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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대리모 공개모집도, 정자은행 운영도 자식 간절한 부부 위한 것”

-- 부산 세화병원 이상찬 원장 인터뷰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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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 캐릭터 풍선 직접 불어주는 자상한 의사
● 불임의사 임신을 도와주는 조력자일뿐
● 19년 전, 대리모 공개모집을 신문광고로 내다
● 부산경남지역 최초로 정자은행 운영에 박차 가해
● 불임의사들은 모든 시술에 정성과 혼을 쏟아야 돼
● 밥 잘 먹고 열정적인 여성이 임신 잘 한다
● 의술에는 일 더하기 일이 2가 될 수 없어

이상찬(李相燦)
본관 경주. 1952년 서울출생. 부산대 의대 졸업. 現 부산 세화병원 원장


   
 
’대리모 공개모집’ 기획한 돈키호테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부산 국제신문에는 기상천외한 공개모집 기사가 게재되었다. 다름 아닌 ‘아이를 대신 임신해서 낳아줄 여성을 찾는다’는 ‘대리모 공개 모집’이었다.

요즘 시대라면 사안에 따라서 불법이라는 말이 거론될 정도로 위험한 발상이겠지만, 당시의 정서에서는 법도 언론사에서도 의사와 환자도 불법의 테두리로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임신만 할 수 있다면’이라는 소원만이 간절했던 시절이었다. 어쨌거나 이토록 기발한 공개모집으로 두 명 중 한 명의 주부가 대리모를 통해 임신에 성공하게 되었고 자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95년 당시... 국제신문에 게재된 ’대리모 공개 모집’ 기사

▶ 당시 상황을 얘기 해주세요. 어떻게 대리모 모집 공고를 하실 생각을 했나요.
“그러게요. (웃음) 오로지 환자 입장에서 생각했어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난임부부가 자식을 절실히 원하니 내가 나서서 정말 대리모를 구해주고 싶었어요. 난소는 멀쩡한데 자궁을 적출해서 없는 여성이 두 명 있었어요. (그녀들은) 자신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란이 나올 수 있었거든요. 대리모만 있다면 그 자궁에서 얼마든지 자식을 낳을 수 있거든요. 95년도만 해도 시험관아기 시술에 대해선 일반 산부인과 의사들조차 잘 모르던 시절이었어요. 언론사 기자가 제가 너무 간절하게 부탁을 하니까 공개모집 기사를 내준 겁니다. 요즘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웃음)”

▶ 대리모를 원하는 지원자가 많았나요?
“모집공고에 자격조건을 젊고 건강한 30대 전후 여성이면 된다고 해놓았어요. 의외로 많았어요. 정말 뜻밖이었어요.”

▶ 대리모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나 봅니다.
“가치관의 문제겠지만, 너무 절박하니까 거부감이라는 게 의미가 없었어요. 각자 처한 환경이라는 것이 다르니까 뭘 가지고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거죠. 자식이 간절한 부부는 벼랑 끝에 내 몰린 부부라고 봐야 해요. 정자은행이라도 이용하고 싶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 얼마나 많은 데요. 의사 입장에서는 그 벼랑 끝에서 마지막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 정자은행(Sperm bank)은 정자 기증을 받아 정자를 수집하여 무정자증 난임부부 시험관아기 시술로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은행을 말한다. 현재 세화병원에서는 정자은행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배양연구원이 냉동탱크(-196도 액체질소)에 보관된 정자를 끄집어내고 있는 장면이다.

▶ 말이 나왔으니 여쭙겠습니다. 정자은행 운영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불임의사라서 더 절실히 느끼지만 무정자증 남자들이 너무 많았어요. 임상 경험상 난임부부들 중 남자쪽 원인이 4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무정자증 남성이) 아내에게 자식을 포기시킬 수가 없는 경우가 있어요. 자식을 꼭 원한다면 차선책으로 정자은행을 이용해 볼 것인지 물어봐요. (정자은행 이용해서 임신시도를 하는 것이)백 퍼센트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자식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가져볼 수 있잖아요. 억지로 부추길수는 없고, 자연스럽게 부부가 먼저 얘기를 꺼내면 권해봅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유럽처럼 정자 매매가 합법으로 행해지지 않고 있다. 생명윤리법상 정자은행에 기증된 정자만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부부의 합의(동의)는 물론이고 남성불임, 즉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인한 불임이라는 의사의 확진(소견)이 반드시 있어야 가능하다.

