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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헌터’ 박정원이 털어놓는 정자 이야기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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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사진 : 이경민 기자
● 남성불임 비뇨기과 의사, 두 달만 공부안하면 바보 될 수 있다 
● 호르몬 수치로 폐쇄성 비폐쇄성 무정자증 짐작할 수 없어 
● 내 남편이 여자다? 46XX 남자의 비극 
● 수태를 위해 100일 기도는 과학적인 선택이다 
● 아들의 정자를 망치는 한국의 엄마들
● 고환에서 원형정세포 채취해서 시험관시술을 시도하는 것은 무모할 수도
● 목 굵고 허리 굵은 남성이 수태력이 좋다?
● 정자 망치는 오대 악은 술 담배 자전거 사우나 단백질보충제

박정원
1967년 서울출생. 경희대 의대 졸업. 호주 Monash대학교 의과대학 수료. CHA의과대학 유전학 석사졸업. 2013년 대한남성과학회 해외우수논문상 수상. CHA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여성불임센터 조교수. 現 원탑비뇨기과 원장.

 

 

말이 거칠다. 당당하다. 다부진 몸매에 반골기질이 느껴지는 말투와 인상으로 탁자를 탕탕 내려치면서까지 설명에 열을 올리는 한 남자. 바로 남성 불임 비뇨기과 전문의 박정원(50·現원탑비뇨기과) 원장이다.

남성이 원인인 난임 부부에게 박 원장은 ‘없다’는 정자를 기어이 찾아내는 헌터라고 해야 할까. 무정자증 남성의 고환까지 열어 끝내 정자를 찾아내는 것이 박원장의 재주이자 사명감이다.
 
2013년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남성불임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남성이 원인이 되는 난임이 급격히 늘고 있는 이유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환경호르몬 때문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지난 10년간 남성들의 생식력이 그 이전 세대에 비해 급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남성 불임의 연평균 증가율은 여성에 비해 4.7배 더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즉 정자의 활동성 저하, 정자 수 감소 등 남성의 생식력이 떨어져 아내를 임신 못 시키는 케이스가 다반사라는 얘기다.

 

무정자증 추적은 정말 힘들어 

가장 문제는 무정자증이다. 무정자증은 정액을 검사했을 때 정자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다.

비뇨기과 교과서에는 “(무정자증의 경우) 전체 남성의 1%에서 발견되며 불임 남성의 10~15%에서 발견된다”라고 적혀있지만, 박정원 원장은 “이보다 훨씬 더 많게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로 불임병원에서는 겉으로 건강한 남성임에도 정자가 아예 보이지 않는 비극의 주인공들을 예사롭게 만날 수 있다. 무정자증 남성의 경우 정자가 없기에 자연임신은 고사하고 인공수정도, 시험관시술도 아예 해볼 수가 없다. 난자와 수정될 정자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같은 절박한 사정의 부부들이 비뇨기과 전문의 중에서도 남성불임을 전공한 박 원장을 찾아온다.
 
과연 없는 정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무정자증의 원인은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설사 정자를 찾았다고 해도 임신까지 어떠한 노력을 더 해야 할까? 박 원장은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절절한 사연과 에피소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어떠한 이유로 무정자증이 발생하나요?
 “예전 교과서에서는 무정자증의 원인을 두 가지로 나누었어요. 비폐쇄성 무정자증과 폐쇄성 무정자증 두 가지로요. 말 그대로 폐쇄성은 정자 나오는 통로가 막혀서 정자가 못 나온다는 것이고, 비폐쇄성은 정자를 만드는 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정자가 없다는 겁니다. 흔히 비폐쇄니 폐쇄성이니 하는 걸 알기 위해서 일선 비뇨기과와 불임병원에서는 혈액검사로 호르몬 수치를 봅니다. 1차적인 검사이죠. 하지만 단순히 생식호르몬 수치만을 가지고 무정자증의 원인을 비폐와 폐쇄성으로 나눌 순 없어요. 이를테면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고 FSH(난포자극호르몬-남성도 정자를 키우기 위해 뇌하수체에서 분비됨)가 높으면 비폐쇄성이니 어쩌니 하는 거죠. 맞을 수도 있지만 다 맞지는 않습니다.”

