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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임신 잊으면 임신 잘 돼요”

-- 부산 세화병원 이상찬 원장 인터뷰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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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 캐릭터 풍선 직접 불어주는 자상한 의사
● 불임의사는 임신을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 
● 19년 전, 대리모 공개모집을 신문광고로 내다
● 부산경남지역 최초로 정자은행 운영에 박차 가해
● 불임의사들은 모든 시술에 정성과 혼을 쏟아야 돼
● 밥 잘 먹고 열정적인 여성이 임신 잘 한다
● 의술에는 일 더하기 일이 2가 될 수 없어

이상찬(李相燦)

본관 경주. 1952년 서울출생. 부산대 의대 졸업. 現 부산 세화병원 원장


   
 

임신 잊으면 임신 잘 된다

▶ 원장님께서는 경남 부산지역에서 난임여성들 사이에 푸근한 친정아버지로 통하던데, 결국 임신이 힘든 부부들에게 어떻게 상담을 하시는지요.
“예전에는 절망적인 얘기도 곧잘 했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아요. 한번은 이런 경험이 있었어요. (임신시도를) 하다하다 안되자 결국 입양을 했는데 어느 해 추석 때 나를 찾아왔더라고요. 입양으로 키우는 애 데리고 와서는 ‘선생님, 생리가 안 나와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검사를 해 보니) 자연임신이 되었더라고요. 할 말이 없었어요. 전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불임의사로 내가 그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 어떤 여성은 과배란 주사 처방을 해줬는데 다 빼먹고 안 맞았다는데 난자 한 두 개 자란 걸로 채취해서 임신이 되었어요. 의학지식이 있다고 해도 생명을 어떻게 다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난… 잘 모르겠어요.”

▶ 스트레스 때문에 임신이 안 되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시험관시술을 시작하면 주사를 많이 맞아야 해요. 그 주사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말고 감기 예방접종 맞듯이 쉽게 생각하고 맞아야 임신이 잘 되더라고요. 주사 맞을 때만 생각해야지 계속 집중하면서 임신이 되나 안 되나 걱정하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임신이 더 잘 안 될 수 있고요.”

▶ 결국 임신이 잘 되는 길은 편안한 마음상태라는 얘기인가요.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희망이 있어야 해요. 자꾸 걱정하면 안 되고, ‘될거야’라며 희망을 갖고 있으면 결국 되어요. 너무 집착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어서 안 되어요. 요즘 전 테라피 개념으로 환자들과 대화해요. 마음의 안정을 주고 싶어서. 난 부부들에게 ‘놀러가세요’라고 말해요. 리조트 가서 놀다오면 자연임신 되는 부부 많거든요. 리조트에서 술 한잔 마시고 ‘내 담당의사가 날 임신도 못 시켜주니 돌팔이다’라고 실컷 욕하고 원망하면서 다 잊고 놀라고 해요. (웃음)”

 

   
▲ 최근 세화병원은 타임 랩 엠브리오 모니터링 시스템 장비를 도입했다. 배아의 모든 발달 과정을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배양기다. 이 장비로 인해 예전처럼 배양기에서 배아를 꺼내서 현미경으로 일일이 분석할 필요 없이 모니터상에서 착상에 적합한 배아의 선별 이식이 가능하게 되었다.

▶ 포기시키기도 하나요.
“간혹… 포기를 하면서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만큼 정신적으로 편해지거든요. 생활 속에서 즐길 것이 있고 재미가 있어야지 생리주기도 정상이고 잘 되지, 바짝 긴장하고 있으면 될 임신도 안 됩니다.”

▶ 여성을 보면 임신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나요.
“밥 잘 먹고 열정적인 여자들이 잘 되더군요. 호르몬 분비가 풍부하고 정열적이고 열정적이면 밥맛이 좋아져요. 일본에서는 기업인이 아랫사람들과 밥을 꼭 같이 먹어본다잖아요. 식당에서 밥 먹는 걸 보면 일 잘할 사람, 못할 사람을 가릴 수 있다잖아요. 여자들도 밥 잘 먹고 낙천적이면 임신이 아무래도 잘 되는 것 같아요. 우리 몸은 호르몬의 것이거든요. 호르몬이 날 갖고 노는 건데, 성격이나 생활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호르몬 분비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대충 알 수 있어요. 호르몬 분비가 풍부해야 성생활도 잘하고 임신도 잘 되는 것 같아요.”