▶ 정자은행에 예치된 정자를 어떻게 구하세요. 요즘 정자은행에 정자 없다고 난리들인데.
“주로 경상도 쪽에서 수소문을 합니다. 예전에는 의대 교수들이 나서서 반강제적으로 의대생들 정자를 확보해줬는데, 요즘은 쉽지가 않아요. 우리 병원에서는 경북과 경남지역 4년제 대학의 자연과학대학 대학생 혹은 대학원생들 중에서 신체 건강하고 유전병이 없고 똑똑한 남학생들에게 정자를 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쉽지가 않아요. 인문학쪽 남학생들을 이해시키기가 너무 힘들어요. 자연과학 학생들은 생물학 등을 배우기 때문에 이해를 하는 편이지만... (한숨)”

▶ 얼마나 확보하셨나요.
“(현재까지 예치된 정자가) 혈액형별로 200여 개 정도 될 겁니다. 사실 무정자증 부부에게는 정자은행 밖에 희망이 없거든요. 입양은 순전히 다른 유전자를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정자공여를 통한다면 부부 중 한쪽의 유전자를 이어받을 수 있으니까요.”

무정자증은 사정된 정액에 정자가 보이지 않는 증상일 때를 말한다. 무정자증에는 ‘비폐쇄성 무정자증’과 ‘폐쇄성 무정자증’이 있다. 말 그대로 폐쇄성은 정자 나오는 통로가 막혀서 정자가 못 나오는 상태이고, 비폐쇄성은 정자를 만드는 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정자가 없다는, 그야말로 무정자증인 것이다. 통계상 무정자증 남성의 85%는 폐쇄성, 15%는 비폐쇄성으로 파악되고 있다.

▶ 정자기증이라는 것이 덜컥 정자만을 받는 건 아니지요. 건강검진 등을 거치나요.
“그럼요. 올해부터 법 규정이 달라졌어요. 정자를 제공하고 싶어도 건강검진에 통과해야 가능해요. 저희로서도 문제가 없는 정자만 받아야 하니까요.”

▶ 정자기증자가 되려면 건강검진에서 통과되어야 하네요.
“철저하게 검사과정 거쳐야 해요. 혈액형검사에서부터 비임균성 요도염검사, 간염검사, 에이즈 검사, 백혈병 바이러스검사 등 12가지 항목으로 나눠서 검사합니다. 소변검사와 혈당검사 같은 것까지 합치면 수십가지 검사를 다 하는 거예요. 자세하게 문진을 통해 유전병 등도 샅샅히 파악합니다..”

▶ 간혹 정자 불법 거래 되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도 기사화되고 있던데요.
“(정자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어떤 유전병과 질병이 있는지 모르잖아요.”

▶ 건강검진을 하면 정자제공 자격미달로 떨어지는 남학생들도 있겠어요.
“90% 이상은 합격을 하더라고요. 순수한 나이잖아요. 떨어지는 남학생의 경우 간염이 있는 경우가 있었고... 임질이나 매독 같은 성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없더군요.”

▶ 정자은행에서는 한 남성이 기증한 정자를 한 쌍의 부부에게만 제공이 되나요.
“그렇지 않아요. 젊은 남자의 한번 사정으로 확보한 정자를 3회에서 10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나눠서 동결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부부에게 제공을 하는 거죠. 정자를 제공한다고 해서 단번에 임신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차례, 여러 명에게 동시에 줄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명의 정자를 10쌍이상 부부에게 주는 건 피하고 있습니다.”

▶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을 한 여성이 둘째 아이를 또 갖기 위해서 불임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나요.
간혹 첫째 임신에 성공해서 아이를 낳은 여성이 둘째를 임신하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어요. 둘째 임신 때 제공받을 정자를 첫째 임신 때 제공받은 정자로 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정자은행에 예치된 정자 자체가 많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한숨)”

▶ 제가 알기로는 정자은행 운영하는 불임병원에서는 임신을 하면 더이상 정자 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현실이....”

▶ 정자제공을 할 때 남편의 혈액형과 동일한 정자를 기증받는 것이지요.
“그게 이상적입니다만, 현실적으로 힘들면(정자 제공자 중에 남편과 동일 혈액형이 없다면) 부부가 자식을 낳았을 때 나올 수 있는 혈액형을 염두해서 남편과 다른 혈액형인 정자라도 제공받고 싶어 하더라고요.”

<3편에서 계속>

[입력 : 2014-08-12]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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