 
▶일선 산부인과 의사, 비뇨기과 의사의 판단이 틀렸다는 얘기입니까?
  “남성불임 쪽에서 진료를 해보면 무정자증의 원인을 단순히 폐쇄성이니 비폐쇄성으로 무 자르듯이 단정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호르몬 검사만을 놓고 비폐니 폐쇄성이니 원인을 가르는 건 심하게 말하면 ‘난 공부 안 하는 의사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2009년도에 생식의학 분야에서는 유명한 『Fertility and Sterility』 잡지에 실린 내용을 참고해 보면 792명의 비폐쇄성 무정자 환자 중 FSH(난포자극호르몬)가 정상 범위인 환자가 무려 245명이나 되었어요. ‘FSH가 높으니 정자 생산에 문제가 있다. 정말 정자가 없다. 정자은행 이용해서 임신하든지 해라’고 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말입니다.”
 
잠깐 호르몬에 대해 알아보자.

호르몬 검사를 혈액채취로 하는 이유는 호르몬이 온 몸을 혈액에 띄워져서 돌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A에서 B로 어떤 신호물질을 보낼 때 혈관을 이용한다. 과연 호르몬은 어떠한 기전으로 생식체계를 형성하는 걸까.

여자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매달 뇌하수체는 난자를 키우기 위해서 FSH를 혈액에 띄워서 내려 보낸다. 난소가 이를 수용해서 난자를 키우고, 난자가 자람으로 해서 난자에서 에스트라디올(E2)이 분비가 된다.

또한 에스트라디올(E2)이 분비됨으로써 자궁내막에서 E2를 수용해서 배란 때 내막이 자라게 된다. 생리는 바로 자궁에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자 배란 때 부풀어 오른 자궁내막과 혈이 함께 철거되는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남성 역시 여성과 같다. 정자가 키워지기 위해서는 뇌하수체에서 내려 보낸 FSH가 고환에서 잘 수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FSH가 높으면 무정자증을 의심하게 되는 걸까? 간단하다.

우리 몸의 호르몬은 피드백 체제 즉 일방적 명령체계가 아니라 서로 교신을 하며 분비를 조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사이뇌(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량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한 부분)에서 뇌하수체에게 호르몬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도록 되어 있다. 결국 관련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난소에서 난자가 잘 자라지 않으면 난소가 뇌하수체에게 ‘난자가 잘 안자란다’고 보고하고, 뇌하수체는 바로 FSH를 좀 더 분비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FSH가 어느 시기에 평균 이상 분비되었다면 난자가(혹은 정자가) 잘 자라고 있지 않다고 의심해서 뇌하수체는 좀 더 많은 FSH를 분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성이 정상적인 수음으로 채취한 정액에서 정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이 호르몬 검사에서 FSH 수치가 너무 높고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다면, 무정자증 중에서 단순히 통로가 막혀서 정자가 배출되지 않는 게 아니라 정자 생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남성불임의 원인은 정계정맥류, 그밖에 정자 수송에 문제가 있는 폐쇄성 무정자증과 유전자의 이상 등에 있다고 하지만 원인불명도 많고 많다고 한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남성불임도 부지기수라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폐쇄성과 비폐쇄성 무정자증을 나눌 때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정자를 만들어내는 부고환에 심한 염증이 생겨서 아예 정자 생산이 안 되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정자 배출 통로를 열어준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 무정자증의 원인이 A인지, B인지를 호르몬 검사 등으로 속단해선 안 되는 이유인 셈이다.

 

 

내 남편이 여자?

박 원장은 “남성불임 쪽은 두 달만 공부 안하면 바보 된다”며 두 달 전 자신이 했던 얘기가 틀린 경우가 있었음을 토로했다.

