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제보자> |
영화 <제보자>는 이른바 ’황우석 스캔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그 영화의 초반부에 여성들이 우르르 봉고차에 타고 불임병원으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아내가 여자의 난소에서 난자를 한꺼번에 많이 키워내기 위해 주사를 맞은 후에 시들시들 힘이 없더니 죽었다는 남편의 증언도 나온다.
도대체 무슨 주사이길래 멀쩡한 여자를 주검에까지 이르게 했을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결혼한 지 10년째 된 A씨(女·41)는 난임을 해결하기 위해서 불임병원에 갔다. 검사결과, 여성의 나이가 많고 남편의 정자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야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순간, 그녀의 뇌리에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이 스쳤다. 그토록 몸을 축나게 하고 위험하다는 과배란 주사를 꼭 맞아야 한다는 게 겁이 났다.
“시험관시술보다 인공수정을 하면 안 될까요?” (A씨)
“인공수정을 하더라도 과배란 주사를 맞고 해 봅시다.” (의사)
▶인공수정 혹은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처방되는 과배란 주사들이다. 위로부터 퍼고베리스주, 메노퓨어, 고날에프..... 과배란 주사의 주성분은 FSH(난포자극호르몬)이다. FSH호르몬은 인체가 난자를 키우기 위해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난소는 혈액에 띄워서 전달되어진 FSH를 수용해서 난자를 키워낸다. 과배란 주사는 바로 FSH호르몬을 외부에서 투여하는 셈이다. |
난임병원에 입성한 이상, 과배란 주사를 피할 수가 없다.
도대체 과배란 주사는 무엇일까?
왜 그 주사를 맞아야 불임시술을 진행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난자는 매달 한 개가 배란된다. 하지만 난소에서 난자를 여러 개 자라게 하기 위해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 클로미펜 같은 배란유도제를 복용한다.
▶과배란 주사를 맞는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본래 인체는 난자를 키우기 위해서 뇌하수체가 FSH호르몬(난포자극호르몬)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혈액에 띄워서 내려보내면 난소가 이를 수용해서 난자를 키우고, 난자가 자람으로 해서 난자에서 에스트라디올(E2)이 분비가 된다. 또한 에스트라디올(E2)이 분비됨으로써 자궁내막에서 에스트로겐(E2)를 수용해서 배란 때 내막이 자라게 되는 된다.
먼저, 클로미펜, 페마라 같은 배란유도제는 항(抗)에스트로겐제다. 우리 몸의 호르몬분비 체계는 피드백 체제이므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억제되면 뇌하수체에서는 난자가 안 자라는 줄 알고 다량의 FSH(난포자극호르몬)를 분비한다. 바로 배란유도제는 이런 호르몬 피드백을 적극 이용하는 처방이다. 배란유도제를 복용함으로써 FSH(난포자극호르몬)를 더 분비하도록 해서 난자를 한 개 이상 키워낼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배란 주사는 어떻게 난소에서 난자를 여러개 자라게 하는 걸까? 바로 주사의 주성분이 아예 FSH(난포자극호르몬)로 구성되어 있다. 주사가 바로 난자를 자라게 해 버린다.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처방되는 과배란 주사 평균 용량은 150-225(단위/일)cc인데 난자가 자라지 않을 경우 최대 450(단위/일)cc까지 처방하기도 한다. 불임의사는 환자의 나이, 난소상태 등을 감안해서 과배란 주사 투여 일수와 용량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
과배란 주사는 여러 제약회사에서 제조하고 있다. 제조회사가 달라도 결국 과배란 주사의 주성분은 여자 몸에서 난자를 키워내는 주성분인 FSH(난포 자극 호르몬)라는 호르몬이다. 고날 에프, 퓨레곤, 고나도핀, 폴리트롭, 등 대다수의 주사제가 FSH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난자를 키우는 데에는 FSH(난포자극호르몬) 뿐 만 아니라~ LH(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여포자극호르몬/난자의 마지막으로 성숙시키는 호르몬)라는 호르몬도 필요하다. 따라서 불임의사 중에는 퍼고베리스라는 과배란 주사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이것은 LH(여포자극호르몬)와 FSH(난포자극호르몬)가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고날에프와 오비드렐이라는 주사를 같이 처방하는데, 이 또한 FSH(난포자극호르몬)와 LH(여포자극호르몬)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 출시된 과배란 주사제 중에는 메노푸어가 있는데 이 경우 FSH(난포자극호르몬)와 hCG(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호르몬이 함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체외수정술이다. 몸 밖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고 3-5일 키워진다. 이 때문에 기왕이면 여러 개의 난자와 정자가 있으면 훨씬 좋은 수정란을 골라내기가 원활하다. 인공수정의 경우도 한개의 난자가 배란이 되는 것보다 여러 개 난자가 배란이 되면 훨씬 수정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단, 불임의사는 환자의 나이, 상태 등을 감안해서 적정량의 과배란 주사를 처방한다. 한 주기에 너무 많은 양의 난자를 키울 경우 난자의 질이 떨어지고 자칫 난소과자극증후군(에스트로겐 수치가 너무 높아져서 생기는 합병증)의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불임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서 몸이 축난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왜일까?
불임의사들은 난소에서 한 주기에 다수의 난자가 자랄 경우 난자마다 분비되는 E2(에스트로겐)에 의해 마치 임신초기에 느낄법한 증상(미식거림, 두통, 어지러움, 졸림, 복부팽만감 등)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증상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 설명 및 자료제공은 마리아병원(신설마리아), 사랑아이여성병원, 라헬여성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