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상담센터와 함께 5월 24일 오전 이화여대에서 ‘소셜 네트워크 속 대학생들의 심리와 위기’를 주제로 ‘제60회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정책포럼은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SNS 환경에서의 심리적 위기 실태를 살펴보고 대학생들의 심리적, 정서적 안녕을 위한 대학 학생상담센터의 역할 및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포럼에 앞서 “사이버상에서 대인관계와 자기실현 욕구를 충족하거나 사회적 참여를 통해 사회변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의 심리적 원인과 현상을 파악하여 적절한 위기개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헌영 대교협 회장은 “대학생들의 심리적 위기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의 정책적 접근을 통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이버 문화 속 대학생 정신건강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송민호 경기대 교수, 유투브 ‘유바바’ 채널 운영자인 박선영씨, 이보라 이화여대 연구원 등은 대학생들이 우울감이나 소외감, 학업 및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SNS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2018년 우리나라 20대 인구의 약 3.4%가 스마트폰 과의존 경향성을 보이고 약 20.6%가 잠재 위험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안증세가 위험수준인 학생은 1074명(41.2%)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우울증은 489명(18.8%)이나 됐다. 인터넷 사용 관련 조절이 어려운 대학생은 472명(18.1%)이었고, 잠재위험군(33.6%)까지 합치면 절반 이상이 인터넷 사용 관련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처럼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SNS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카페인(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중독'이라 부르는 SNS 중독은 SNS를 통한 가상 대인관계에 금단·내성이 생기고 우울증·의존증·스트레스 등 여러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SNS에 중독되면 뇌에 영향을 미쳐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들고, 알코올 중독과 인터넷 중독, 게임중독, TV중독 등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보라 연구원에 따르면, SNS 사용시간이 많고 정신건강 수준이 낮을수록, 진로준비와 학업활동에 대한 개인의 심리적 만족이 낮을 때 대학생의 SNS 중독 경향이 더 높다고 한다. SNS이용시간과 접속 횟수가 잦을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더 높다. 접속 상위 25%가 하위 25%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1.7~2.7배 높다.
이보라 연구원은 "사생활이 과하게 노출되거나 악성댓글 등 사이버폭력 피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면서 "SNS 관련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총괄 대응방안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성만 단국대 교수는 종합의견을 통해 대학생들의 SNS 과의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학업·진로·대인관계 등 대학생들의 주요 스트레스 원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상담 개입과 자기조절 향상 프로그램의 활성화, SNS 정보의 정확성과 유용성 판단,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위기개입 골든타임과 상담센터 운영의 안정화’를 주제로 발표한 김동일 서울대 교수, 현채승 연세대 박사, 이주아 이화여대 학생기자 등은 “상담을 통해 학업중단 가능성이 있는 학생의 학교적응을 도와준 결과로 얻는 등록금 수입과 같은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면 상담의 경제적 가치를 도외시 할 수 없다"면서 “학생과 상담사의 비율을 MIT 460:1, 하버드대 530:1 등과 비교하면 국내는 약 5000:1에 이를 정도로 학생심리지원 체계가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박제일 용인대 교수는 종합의견에서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교나 정부의 실천은 매우 미약함을 지적하면서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정부, 대학, 학생의 삼박자 조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