그는 전 세계 불임클리닉에서는 남성불임연구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부어 하루가 달리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비뇨기과 전공의 숫자도 많지 않고 불임을 전문으로 하는 비뇨기과 의사들은 더더욱 얼마 안 되는 현실이라며 인터뷰 내내 공부하는 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폐쇄성 무정자증과 비폐쇄성 무정자증을 호르몬 검사에서도 구분할 수 없다면 그 기준이 무엇이 되는 건가요?
 “폐쇄성 무정자증 원인 중에 부고환에서 정관으로 넘어가는 길이 막혔을 수도 있어요. 그야말로 폐쇄성 무정자증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많아요. 전립선 쪽 출구가 막혔을 수 있고 성병이나 염증으로 막혔을 수도 있습니다. 또 부고환에 염증이 있어서 막혔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과연 폐쇄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케이스도 많습니다.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으로 막히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과연 막혀서 정자가 안 나오는 폐쇄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공장(정자 생산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공장이 왜 안 돌아가는지 조직검사를 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폐쇄성이니 비폐쇄성을 단순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답니다.

또한 유전자의 문제가 있다면 폐쇄성일까요? 어떤 분이 폐쇄성 진단을 받고 제게 왔는데 조직검사를 해보니 정자형성저하증이더라구요. 과연 정자형성저하증과 정자성숙멈춤증 등이 막혀서 정자 안 나오는 폐쇄성 무정자증일까요?"

 

▶정자 나오는 통로가 막혀서 정자 배출이 안 된다면 해결책이 있나요?
 “그것도 케이스마다 다 달라요. 일명 막힌 걸 뚫는 걸 부고환정관 문합술이라고 하는데, 수술 성공률과 개통유지율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해요. 다시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립선 쪽이 막히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어요. 최신 초음파로도 가능하구요.

문제는 전립선 뒤 정낭 가까이에 사정관이 막힌 경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전립선암 환자 수술할 때 하복부를 통해서 방광 뒤쪽으로 접근하잖아요. 배를 열어야 하는 거죠. 전립선 뒤쪽이 막혀서 정자가 안 나오는 폐쇄성 무정자증이라면 아예 고환에서 정자를 바로 채취해서 시험관시술을 받는 게 좋아요.”

 

▲좌로부터 문제가 있는 고환 1,2,3

 

▶요즘 성병 때문에도 정관이 막힐 수 있다고 들었어요.
 “네. 그렇더라구요. 이럴 경우 정관만 막히는 게 아니라 주변 조직과 심하게 유착되어 버려서 정관복원수술 한다고 해도 개통율이 떨어질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임질 등과 같은 성병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걸로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그 후에 나비효과, 후폭풍이 몰아치는 거죠. 임질과 요도염이 다 나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정관 막히는 정도가 아니라 정자 자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유전적으로 정자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지요?
  “그럼요.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라는 게 있어요. 염색체 이상입니다. 정상남자는 46XY인데, 클라인펠터 증후군이 되면 47XXY입니다. 심지어 XXXY XXXXY도 있어요. X가 많을수록 장애가 더 심해져요. 외관상으로 멀쩡해서 잘 모르는 거죠. 남자 500~1000명당 1명씩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피부가 하얗고 팔 다리 길고 예쁘게 생긴 아들이 14.8세가 되었는데도 자위의 흔적 또는 몽정의 흔적이 없다면 의심해봐야 해요. 대부분 무심하게 살다가 정상인으로 결혼을 해서 자식 낳을 즈음에 밝혀지기도 합니다.”

 

