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해성 검증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사용 자제 권고에 이은 후속대책으로 구성성분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고 위해성 조사 및 불법판매 단속 등에 나서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23일 관계부처 합동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2차 대책을 발표하면서 "(폐손상과)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법률안이 개정되기 전까지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금연정책 추진과 담배제품 안전관리를 위해 담배제품 안전 및 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10월15일 기준 미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로 중증 폐손상 1479건과 사망 33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달 2일 첫 의심사례가 보고됐다. 하루 5개비~1갑 일반담배를 피우다 2~3개월 전부터 쥴, 릴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30세 남성으로 입원 후 증상이 호전돼 이달 4일 퇴원한 상태다. 흉부영상(CT) 이상 소견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검사 음성 결과 등으로 볼 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관련한 폐손상 의심사례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 검토 의견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일 사용 자제 권고에 이어 정부는 이날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2차 대책을 내놨다. 우선 제품회수, 판매금지 등을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달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내 유해성분을 분석한다. 내년 상반기 안에 인체 유해성 연구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조사팀을 구성해 응급실·호흡기내과 내원자 중 중증폐손상자 사례조사를 실시, 추가 의심사례를 확보하고 임상역학조사연구로 연관성을 밝힌다. 국가통계자료와 건강보험자료 등을 연계·분석해 폐손상과의 연관성도 검토한다. 미국 폐손상 환자의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나온 대마유래 성분인 THC와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 유해성분에 대해선 제조·수입업자에게 구성성분 정보를 제출하도록 관련 법에 따라 요청한다.
전자담배 기기 폭발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전자담배 기기장치 무단개조 및 불법 배터리 유통판매 집중 단속하고 법 위반시 형사고발 조치를 한다. 통신판매중개업자와 협조를 통해 안전인증이 없는 불법 배터리의 온라인 유통·판매를 제한하고 제품안전관리원이 불법 배터리 신고를 접수한다. 니코틴액(향료 포함) 수입업자 및 판매업자 대상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통관절차도 강화할 예정이다. 니코틴 함량 1% 이상인 경우 유독물질 수입신고 구비 여부를 확인하고 줄기·뿌리 니코틴 통관 땐 수출국 제조허가증을 제출해야 한다. 해외직구나 특송화물을 통한 니코틴은 간이통관으론 반입할 수 없다.
중국, 미국 등 수출국 내 영사관 등 재외공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니코틴액 제조?수출자, 제조공정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고 줄기·뿌리 니코틴 관련 세액탈루, 부정·허위신고 혐의에 대한 철저한 관세 범칙조사 및 세액심사 추진한다. 나아가 담배제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담배의 법적 정의를 확대해 다양한 담배 유형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을 원료 일부나 전부로 해 만든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연초의 줄기·뿌리 니코틴 등 제품까지 포함해 담배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담배 제조·수입자는 담배 및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청소년·여성 등의 흡연을 유도하는 담배 내 가향 물질 첨가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 청소년 흡연 유발 등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품회수, 판매금지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한다. '담배 정의 확대', '담배 유해성분 제출 및 공개 의무화', '가향물질 첨가 금지' 등 법안은 모두 국회 계류 중으로 정부는 법안 통과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불법 판매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청소년 대상 액상형 전자담배(기기·장치 포함) 판매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인터넷 담배 홍보 점검단', '담배 불법 판매·판촉 신고센터'를 통해 불법적인 인터넷 판매·광고행위, 고농도 니코틴 판매행위 등 감시를 강화한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차관을 반장으로 관계부처 실장(1급)이 참여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을 구성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중증 폐손상 및 사망사례가 다수 발생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국회 계류 중인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고 성분 공개 등 후속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유해성분 분석을 거쳐 내년 상반기 인체유해성 연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폐손상 환자들을 보면 대마에서 나온 성분과 니코틴 함유 제품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중증 폐손상자 1479명, 사망 33명 등이 발생한 것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고됐다. 미국 폐손상 및 사망 사례를 보면 중증폐손상자의 79%가 35세 미만(18세 이하 15%)이었다. 연령대는 13세에서 75세로 다양했는데 중앙값은 23세로 주로 젊은 층에서 위해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모든 환자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력을 밝혔으며 감염이 아닌 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폐손상으로 추정된다.
환자의 78%는 대마 유래 성분인 'THC'가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THC는 대마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으로 THC 함유 액상에서 상당량의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을 사용했다가 폐손상이 발생한 환자도 10%를 차지했다.
현재로선 'THC'와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이 유해성분으로 지목되는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다음달까지 이를 포함한 7개 유해성분을 분석하기로 했다. 나아가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수입업자에게는 'THC'와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 구성성분 정보를 제출하도록 관계법(제품안전기본법 및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요청한다.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따른 폐손상 의심사례가 보고된 건 이달 2일이다. 해당 환자는 지난달 28일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으로 입원한 30세 남성인데 치료 후 증상이 호전돼 이달 4일 퇴원했다. 이 남성은 하루 5개비에서 1갑 정도 일반 담배를 피웠으며 액상형 전자담배는 발병 2~3개월 전 국내에서 판매되는 쥴, 릴베이퍼를 사용했다. 정부 자제 권고 이후 입원 5일 전부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멈췄다.
전문가들은 90일 이내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력, 호흡기 증상 및 엑스레이(x-ray)상 이상 소견, 감염 관련 검사상 모두 음성, 심장·류마티스·암 등 다른 질환 배제 등을 근거로 해당 남성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관련 폐손상 의심 사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의 관련성은 추가 사례 수집을 통한 역학조사를 실시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건 당국 입장이다.
미국 CDC는 원인물질 및 인과관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지난달 6일 권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청소년층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급증에 따른 대책으로 사전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가향(담배향 제외)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일부 주정부에서는 일정 기간 긴급 판매금지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매사추세츠에선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 4개월간 판매를 금지하기로 발표했으며 워싱턴, 로드아일랜드 등에선 4개월간 담배향을 제외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난달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의심사례 감시체계를 가동했다. 여기에 23일에는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고 유해성분 공개 의무화와 유해성분 및 인체유해성 검토, 불법판매 단속 강화 등을 담은 2차 대책을 발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따른 폐손상과 사용 자제 및 금지 조치 등은 비단 미국과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캐나다에서도 이달 17일 기준 중증 폐손상자가 5명 발생했으며 이달 11일 부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각각 지난달 13일과 30일 권고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4일 가향 전자담배 액상 판매를 금지했고, 말레이시아는 이달 14일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인도는 지난달 18일부터 전자담배 생산·수입·판매·보관 등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또한 인터넷에서 쥴 판매를 지난달 13일부터 중단했으며 보건당국자는 향후 전자담배 규제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9월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11개 회사 36개 품목이며 모두 수입품이다. 담배로 관리되지 않는 줄기·뿌리 니코틴 등 담배 유사제품도 약 70개가 팔리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반출량은 올해 8월 기준 1437만3053㎖로 3년 전인 2016년(60만5335㎖)보다 23.7배나 급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올해 75억4600만원이 반출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니코틴액 수입량은 올해 8월 6만1694ℓ로 지난해 2만1890ℓ 대비 2.8배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및 시장조사기업(유로모니터)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되며 특히 폐쇄형 액상형 전자담배의 비중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5년 4.2%에서 2016년 2.3%로 감소했으나 2017년에는 2.7%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2017년엔 남성(4.2%→4.4%)보다 여성(0.4%→0.9%)의 증가 폭이 컸다. 계속 감소추세였던 처오년 전자담배 사용률도 2017년 2.2%에서 지난해 2.7%로 늘어 성인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