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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성은 가난하다

글  현경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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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숙 논설위원

’나라는 부자이나 국민은 가난하다’는 게 요즘 화두가 되고 있다. 한

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1위로 발돋움한 데 비해 백성들의 삶은 갈수록 더 팍팍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구조개혁 중간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 한국의 1인당 GDP는 연평균 3.8% 증가한 데 비해 1인당 가계소득은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나라 전체의 부가 늘어난 정도 만큼 국민 개인의 부는 커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이후 나타난 ’부자 기업-가난한 가계’ 추세와 맥락이 같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민총소득(GNI)이 1975년부터 1997년까지 연평균 8.9% 증가했는데 이 기간에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증가율은 각각 8.2%, 8.1%였다. 국민소득 증대에 따른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증가율이 비슷했다는 뜻이다.

반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기간을 보면 GNI, 기업소득, 가계소득 증가율이 각각 3.4%, 16.4%, 2.4%였다. 기업소득의 증가율이 가계소득의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현재 가계는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반면 기업들의 곳간은 넘쳐난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천200조 원에 달한 데 비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1천835개사의 사내유보금은 2008년 326조 원에서 지난해 845조 원으로 증가했다.

나라의 부가 늘어나는 데 비해 기업의 부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개인은 소득이 제자리걸음이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것은 한국 경제가 대기업, 재벌그룹 중심 체제인 데서 비롯된 바 클 것이다.

대기업들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그로 인해 커진 파이를 국민 대중이 나누는 방식 말이다. 그런데 IMF 위기 이전까지 한국을 잘살게 했던 이 방법이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부가 증가해도 경제성장률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대기업들의 규모가 커져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없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수출과 대기업 위주 성장은 가계소득 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소비 침체→내수 부진→기업 매출 정체→성장 둔화→가계소득 위축의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국부민빈(國富民貧)이 경제성장의 질곡이 된 셈이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자살사망률은 작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7.3명이나 된다. 2003년 이후 12년 동안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부민빈의 그늘이다.

국민의 가난으로 인한 심각성은 정부와 정치권이 공히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현실화와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자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운 바 있으며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단계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금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을, 국민의당은 공정성장론을 펴고 있다. 3당은 이런 정책들의 문제점과 한계를 서로 비난하고 있으나 가계 소득을 증대시켜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총론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다.

모처럼 정치권이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는 소모적인 논쟁에 빠지지 않고, 국민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나 하는 조심스러운 낙관을 해본다.

국부민빈의 논란은 중국과 일본에도 있다. 중국의 국민 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56.1%에서 2007년 50% 내외, 2010년엔 43%로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당국은 이를 바로잡는 것이 가장 시급한 분배 개혁 과제라고 인식하고 최저임금을 지속해서 올리는 등 저소득 계층의 수입을 늘리고 있다. 개인소득세뿐만 아니라 기업소득세, 증치세(부가가치세), 영업세, 관세 등 다양한 세금의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80년대 말 국부민빈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차 대전의 폐허에서 눈부시게 부활한 일본은 한때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 도시 과밀, 좁은 주거, 과로사, 높은 자살률, 열악한 노인복지, 여유가 없는 삶 등으로 인해 국민은 가난하다는 논란을 낳았다.

한국은 일본을 모델로 했던 국가주도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사회, 경제 구조가 일본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국부빈민까지 일본을 따라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한국 국민의 가난과 일본 국민의 가난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풍요하고, 국민 삶의 질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 일본’(The False realities of a politicized society)을 썼던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카렐 반 월프런은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 관료 독재주의,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 낮은 시민 의식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국민의 낮은 정치 참여도.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국부민빈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이었던 거품 경제 붕괴도 관료들이 지나치게 경제성장 위주 정책을 펼친 탓이라고 진단했다.

4.13 총선이 코앞에 닥쳤다. 무능, 불임, 식물 국회로 불렸던 19대 국회의 비생산성과 역대 최악의 공천 파동으로 인해 국민의 정치 혐오가 극에 달했다.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70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혼탁한 정치 속에서도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국부민빈을 국부민부(國富民富)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16-04-05]   현경숙 논설위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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