▶겉으로 멀쩡한데 여자인 남자도 있다면서요? 남성성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요.
  “46XX 남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상적인 부부가 1년간 부부생활을 해도 아이가 안 생기자 불임병원에 갔어요. 검사해 봤더니 정자가 없는 겁니다. 염색체 검사를 해보니까 46XX입니다. 정상적인 남성은 46XY라야 맞겠지만 그 남성은 46XX인 거죠. 겉으로는 상남자였어요. 외성기가 작아도 고환도 잘 발달되어 있었고, 내부에도 여자 장기가 전혀 없었어요. 그 남성은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강한 어조로) 남자입니다, 남자. 46XX는 9000~2만여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남성은 임신을 시킬 수 없다는 것 외에 남자로 사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성 결정 유전자는 Y염색체인데, 46XX가 어찌하여 남자일 수 있나요?
  “성 결정 유전자가 반드시 Y염색체에 있지 않을 수도 있음이 밝혀졌어요. 염색체 1번에도 있고, 9번에도 있고, X염색체에도 있어요. 즉 다시 말하자면 우리 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염색체 어딘가에 SRY라는 유전자가 있어야만 엄마 자궁에서 고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기고 SRY가 고환을 만들어냅니다.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이 생성되어 남성으로 자라는 거예요. 이론적으로는 SRY가 없다면 고환이 생성되지 않아야 하는 게 맞는데 고환이 생길 수 있더라구요. 염색체 어딘가에 SRY유전자가 있으면 남성입니다. 유전학이 그래서 어려운 거예요. 또한 우리 의사들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박 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성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해와 분석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에는 아직까지도 불가사의한 면이 많다는 것. 흔히 염색체 하나가 X냐 Y냐에 의해서 남성과 여성으로 갈라진다고 알고 있는데, 그 중 Y염색체가 개체를 남성으로 발달시키는 유전자들이 들어 있을 뿐이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태아의 성 결정은 임신 8주 경에 이뤄진다. 이때까지는 남자아인지 여자아이인지와는 상관없이 장차 남성 생식기가 될 볼프관(Wolffian duct)과 여성 생식기가 될 뮐러관(Mullerian duct)이 모두 다 나타난다고 한다.

남자아이라면, Y염색체 위에 놓인 SRY(Sex-Determining Region of Y) 유전자(성 결정 인자)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결국 SRY 유전자 덕분에 고환이 만들어지는 것.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아에게 고환이 만들어지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남성 생식기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결국 SRY유전자 덕분에 X염색체에(남성은 X와 Y 모두 가지고 있으니) 아랑곳하지 않고 남성으로 발달하게 된다.

 

정자가 없는 정액은 유리처럼 맑다(좌)

 

무정자증 남성의 외모
 
▶무정자증을 눈치 챌 수 있는 게 있나요? 이를테면 외모라든지.
  “저희 병원 식구들은 알아요. 자꾸 만나다 보니 알게 된 거죠. 클라인펠터증후군의 경우 여성처럼 피부가 곱고 얼굴선이 예쁜 경우가 많아요. 요즘 부모들은 아들이 비디오 형에 맞게 생기면 좋아하는데, 저는 반대입니다. 문제는 별다른 외모적 특징이 없는 무정자증도 많다는 겁니다. 따라서 외모 가지고 ‘무정자증일 거다’라고 예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유전적인 이유로 무정자증일 경우, 고환에서 정자를 찾는 것이 가능합니까? 정자를 찾는다고 해도 결국 무정자증은 대물림 되는 게 아닌가요?
  “정자를 찾으면서도 저는 신의 뜻에 맡깁니다. 과연 이 정자로 임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저도 선뜻 답을 낼 수가 없어요. 유전되기 때문이죠. Y염색체에 문제가 있어서 무정자증이 된 경우 ‘딸을 낳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과연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서 임신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정자를 찾았다고 해서 기뻐할 일은 아니다 싶어요. 그저 ‘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남성불임 전공 의사가 보기에 수태력 좋고 정자가 건강한 남성상이 있나요?
  “있어요. 목 굵고 허리 굵은 남자가 대체로 수태력이 좋습디다.”
   
▶보통 몇 살 때부터 정액 속에서 정자가 보이기 시작하나요?
  “평균 11세~14세면 보여야 해요. 11세에 자위행위를 시킬 순 없고, 소변을 받아보면 정자가 보입니다. 12세에 소변에서 정자가 나오는 것은 37.5%, 13세에 68.9%에요. 즉 14.8세까지 몽정을 하지 않으면 의심을 해봐야 해요. 특히 요도하열이나 잠복고환 수술을 했다면 반드시 14세 즈음에 몽정을 하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또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내 체외수정술로 임신을 했다면 아들을 관심있게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자가 없을 거라고 보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정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특히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인 경우 정자 찾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정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유전자가 성염색체 Y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X에도 있고 1번과 9번에도 있어요. 희망을 갖고 정자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고환)을 샅샅이 검사를 해보는 거죠. 제가 하고 있는 미세다중수술은 정자 만드는 공장에 문제가 있든, 유전적 문제든 간에 고환을 조사해보면 정자를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흔히 정자가 없어서 고환 조직검사부터 한다고 합니다. 미세다중수술과 조직검사는 다른 시술인가요?
  “조직검사는 고환 한 군데를 절개해서 고환의 일부 조직을 채취해내는 시술입니다. 그 조직에서 정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는 1차적 방법입니다.

