심리를 조종하여 맹목적인 충성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한편 네덜란드 인지과학자 바실리 클루차레브는 격주간 '뉴런(Neuron)' 1월 15일자에 뇌 안에서 집단행동에 동조화(conformity)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클루차레브는 여자 24명에게 다른 여자 200여명의 매력을 평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의 평가가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다를 때 일치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들여다보고 사회적 동조화를 시도할 때 도파민이 다량으로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어떤 일을 성취하거나 섹스를 할 때처럼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면 분비된다. 이 연구는 사회적 동조화의 신경과학적 근거를 밝힌 성과로 평가된다.
   
사람이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까닭을 거울뉴런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거울뉴런은 남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은 반응을 나타내는 신경세포이다. 남의 행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울뉴런 덕분에 누가 하품을 하면 따라 하고 영화 주인공이 울면 감정이입이 되어 훌쩍거리게 된다. 미국 신경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는 2008년 5월 펴낸 '뇌의 거울(Mirroring People)'에서 인간의 모방행위는 거울뉴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어쩌면 군중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복사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 모른다. 출처=《마음의 지도》, 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09년 2월 14일자
 

 

[입력 : 2019-09-26]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Copyright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독자댓글
스팸방지 [필수입력] 왼쪽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포토뉴스

Future Society & Special Section

  • 미래희망전략
  • 핫뉴스브리핑
  • 생명이 미래다
  • 정책정보뉴스
  • 지역이 희망이다
  • 미래환경전략
  • 클릭 한 컷
  • 경제산업전략
  • 한반도정세
뉴시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