▶ 난임부부를 대하니 의사로서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아요.
“절친한 지인이 나만 보면 ‘대마도 갑시다. 대마도 가서 술 먹으면 다음날에 병원에 안 가도 되잖아요’라고 해요. 난 술 별로 안 좋아하지만 마셔도 잘 안 취하거든요. 술이 센 편이예요. 하지만 잘 마시지 않아요. 내일 난자채취 있고 시술 많으면 참아야 해요. 시술은 늘 하던대로 하면 되지만 의사도 정성이 들어가야 임신을 잘 시킬 수 있더라고요. 시험관시술을 어떻게 했고, 의사가 누구고 하는 것보다 그 의사와 환자가 얼마나 마음을 합쳐서 죽이 잘 맞았는가 중요해요. 마음의 정성이 들어가야지 않겠어요?”

 

   
 이상찬 원장은 직원들과 티타임을 자주 연다고 한다. 불임병원을 이끄는 핵심은 바로 직원이며, 의사는 직원과 화합이 잘 되어야 병원 경영도, 임신율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원장님께서는 나이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노장이시니 느긋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런가? 의사와 궁합 얘기를 많이 하던데, 뭐든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요. 자기가 생각하는 명화가 있지 않아요? 암스테르담에 있는 미술관 구석에 걸려있는 그림 중에 할머니가 빵을 허름한 식탁에 얹어놓았더니 기도하는데 밑에서 고양이가 그 포를 자꾸 끄집어 내리는 거야. 빨리 음식이 먹고 싶은 거겠지. 어떤 사람이 그 그림을 보고 감동적이래. 왜 그런지 했더니 자기가 할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딱 그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그림에 감동받는다고... 그러니 의사와 환자 궁합도 사람마다 기대가 달라서 정답이 없어요.”

▶ 그래도 의사에게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하잖습니까.
“내가 겪어보니까 난임 쪽은 일 더하기 일이 이가 아니더라고. 삼이 될 수 있고 사, 오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큰소리 칠 것도 없고 쳐서도 안 되는 거예요. 겸손하게 정성을 다해서 시술해 주어야 해요. 의사가 의학지식이 많고 많이 해 봤다고 해도 아는 척 할 수가 없어요. 의사가 잘해줘서 임신이 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고요.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알 수가 없어요. 전 요즘... 너무 안 좋은 케이스들이 많이 와서 포기시키기 바빠요. 임신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 불임의사로 살면서 종교가 있으신가요.
“내가 말할 자격이 없어요. 뭘 믿는다고 말할 자격이….”

▶ 노장 의사로 달관하신 분 같아요. 사람을 척 보면 알 것도 같은데
“사람을 척 보면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 것도 그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것 같아요. 땅과 성격이 묘하게 연관성이 있어요. 전 땅이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의 장난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의 성격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은 호르몬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거든요. 그 지역마다 성씨마다 유전자가 다르고 호르몬 반응의 패턴이 다르고 후천적으로 경험이 달라지면서 성격이 달라지는 건데, 그 사람에 맞게 대화해줘야죠. (저희 병원에) 상담실장이 노련하게 대화를 잘 해요. 의사는 그렇게 도와주는 일 잘하는 분을 몇 명 모셔다 놓고 있으면 수월해요. (웃음)”

이상찬 원장은 “요즘은 임신을 포기.. 시키기 바빠”라는 말로 불임의사로서의 소회를 정리했다. 임신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포기시키면 오히려 임신이 되더라는 것. 의술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인체학적 기전을 애써 설명하려는 젊은 의사들과 사뭇 달랐다. 이 원장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그 무엇은 오늘 이 시간까지 밝혀진 그 무엇일 뿐”이라는 논리에 가까운 설명을 했다.
 

   
 

이상찬 원장은 국내에서 불임시술을 20년 이상 해온 노장의 베테랑 의사다. 누가 뭐라고 해도 국내에서 한길만을 고집한 외곬의 삶을 선택했다. 이런 그가 지금까지의 병원 경영과 임신성공 사례 등의 업적을 직원에게 돌리고 있는 모습이 실로 노장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야 환자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가 적어도 20년 더 생명잉태의 조력자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너무 과한 기대일까.

“결국 병원경영도 의사와 환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더라고요. 삼국지 읽어보면 결국 배신하는 사람이 있고, 끝까지 우정을 같이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저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요즘 부산에는 불임병원이 많이 생겼어요. 임신율이 높네 낮네 떠들어요. 요즘 제가 책을 많이 읽어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겠더라고요. 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 사람 말을 잘 들어주면 임신 잘 시킬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전부 대학가기 위한 공부라서 정작 써 먹을 것이 없잖아요. 우리가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손가락질 하잖아요. 그게 바로 인의예지(仁義禮知)가 없는 사람이예요. 상대방 배려하면서 의사노릇 해야 해요. (의사랍시고) 잘난척하면서 진료하다가는 남는 건 허탈 밖에 없을 겁니다.”

<끝>

[입력 : 2014-08-13]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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