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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정은 '만남'보다 '마음'에 있는 것

글  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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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올해 첫눈이 내렸다. 작년보다 16일 빠른 기록이다. ‘설중방우(雪中訪友·눈 속에 벗을 찾아간다)'의 고사를 한 토막 소개한다.
   
이 고사는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두 예술가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한 사람은 왕휘지(王徽之)로 서예가 왕희지의 다섯 째 아들인데 그 역시 저명한 서예가다.
   
또 다른 사람은 그의 벗 대규(戴逵)로 금을 잘 연주하고 그림에도 뛰어난 문인화가다. 왕휘지가 산음(저장성 사오싱)에 머물 때였다. 밤에 큰 눈이 내렸는데 잠에서 깨어나 사방을 보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마음이 심란해진 그는 술을 내 오라 하여 큰 잔에 가득 따라 붓고 '좌사(左思)'의 '초은시(招隱詩)'를 읊었는데 문득 섬계(剡溪)에 사는 벗 대규가 보고 싶어졌다. 그는 다짜고짜 작은 배를 띄워 밤새 섬계로 배를 저어 갔는데 아침에야 배가 대규의 집 앞에 이르렀다.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하지만 대규는 그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 왕휘지가 문을 두드려 주인을 부르지 않고 그저 발길을 되돌려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까닭을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吾本乘興而來, 興盡而返 何必見戴"
(오본승흥이래 흥진이반 하필견대)
   
"내가 원래 흥을 타고 왔다가 흥이 다해 돌아가노라. 어찌 반드시 대규를 보아야 하겠는가?"
  
결국 그가 추구한 것은 내면의 진심과 자유, 그리고 편안함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눈이 오면 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술도 한잔하고 쌓였던 이야기도 나누고...
     
이럴 땐 훌쩍 찾아가 회포를 푸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일상이지만 그냥 보고 싶은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한 채 멀리서 바라보면 더 애틋한 맛이 있지 않을까? 때로는 왕휘지처럼 격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유스러운 마음, 운치, 여유도 필요하지 않을까?
      
핸드폰으로 자기 필요한 편한 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고 상대방 상황은 고려하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안 받으면 짜증부터 내는 요즈음의 모드로 볼 때, 이 고사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진정한 우정은 '만남'보다 '마음'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Just as yellow gold is tested in the fire, so is friendship to be tested by adversity." (오비디우스)
    
"황금이 불 속에서 시험되듯, 우정은 역경 속에서 시험된다."
   
이글은 비록 ‘설중방우’는 아니지만 먼 곳에서 찾아간 벗을 환대해준 친구에게 바치며 친구의 사업이 번성하기를 기원한다.


[입력 : 2018-10-19]   서정욱 변호사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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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리셋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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