조직검사에서 정자를 찾을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미세다중수술을 도전해볼 수 있지요. 미세다중수술은 또 다른 시술입니다. (미세다중수술은) 고환 조직의 일부를 떼내는 게 아니라 고배율 현미경으로 고환에서 세정관을 모두 뒤져보며 찾습니다. 세정관 어딘가에 어떠한 세포가 있는지 정자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어요. 정자가 나올 만한 큰 조직을 현미경으로 찾아서 떼어냅니다.

제 경우 조직검사와 미세다중수술을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꽤 많은 분들이 정자를 찾았어요. 그런데 이 경우 시험관시술로 밖에 임신을 할 수 없고, 시험관시술도 고도의 배양기술이 있는 병원에서만 성공할 수 있더라구요.”

 

▶남성의 경우 조직검사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시술 아닌가요? 고환을 건드린다는 게.
  “맞아요. 고환 조직검사를 너도 나도 하고 있는데, 고환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정도가 다 다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포크레인으로 조직을 팍 뜰 수도 있고, 아주 조금만 뜰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이 조직을 떼어내면 자칫 고환조직을 다칠 수 있어요. 저는 0.1cm 정도 떼어냅니다.”
 
박 원장은 “고환 같은 생식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인즉 아무리 무정자증으로 판명이 났다고 해도 폐쇄성, 비폐쇄성 무정자증을 추적해봐야 하고, 급기야 고환에 직접 메스를 대는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남성불임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정자가 생성되는 기전을 알고 싶네요.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져서 부고환에서 성숙해지고 똑똑해져서 정관을 통해서 정낭을 지나서 전립선을 통과해서 요도를 지나서 사정이 되는 거잖아요. 옛날에 어르신들이 아기 점지 기도할 때 100일 기도를 했지요? 의학 지식이 하나도 없는 선조들이 기막히게 과학적이었어요.보통 꼬리달린 정상 정자가 되는데 약 72~76일 걸리고, 꼬리 달린 정자가 고환 안에서 부고환으로 나와서 성숙해지는데 12~18일 걸립니다. 그래서 총 90일 걸린다는 거예요. 그러니 100일 기도의 정성으로 몸을 만들고 정자를 좋게 했다는 겁니다. 자식 한 명 만드는데 술 마시고 즐기면서 얼떨결에 만드는 게 아니라 그만큼 공을 들인 거죠.”
 
▶조직검사, 미세다중 수술 등은 결국 고환에서 정자를 찾기 위함인데, 유치원생 중학생 정자라도 찾는다는 건가요?
 “아주 민감한 부분입니다. 일부 불임병원에서 원형정세포를 채취해서 체외배양을 통해 임신을 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가능할 수도 있지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2003년에도 2008년에도 세계적인 학회에서 “원형정세포를 가지고 아기를 갖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발표했어요.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거죠. 몇몇 국가에서는 불법입니다. 원형정세포로 시험관시술을 하는 것은 안 될 일이에요. 멈춰야 합니다.

