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7월 5일 2019년도 제6차 회의를 열고 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 '실버론' 사업에 21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편성된 실버론 예산 389억원이 곧 소진될 것으로 판단, 추가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실버론이란 주민등록법상 국내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긴급한 생활안정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 복지서비스다.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전·월세자금, 재해복구비 등 긴급자금을 개인별 연간 연금수령액 2배 이내 범위에서 빌려준다.
2012년 5월 당시 사업 시행 초기 한도액을 500만원으로 정했다가 2015년 7월 750만원으로 상향조정한 데 이어 2019년 1월부터 1000만원까지 가능해졌다. 저리로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자 올해 들어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추가로 예산이 필요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민연금기금위는 2019년 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인 '국민연금 실버론' 추가소요예산도 210억원 증액했다. 2012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7년간 5만7134명이 실버론을 통해 2603억6500만원을 지원받았으며 이 중 3만49명이 1655억9900만원을 상환했다. 실버론은 2012년에 3년간 시범 사업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됐는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정식 제도로 자리 잡았다.
올해부터 최대 1000만원까지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연 1~2% 수준의 저리로 빌릴 수 있다. 퇴직 후 소득이 없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 등에서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던 은퇴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실버론은 70% 이상이 전·월세 자금 충당에 이용된다. 25% 정도는 의료비 용도 대출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측은 올해 수요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단순히 대출 한도가 상향조정됐기 때문에 대출이 급증한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빈곤’이 그만큼 더 악화돼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6년 기준으로 46.5%이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2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52만원이다. 2017년 기준으로 1인 단독가구의 적정 생활비는 154만원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즉 노후 자금이 부족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손해를 감안해서라도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해 ‘실버론’을 활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