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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은 늘 현명한가

두 얼굴의 ‘집단지능’...집단이 의사결정 잘못할 경우 파괴적 결과 초래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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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개미 집단, 숲의 꿀벌 군체, 바다의 물고기 떼, 북극의 순록 무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 저술가 피터 밀러는 스스로 '영리한 무리(smart swarm)'라고 명명한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2007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7월호에 실린 글에서 개미나 꿀벌 한 마리는 영리하지 않지만 그 집단은 지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사막의 개미 군체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살면서도 매일 아침 일꾼들을 갖가지 업무에 몇 마리씩 할당해야 할지 확실히 알고 있다. 숲의 꿀벌 군체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개체들이 힘을 합쳐 집을 짓기에 알맞은 나무를 고를 줄 안다. 카리브 해의 수천 마리 물고기 떼는 한 마리의 거대한 은백색 생물인 것처럼 전체가 한순간에 방향을 바꿀 정도로 정확히 행동을 조율한다. 북극지방을 이주하는 엄청난 규모의 순록 무리도 개체 대부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틀림없이 번식지에 도착한다.
  
밀러는 이런 동물의 무리와 인류가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이론을 대담하게 전개한 저서를 펴냈다. 책 이름 역시 '영리한 무리'이다. 동물 집단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본 원리를 밝혀내서 일상생활에 활용한다면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면서도 개인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리한 무리는 우리가 집단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의 무리가 모두 영리하거나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북아프리카와 인도에 사는 사막메뚜기는 대부분의 시기에 평화롭게 지내는 양순한 곤충이지만 갑자기 공격적으로 바뀌면 대륙 전체를 말 그대로 초토화할 정도다. 몸길이가 약 10cm인 연분홍색 곤충 수백만 마리가 떼 지어서 몇 시간씩 하늘을 온통 덮으며 날아가는 광경은 마치 외계인이 지구를 공습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04년 서아프리카를 습격한 사막메뚜기 떼는 농경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이스라엘과 포르투갈에서 수백만 명을 기아로 내몰았다.
  
사람의 집단도 사막메뚜기 떼처럼 엉뚱한 의사 결정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1630년대에 네덜란드를 휩쓴 튤립 광풍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투기 거품의 하나이다. 1636년 튤립 알뿌리 하나를 살 돈이면 살진 소 4마리나 밀 24톤, 포도주 2통, 버터 2톤 또는 은제 컵 하나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1637년 거품이 터지자 목수의 연봉보다 20배나 더 비쌌던 튤립 알뿌리는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2008년 10월 아이슬란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폭락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 거품이 터지면서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국가의 하나에서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몰락한 첫 번째 정부가 되었다. 두 가지 사례는 집단이 의사 결정을 잘못 할 경우 사막메뚜기 떼처럼 얼마든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국사회는 월드컵축구 응원부터 각종 촛불시위까지 군중이 길거리를 가득 메우는 집단현상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들이 항상 '영리한 무리'인지 아닌지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과학' 2010년 8월 21일자

 

 

[입력 : 2019-09-18]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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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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