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기본 계획이 처음 수립됐던 2006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인 26조3000억원을 배정하고 23조4962억원(역량집중·계획관리과제 기준)을 집행했다. 26조원이나 되는 예산은 어디에 쓰였을까.
우선 '청년 일자리·주거 대책 강화'에 집행액의 절반이 넘는 11조9759억원을 지출했다. 신혼부부 등 주거 지원 강화 몫이 대부분이다. 청년·신혼부부에게 주택구매·전세자금을 빌려주거나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데 쓴 돈이다. 보육료 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 운영 등 '맞춤형 보육'에는 8조5330억원을 집행, 전체의 36%가량을 썼다.
▲이미 결혼을 하고 ▲출산도 가능한 여건의 부부가 ▲출산을 했을 때 드는 비용을 줄이는 데 90%에 육박하는 예산을 쓴 것이다. 아이를 낳은 (신혼) 부부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효과적이지만 비혼주의자가 늘어나고 만혼(늦은 결혼)이 트렌드가 되는 등 혼인율 자체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2030 젊은 세대는 결혼 자체를 안 하는 상황인데 정부의 저출산 예산은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은 부부를 지원하는 데 집중돼 있다"고 짚었다. 말라가는 나무의 뿌리가 아니라 기둥에 영양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연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사업들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 해외 취업 촉진'이다. 선진국 틈새 직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신흥국 중간 관리자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424억원을 책정했다.
초등·중·고등학교 '자유학기제'에는 893억원을, '대학 인문 역량 강화'에는 425억원을 투입했다. 청년을 해외에 취업시키고 초등·중·고등학교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며 대학의 인문학 수업을 늘리는 게 어떻게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정책을 두고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런 정책을 추진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인구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도 "각 부처에서 옛날부터 지원해오던 사업들을 저출산이라는 이름 아래 집어넣어 놓은 게 많다"면서 "비혼·만혼이 늘고 딩크(DINK·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족이 늘어나는 등 바뀌는 사회상에 적합한 새 사업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