기형정자들

자, 보세요. 고환에는 세르톨리 세포와 생식세포가 있어요. 세르톨리 세포는 생식세포, 즉 애기씨를 보호하고 키워주고 먹여 살리는 세포, 즉 유모세포라고 하지요. 이 유모세포가 정자를 보듬어 주고 영양분도 공급해주고 키워주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애기씨가 자라기 시작해서 유치원생이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는 전 과정은 세로토닉 세포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유모세포 없이 덜렁 원형정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하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일선 병원에서 고환에서 채취한 미성숙 정자를 체외에서 성숙시켜서 체외수정(시험관시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던데요?
 “다만 이런 건 있어요. 세르톨리 세포가 잡고 있는 정자들이 있어요. 정자 머리가 있고 세르톨리 세포가 정자 머리를 잡고 있는 거죠. (세르톨리 세포가) 과연 정자 머리를 잡고 있는 이유가 미성숙이여서 인지, 문제가 있어서인지 여부는 알 길이 없지만, 중요한 건 그나마 꼬리까지 형성되어 있는 정자라면 체외에서 조금만 배양하면 완전한 정자가 될 수 있겠다 희망하는 거죠.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마지막 단계의 정자니까요. 하지만 원형정세포, 즉 애기 정자를 꺼내서 체외에서 배양시켜서 수정시킨다는 건 터무니없는 도전입니다. 마지막 단계의 정자 정도는 찾아내서 체외수정을 진행하는 건 도전할만하다고 봐요. 미세다중수술로 그런 정자를 찾는 것도 엄청난 배양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내면 반드시 시험관시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럼요. 정자라도 정상 사정(射精)에 의해 정액 속에 있는 정자와 고환에서 채취된 정자는 달라요. 또 심지어 아주 어린 정자(성숙이 완전하지 않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정자의 경우 스스로 수정력이 없어요. 미세수정(ICSI-’난자세포질 내 정자주입술)으로 강제적으로 수정시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고환에서 채취한 정자의 미세수정의 경우 고도의 경험이 풍부한 배양 강팀이어야 맡길 수 있어요.”
 
▶실제로 미세다중수술로 인해 무정자증인데도 정자를 찾는 남성들이 많아요?
  “전 환자와 붙들고 울 때가 많습니다. 어떤 분은 99년도에 오른쪽 고환에서 정자가 없으니 포기하라는 소리를 들었다가 최근 저에게 왔어요. 반대편에서 정자가 나왔습니다.”
 
▶그 정자로 시험관시술을 했나요?
  “못했습니다. 아내가 나이가 많아서 시도조차 못했어요. 결국 아기는 못 가졌습니다. 제가 이런 걸 접하니까 일선 산부인과 의사들,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자꾸 불만이 생기더라구요. 남성들과 함께 흐느껴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고환에서 정자 찾을 가능성 확률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무정자증 남성들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순 없습니다. 최선의 노력으로 찾아보는 수밖에요.”

 

▶박정원 원장은 "남학생들이 햄버거에 익숙하고 각종 냉동식품 등 패스트푸드를 열심히 먹는 것은 정자를 아주 빠른 속도로 잘 망가뜨리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아들 수태력 망치는 엄마들
 
▶요즘 남성들, 수태력이 예전 남성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하던데요?
 “(WTO 기준으로 봤을 때) 정액 1cc당 1500만 마리 이상이라야 정상으로 봅니다. 여기서 1500마리 이상이라는 것이 중요해요. 최소 기준이 1500만 마리라는 거죠. 최근 낮춘 기준치입니다. 전 세계 남성과학회에서 ‘정상치를 얼마나 낮춰야 할까?’를 놓고 고민한 결과입니다. 낮추는 데에는 더 이상 이견이 없었을 만큼 현대남성들의 정자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북유럽처럼 국가적으로 정자건강을 체크해야 해요. 덴마크처럼 군대 징병검사 때 자국민 남성의 정자를 국가에서 검사를 해야 합니다. 종족 보존 정책에 의해 국가적으로 정자검사와 관리를 했다고 합니다. 남성들이 청소년 때부터 검사를 통해 염색체 이상 등 정자상태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거죠.”
 
▶요즘 남성들, 기형정자 숫자도 나이에 비해 많아졌다면서요?
  “전체에서 기형정자 96% 정상으로 봐요. 최소 모양이 완전정상인 정자 4%가 되면 괜찮다고 봅니다. 문제는 기형정자가 수정력이 있다는 거예요. 예전 교과서에서는 기형정자가 수정력이 없다고 말하는데, 기형정자가 수정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거든요. 눈에 보이는 장애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더 무서운 법 아닙니까. 정자가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입니다.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좋은 수정란이 착상을 해야,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는 겁니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정자가 멀쩡하지 않나요? 물론 기형정자 숫자는 많아지겠지만요.
  “의사들 중에도 그런 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도, 또 죽는 날까지 남자는 생식력이 있다? NO입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패러다임이고, 실제로 그렇지 않아요. 남자도 갱년기가 있고, 폐경이 있어요. 빨리 오는 사람은 30대 중후반에도 옵니다.

