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임산부들의 걱정을 덜어줄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최근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용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산전검사의 품질을 향상시켜 태아의 기형 여부 진단에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침습적 산전검사’란 긴 주사바늘로 산모의 배를 찔러 양수를 확인하지 않고도 혈액을 통해 출산 전 태아와 산모의 상태를 진단하는 방식을 말한다. 임신 10주차부터 혈액으로 태아의 기형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다. 이를 통해 임산부 혈액에 존재하는 미량의 태아 DNA를 분석, 다운증후군(21번 염색체 3개)처럼 특정 염색체 개수에 대한 이상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표준과학연구원의 바이오분석표준센터 연구팀은 독자적인 DNA 정량분석 기술을 활용해 다운증후군에 양성인 혈청표준물질을 개발했다. 다운증후군 표준물질로는 세계 최초로 혈청 형태로 개발됐다.
최근 산전(産前) 검사의 보편화에 따라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가 주목을 받아왔다. NIPT는 임산부의 혈액 속 5 %에도 미치지 못하는 태아의 DNA를 검사해 특정 염색체 수가 2개인지, 3개인지 등을 판별해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NIPT 결과만으로 기형 여부를 확신하기에는 불안요인이 없지 않다. 검사 자체의 난도가 높은데다 혈액에서 DNA만 남기는 정제과정에서 DNA의 양이 많게는 50%까지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NIPT 결과에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고위험군으로 판명, 배에 바늘을 찌르는 양수검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양수검사는 수십만 원의 비용이 추가되고 경우에 따라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표준과학연구원 바이오분석표준센터 권하정, 배영경, 정지선, 양인철 박사 연구팀은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표준물질을 제조하기 위해 신개념 측정기술을 이용했다. 안정동위원소표지 DNA(SILD·Stable Isotope Labeled DNA)를 활용한 DNA 정량분석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 정제되기 전인 혈청 상태로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양인철 책임연구원은 “표준물질을 비침습적 산전검사 전 과정의 품질 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진단의 정확도가 향상될 것"이라며 “임산부들의 추가 검사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하정 선임연구원은 “이번 표준물질 개발에 활용한 DNA 정량분석 방법은 복잡한 매질에서 DNA 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질병의 진단부터 혈액이나 식음료 등 정제되지 않은 다양한 시료의 품질 평가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분석화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 IF: 6.042)에 게재됐다.
<다운증후군 표준물질 활용분야>
1) 검사기관에서 내부 품질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활용
2) 검사기관 정확도 평가 실시기관(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에서 NIPT 업체들의 정도관리를 위한 시료로 활용
※현재 국내에는 마크로젠, 녹십자지놈,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 약 10여개의 업체에서 NIPT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임산부는 산부인과에 가고, 산부인과는 임산부의 혈액을 채취해 NIPT 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1) 질병의 진단 및 경과 관찰
일부 종양 환자는 혈장 중 DNA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혈장 내 DNA의 양을 질병 진단이나 치료 경과의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DNA의 총량과 관련된 새로운 질환 탐색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 분자진단용 표준물질 개발
NIPT용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을 비롯하여 분자진단용 표준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해당 DNA의 정확한 정량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본 기술을 바탕으로 분자진단분야의 표준물질의 개발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식품 및 의약품에 존재하는 DNA양을 분석하여 정제 여부 및 오염 여부 등에 대한 품질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