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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설)

글  김종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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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논설위원

아동 살해와 학대의 잔혹사가 사회를 흔들고 있다.

어느 부부는 아들을 살해한 뒤 치킨을 시켜먹으면서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에 보관했다. 다른 가장은 생활고를 비관해 잠자는 부인과 어린 자녀 2명을 둔기로 무참하게 살해한 뒤 자살했다.’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참혹한 사건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짐승도 제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데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자식의 목숨을 거둘 수 있느냐는 탄식과 분노가 들끓었다.

이런 만행을 보노라면 ’인간이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부정하기 어렵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들은 우울증을 앓거나 분노와 충동 조절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이 실패하거나 직장을 갖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린 것도 공통적이다.’

전문가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어느 범죄심리학자는 아이들을 자기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부모 잘못이므로 부모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 자녀의 운명을 부모가 결정한다는 가부장적 자녀관에 문제가 있다거나 아동의 권익을 인정하는 가정 민주화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격없는 부모에 대한 법적ㆍ사회적 규제의 필요성과 사회 안전망의 미비도 거론됐다.’

지당한 말이다. 이들 사건은 일차적으로 부모로서의 자질이나 인간성을 결여한 개인의 결함이나 가족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책임도 개인과 가족에 있다. 사회나 국가의 잘못은 낙오자에 대한 지원대책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비극적 사건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 것인가. 그건 너무 차갑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하지 않은가.’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행성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우리의 이웃이다. 이들을 낳고, 가르치고, 키운 곳은 우리 사회다.

1997년 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사회가 각박해졌고, 패륜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자살률이 세계 1위이고, 국민 행복지수도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위험 수위라는 연구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국가의 현주소다.’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널리 알려진 용어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다. 인간이 존엄성과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 보루인 정신의 ’보호방패(Protective Shield)’가 외부 충격으로 파괴되거나 붕괴한 상황을 의미한다.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나 파괴 충동을 부르며, 더 악화하면 ’죽음의 충동(Death Drive)’으로 발전할 수 있다.

죽음의 충동이 안으로 향하면 자살이 되고, 밖으로 향하면 집단 살육을 일으킬 수 있다. IS의 테러나 히틀러의 인종청소 등은 그 극단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빈곤, 가정불화, 학교나 군대에서의 집단 따돌림, 상대적 박탈감, 예기치 않은 폭력이나 정신적 충격, 전쟁, 재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라우마가 상당 부분 집단적, 사회적, 국가적인 모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처방전도 거기서 나와야 한다. 시장 자본주의가 득세한 현대사회에서 상처받는 개인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상대적으로 트라우마를 양산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모두 이런 사회를 조장했다는 책임도 인정해야 한다. IMF 이후 사회적 갈등과 소외에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우리 정치와 정부의 실패이기도 하다.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는 이제 적절하게 통제돼야 한다.

성장지상주의와 경제적 효율성의 추구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판명됐다. 교육이 균형 잡힌 인간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패자나 약자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지도 자성해야 한다.’

돈이 신(神)이고, 악마도 에르메스나 프라다를 걸치면 천사나 귀족이 되는 세상에서 철 지난 유행가 가락 같은 ’공자님 말씀’ 밖에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하긴 하다.

그래도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동체, 지속가능한 국가를 바란다면 평등과 우애, 배려라는 인간적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 식자들은 우리나라가 역사상 가장 짧은 시기에 전대미문의 경제적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은 공동체의 연대의식이 무너지고 정신이 황폐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새로운 공동체 가치의 모색과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의 확립은 현실에 대한 반성에 기초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야하는지 좌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화가 폴 고갱은 말년을 덮친 불행으로 자살을 고민하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작품으로 삶과 인생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우리도 고갱식으로 한 번 치열하게 물어보자. 우리는 누구이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16-01-26]   김종현 논설위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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