간단하게 정자 만들어내는 공장이 노화되니까 정자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겉으로만 멀쩡하지, 상태가 좋을 리가 없는 거죠.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더 빨리 생식력을 잃습니다. 요즘 20대라고 해서 정자의 숫자가 많고 건강한가? 천만에입니다. 나이별 정자 상태에는 정말 평균이 없어요. 저에게 오는 환자들이 남성불임 쪽 근심을 가지고 오는 부부들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정말 요즘 정자 상태가 안 좋거나 무정자증인 남성이 늘어나고 있어요.”

 

▶정자 건강을 위해 현대 남성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정자의 5대 악(惡)이 뭔지 아세요? 술, 담배, 자전거, 사우나, 단백질보충제입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나면 그때부터 반신욕하고 사우나 즐기세요. 그 전에는 안 됩니다. 또 공부 때문에 지친 아들에게 단백질 보충제 주지 마세요. 근육 키우려고 단백질보충제 마구 먹는데, 정자건강에 안 좋아요. 그 안에 단백동화스테로이드가 있거든요. 근육을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줄 수 있겠지만 정자형성 과정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자가 술에 그토록 취약합니까?
  “술, 정말 안 됩니다. 난자는 옷을 입고 있는데, 정자는 옷이 없어요. 코트가 없는 거죠. 맨몸입니다. 알코올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정자 세포막을 그대로 침투해요. 정자는 머리와 꼬리로 구성되었는데 중간 부분에 미토콘드리아가 있어요. 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들어서 꼬리가 움직여요. 난자 옆까지 가는데 꼬리는 아주 중요하거든요. 이 미토콘드리아가 정자의 머리와 꼬리 사이에 있는데, 목 안에 있는 거죠.

그래서 정자가 다른 외부 충격이나 스트레스에 아주 민감하다는 겁니다. 인간 스트레스가 아니라 정자가 받는 스트레스에요. 정자의 목과 붙어있는 미토콘드리아에 무엇이 침투를 하면 정자 본체가 나빠지죠. 스트레스가 술 담배보다 더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에 발기가 안 되고 사정이 잘 안 될 수 있어요.”
 
박 원장은 “정자 퀄리티를 위해선 술과 담배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학생들이 햄버거에 익숙하고 각종 냉동식품 등 패스트푸드를 열심히 먹는 것은 “정자를 아주 빠른 속도로 잘 망가뜨리기 위한 지름길”이라며 “(인스턴트 등의 식습관 때문에) 곧 무정자의 평준화 시대가 열릴 지도 모르겠다”고 무섭게 지적했다.
 

▶환경호르몬도 정자건강에 최악이라면서요.
  “우리 주변에 환경호르몬 투성입니다. 플라스틱, 코팅제, 영수증 등 환경호르몬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되어요. 생식호르몬 분비체계가 망가집니다. 정자에 당연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요. (환경호르몬이 몸에 들어오면) 남성에게 여성호르몬이 많아집니다. 한창 사춘기인 남학생들은 2차 성징이 잘 되어서 남성이 되어야 하는데 환경호르몬은 치명타입니다. 결혼해서 아이 안 생겨서 고민할 일 만들지 말고, 어릴 때부터 환경호르몬에서 멀어져야 해요.”
 
박 원장은 정자건강을 위해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색체 이상과 유전적 문제가 없는 남성이라도 후천적 환경에 의해 정자희소증이나 무정자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성 기름과 붉은색 육류를 너무 많이 먹지 말 것도 덧붙였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면 장조림용 홍두깨살과 우둔살을 먹고 닭가슴살을 선택하라는 거였다.
 
잘 먹어도 탈, 못 먹어도 탈인 듯하다. 한국인들이 너무 잘 먹어서 탈일까? 자고로 남성이라면 남성다워야 하고, 수태력이 좋아야 한다. 그 수태력의 상징은 정자에 있다. 박 원장에게 장시간 무정자증 등의 얘기를 듣고 나서일까. 지나가는 남성들까지 뭔가 달라보였다.
 
“저 남자, 과연 수태력이 좋을까?”  ■

 

 

[입력 : 2017-11-13]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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